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최저한세 도입을 고민할 때

  • 2017.08.22(화) 08:00

[Tax &]이동건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

우리나라 재정수입의 대부분은 세금이다. 세금 징수의 근간이 되는 세법은 매년 정부가 세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국회에서 치열한 논의를 거쳐 확정된다. 언젠가부터 정부의 세법 개정안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당 간 타협의 산물이 되어 우리나라 세법은 '누더기 세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올해도 어김없이 세법 개정의 시기가 다가왔다. 

지난 8월 2일 발표된 정부의 2017년 세법 개정안은 문재인 정부의 코드와 맞추기 위한 흔적이 역력하다. 올해는 세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 부자증세를 통한 소득재분배 및 양극화 해소가 기본방향이다.

  
▲ 그래픽/변혜준 기자 jjun009@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존의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와 청년고용증대세제를 통합해 투자와 관계없이 고용에 대해서만 지원하도록 재설계했다. 당연하고 바람직한 방향이다. 

기존의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는 외국에서는 사례가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제도다. 기업의 자동화·로봇 설비투자는 일반적으로 고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 투자와 고용이 동시에 증가하는 사례는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 논의 과정에서 과거 임시투자세액공제를 고용과 연계시키는 바람에 정부안에도 없던 기형적인 제도가 탄생하게 된 것이었다. 늦었지만 정부가 문제점을 인식하고 고용과 투자에 대해 각각 세액공제제도를 가져가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개정안에는 자동화 설비투자에 대한 투자세액공제를 축소하고 사업용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세액공제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만 적용하도록 설계돼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설비투자가 대기업에서 이뤄지며 중소기업 중 상당부분이 대기업에 설비를 공급하고 있다. 즉 대기업이 설비 투자를 줄이면 그 효과는 고스란히 중소기업에 미치게 된다. 대기업이 투자를 늘리면 중소기업의 고용이 증가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설비투자 중 선별하여 대기업에 대해서도 세액공제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부자증세는 '핀셋증세'라고 불릴 만큼 일부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증세의 대상자는 그 숫자가 미미하여 속앓이를 하고 있지만 드러내 놓고 불만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여론조사를 하면 절대 다수가 증세의 무풍지대에 있으므로 당연히 찬성이 압도적이다. 

여기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이 참에 국민개세주의에 따른 '소득세 최저한세(Minimum tax)'도 같이 추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언론에 수없이 보도된 바와 같이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근로소득자 중 810만명이 넘는 사람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그 중에는 소위 중산층이라는 연봉 수천만원, 심지어 1억원이 넘는 근로자도 많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사람도 국민의 일원으로 약간의 세부담이라도 한다면 조세형평성 측면에서 더욱 더 설득력이 있고 핀셋증세에 대한 반발도 줄일 수 있다. 

한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특수관계가 없는 장학재단 등 성실공익법인에 대해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출연받는 주식의 한도를 10%에서 20%로 완화했다. 역시 바람직한 개정 방향이다. 향후 의결권 행사 제한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출연주식의 한도를 더 늘려 선의의 기부자들에게 세금폭탄의 걱정 없이 기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2015년 말 이월결손금 공제 한도를 80%로 제한하더니 이번 개정안에는 60%, 50%까지 제한한다고 한다. 법인세는 기간과세로, 한 과세연도에 결손금이 발생했으면 추후에 발생하는 이익에서 전부 공제해 주는 것이 당연하다. 이월결손금 공제 한도 규정을 가지고 있는 외국의 대부분이 공제기한을 무제한으로 허용하고 있는 이유다. 이익에 대해서는 100% 즉시 과세하고 과거 손실이 난 것은 50%만, 그것도 10년 이내에 발생한 것만 공제해 주겠다는 것은 지나친 놀부심보가 아닐까? 공제 한도를 줄인다면 공제기한을 늘려주는 것이 이치에 맞다. 

세법 개정안이 국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는 없지만 정치적 포퓰리즘이나 지나친 정당 논리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세법 나름의 중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묵묵히 虎視牛步(호시우보)하는 모습이 아쉽다. 

*최저한세 제도
법인이나 개인 사업자가 비과세나 감면을 받더라도 최소한의 세금은 납부하도록 만든 제도. 과세표준이 1000억원을 넘는 대기업의 경우 법인세 과세표준의 17%(중소기업은 7%)를 최저한세로 납부한다. 근로소득세에 최저한세 1%를 도입할 경우 과세표준 1000만원인 직장인은 연간 최소 10만원을 소득세로 내야 한다.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