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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간부 출신 세무사 김○○입니다"

  • 2017.02.24(금) 15:45

대형 로펌·세무법인에 국세청 간부 112명
[국세청의 전관들]①어디서 근무하나

로펌(법무법인)이나 세무법인에 취업하는 국세청 올드보이(Old Boy)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풍부한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납세자의 세금을 줄여주는 '천사'지만 과세당국 입장에선 세금 빼먹는 '악마' 같은 존재다. 세무대리 업계를 흔들고 있는 대형 로펌과 세무법인의 전관(前官)들을 살펴봤다. [편집자]
 

 
세금을 둘러싼 먹이사슬은 상당히 복잡하다. 과세당국과 납세자, 심판당국과 세무대리인 사이에 끊임없는 주도권 경쟁이 벌어진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국세청 출신 세무사들이다. 국세청에서 과세 전반을 꿰뚫어 보다가 퇴직 후 납세자의 편에서 핵심 쟁점을 파고든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에서 퇴직 후 취업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국세청 출신 공무원들은 국가에서 준 세무사 자격증을 통해 법적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세무법인에는 세무사 자격증만 있으면 취업에 문제가 없고, 대형 로펌의 경우 퇴직 후 3년만 지나면 들어갈 수 있다. 법망을 피해 세무법인에서 3년을 채우고 로펌으로 이직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관련기사☞ 세무공무원이 사는 법, 퇴직→세무사→로펌行
 
◇ 세무법인 80명, 대형로펌 32명
 
24일 비즈니스워치가 인사혁신처의 2017년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대상 세무법인(연 매출 50억 이상)과 법무법인(연 매출 100억 이상) 근무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국세청 4급 이상 간부 출신은 총 112명이다. 취업제한 대상인 대형 세무법인에 80명, 대형 법무법인에 32명의 국세청 전직 간부가 근무하고 있다. 
 
대형 세무법인 중에는 올해 취업제한 대상으로 지정된 48곳 가운데 25곳(52%)에 국세청 4급 이상 간부 출신이 근무중이다. 대형 법무법인 30곳 중에는 6곳(20%)이 국세청 간부 출신을 영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세청 간부를 가장 많이 영입한 곳은 광교세무법인으로 총 13명을 기록했고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12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촌세무법인과 예일세무법인은 각각 8명, 세무법인 하나 6명, 세무법인 다솔과 법무법인 율촌, 법무법인 태평양이 각각 5명씩 전직 국세청 간부를 영입했다. 
 
 
◇ 국세청 출신 CEO 81%
 
대형 세무법인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도 전직 국세공무원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매출 상위 48개 세무법인 가운데 국세청 출신이 대표세무사로 근무하는 곳은 39개(81%)에 달한다. 
 
대전지방국세청장 출신 조용근 세무법인석성 회장과 박차석 세무법인신화 회장을 비롯해 김영기 세무법인티엔피 대표(전 국세청 조사국장), 손윤 세무법인오늘 대표(전 서울지방국세청 납세자보호관), 박외희 이촌세무법인 대표(전 종로세무서장), 권기영 세무법인청담 대표(전 성남세무서장) 등이 국세청 간부 출신이다. 안수남 세무법인다솔 대표와 임승환 예일세무법인 대표, 이규섭 세무법인하나 대표, 김종봉 세무법인더택스 대표 등도 풍부한 국세청 실무 경험과 인맥을 자랑한다. 
 
국세공무원 출신이 아닌 세무사가 이끄는 세무법인은 9곳에 불과했다. 천지세무법인의 설립자인 박점식 회장과 최기남 대표세무사가 비(非)국세청 출신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종휘 나이스세무법인 대표와 우재근 세무법인지율 대표 등도 전직 국세청 명함이 없는 세무사다. 
 
◇ 전관예우 요즘도 통할까
 
대형 세무법인이나 로펌이 고액 연봉을 주더라도 국세청 출신을 선호하는 이유는 과세 사건을 수주하거나 세금을 깎는 능력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국세청 직원을 상대할 때도 과거 한솥밥을 먹던 사이인 만큼 훨씬 부드럽고 편하게 다가설 수 있다. 긍정적으로 보면 노하우와 소통에서 장점이 있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전관예우'로도 해석할 수 있다. 
 
세무법인과 로펌에서는 납세자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전관을 영입한다는 입장이다. 대형로펌 변호사는 "기업이나 개인 고객이 대리인으로 선택할 때 전직 고위 관료를 원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며 "수요가 계속 있으니까 로펌도 계속 영입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무행정이 점점 투명해지면서 고위직 출신의 역할이 예전에 비해 약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직 청장 출신인 한 세무사는 "법인에 세무 이슈가 생겼을 때 자문을 해주고는 있지만 후배들을 상대하거나 영업 활동에 나서진 않는다"며 "고위직 출신은 사실상 간판 역할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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