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아직 세금 낼 준비 안됐나요

  • 2017.08.16(수) 11:01

정치권 압박하며 다시 반발하는 종교계
유예, 백지화까지 주장…정부 "예정대로 시행"

종교인 과세 문제가 시행을 코앞에 두고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목사나 스님 등 종교인의 소득에 소득세를 매기도록 하는 세법은 이미 2015년말 국회를 통과해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인데 일부 종교계와 정치권에서 다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계는 종교인 과세에 대한 준비가 여전히 부족하다며 시행을 더 유예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종교계 눈치를 살피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직후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종교인 과세 유예를 거론했고, 급기야 종교인 과세를 미루는 법률안까지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김 의원은 지난 9일 종교인 과세 시행시기를 2018년 1월1일에서 2020년 1월1일으로 연기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고, 개정안에는 김 의원을 포함해 여야의원 25명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종교인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이어서 여당에서는 개인의 돌출행동이라며 김 의원에 대한 징계까지 거론되고 있다. 현직 교회 장로인 김 의원이 한국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 대형교회 목사들의 행동대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50년 논쟁...끝난 줄 알았는데
 
종교인 과세는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목사와 신부 등 성직자에게도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공론화를 시작한 해묵은 논쟁이다. 물론 당시에도 종교계의 반발이 커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특히 1992년 국세청이 종교인에 대해 강제 징수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면서 종교인 소득은 세금을 낼 사람은 내고 안 낼 사람은 안내도 되는 모호한 영역이 됐다.
 
종교인 과세 논의가 다시 불 붙은 건 2006년 4월 한 민간단체가 종교인에 대해 소득세를 징수하지 않는 이주성 당시 국세청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면서 부터다. 종교인 과세 논쟁은 온라인상에서도 뜨거웠는데 한 포털사이트에서 찬반 투표까지 이뤄졌고 80%가 넘는 응답자들이 종교인 과세에 찬성했지만 역시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다.
 
2012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소득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과세해야 한다"며 종교인 과세 법제화를 추진했지만 실패했고, 2013년에는 우여곡절 끝에 세법개정안까지 마련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종교인의 소득도 세금을 내는 소득이라고 정의한 법안은 2015년에서야 국회를 통과했지만 2018년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2년 유예된 상태다. 이제 4개월 뒤에는 종교인의 소득도 세금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이것을 다시 몇 년 더 유예하거나 취소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 '세금 성역' 무너질까 두려운 사람들
 
대한민국 국민들 중 소득이 있는 사람은 모두 법에 따라 소득세를 납부해야할 의무가 있지만 유독 종교인들만 예외를 인정 받아왔다. 소득세법은 과세 대상을 열거하고 있는 열거주의인데 근로소득, 이자소득, 양도소득 등은 열거돼 있지만 종교인 소득이라는 항목은 두지 않았다.
 
종교인들은 종교활동을 하면서 월급과 같은 반복적인 형태로 소득을 가져가고 있지만 자신들이 하는 일은 근로가 아니라 봉사라고 주장하며 발생하는 소득도 근로소득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해온 것이다.
 
2015년 도입, 2018년에 시행될 종교인 과세법안은 종교인들의 주장을 최대한 반영해 종교인의 소득을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보도록 했다. 근로를 통해 벌어들이는 소득이 아니라 봉사활동에 대한 일종의 '사례금'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세수는 미미하더라도 공평과세 차원에서 어떻게든 종교인 소득을 과세의 범주에 넣어놓자는 취지가 반영됐다.
 
과세근거가 마련됐지만 종교인들은 이번에는 다른 근거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세 대상의 불명확성과 역차별 우려, 정치논리에 휘둘릴 가능성 등이다.
 
새로 마련된 과세법안은 종교단체로 등록된 비영리법인의 소속 종교인을 과세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이 경우 종교단체로 등록하지 않은 종파나 교단은 면세 대상이 되어 등록한 종교단체가 역차별을 받게 되고, 반대로 특정 종교단체들이 배척하고 있는 이른바 이단이 세금을 냈다는 이유로 종교로 인정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종교계는 종교인들이 실수로 잘못 신고할 경우 종교인에게 소득을 지급한 종교단체가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고, 정권이 이를 악용해 특정 종교단체나 종교를 탄압할 수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종교계를 최대한 설득해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종교인 과세문제는 이미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됐고 종교계에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 시행도 2년이나 유예됐던 것"이라며 "종교 교단별로 간담회를 열고 궁금증과 오해를 해소하고 보완책도 제시할 계획이다. 예정대로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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