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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업계 압도한 시장 `개척자`

  • 2017.09.19(화) 08:17

[인터뷰] 박병호 세인관세법인 대표관세사
"FTA, 꾸준한 노력과 투자로 실력 인정 받았다"
"젊은 관세사들, 기초 다지고 차별화해야 미래 있다"

최고의 법률전문가라는 변호사들도 살림살이를 걱정할 정도로 경기가 어렵죠. 수출입 현장에서 관세와 무역에 관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세사들도 마찬가지인데요. 

자유무역협정(FTA)이 확대되면서 일거리가 늘고 수익성도 개선될 줄 알았지만 다른 업계와 마찬가지로 불황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군계일학의 모습을 보여준 곳이 있는데요. 바로 세인관세법인입니다. 세인관세법인은 매년 고성장을 거듭해 2016년에는 2위 그룹의 갑절 수준인 매출 284억원, 영업이익 25억원을 달성했습니다. 
 
어렵다는 전문 자격사 시장에서 1등을 달리는 비결은 뭘까요. 박병호 세인관세법인 대표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 세인관세법인 박병호 대표관세사. 사진 : 이명근 기자/qwe123@
 
- 업계에서 압도적인 1위다. 경쟁력은 뭔가
▲관세법인 매출은 일반 기업들과 비교하면 중소기업 수준입니다. 현재 매출이 높다고 우쭐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요. 관세시장은 한계가 있다고 평가되는데 사실은 더 성장할 수 있는 부문들이 남아있습니다.
 
세인관세법인은 그동안 외형 확장만 생각하던 업계 현실에서 벗어나 관세사의 전문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부문에 집중했습니다. 모두가 똑같은 일을 놓고 경쟁할 때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찾는데 힘을 쏟았습니다.
 
- 관세법인을 설립한 지는 얼마나 됐나
▲2004년 3월에 직원 7명과 함께 시작했어요. 그때는 매출도 8억원 정도였던걸로 기억하는데요. 지금은 관세쪽만 210명, 물류쪽 20명 해서 230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작년 매출이 280억원을 넘었으니 규모 면에서 우선 상당히 성장했습니다.
 
- 13년 간 유지해 온 경영철학은
▲처음 생각했던 것은 회사다운 회사를 만들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관세사 시장에 발을 내디뎠을 때 관세업계는 시스템보다는 인맥 중심이었어요. 전직 관세청 출신과 사무장이 중심이었고 조직과 지식보다는 안면 중심의 단순한 통관 대리인이나 문제 해결사의 모습이 강했습니다.

그런 안타까운 현실을 경험하면서 반드시 전문성을 갖춘 제대로 된 관세법인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키웠죠.

당시 관세법인들이 대부분 파트너를 늘리는 방식으로 외형을 확장했는데요. 이런 방법은 장기적으로 보면 전문성 향상이나 회사전체의 의사결정에는 상당히 불리한 형태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파트너가 아닌 직영의 방식을 택했습니다. 덕분에 중요사안에 대해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고 근시안적 접근보다는 장기발전에 도움이 되는 의사결정을 해왔습니다.
 
또 덤핑 수주는 절대 하지 말자는 원칙을 세웠죠.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대신 제값을 받기 위해 수수료율이 맞지 않으면 거래를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 FTA가 확대됐지만 관세사들은 갈수록 더 어렵다고 한다
▲FTA는 관세사에게도 양날의 칼입니다. 기업들은 FTA로 교역량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원산지증명과 같은 리스크도 져야 합니다. 관세사들은 이같은 기업들의 리스크를 컨트롤하지 못하면 일감을 따낼 수 없게 된 겁니다.
 
FTA로 새로 생긴 일거리에 대해 수수료 체계를 잡지 못한 점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관세사회 차원에서 통일되고 합리적인 수수료 기준을 제시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면서 관세사들이 매일 품을 들이고 있는 FTA를 적용하는 일 자체는 수수료를 청구하지 못하는 분야로 전락했습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죠.
 
결국 FTA로 수익을 챙길 수 있는 부문은 원산지 사후검증이나 원산지 관리와 같은 컨설팅 일인데요. 상당수 관세사들이 이런 영역을 접할 기회도 없을뿐더러 수행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실정입니다. 

기본적으로 하고 있는 FTA적용 업무는 수수료를 받지 못하고 사후검증이나 원산지관리는 접하기 어렵다보니 FTA를 기회가 아닌 짐으로 여기는 겁니다.
 
- 세인은 FTA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우리는 좀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기존에 하던 통관대행에 기대거나 정부 및 기관에서 무언가 만들어주기를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FTA로 만들어진 새로운 일감을 직접 찾아나선 거죠. 

예를 들면 르노삼성차의 경우 국내 부품 공급사들을 모아 놓고 원산지 교육을 하는 등 르노삼성차의 원산지 관리실태를 직접 점검했습니다.
 
덕분에 미국에서 르노삼성차에 대한 원산지 검증을 왔을 때 적절한 자료를 제공해서 국내 완성차 최초로 원산지 검증을 잘 마무리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원산지 관리가 고민인 다른 업체들까지 제안을 해왔고 이런 것이 수익으로 연결이 됐죠.
 
또 하나는 미국 관세청이 하고 있는 품목분류 사전심사(Advance Ruling)에 대한 컨설팅인데요. 미국 수출품은 국내 유권해석이 통하지 않아 당연하다고 판단했던 품목분류가 현지에서 뒤집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거의 30% 수준이 미국에서 뒤집어지고 있는데요. 이런 품목분류 문제를 컨설팅하는 서비스를 수년 전부터 시작했습니다.

FTA 문제 해결을 위해 해외 현장 방문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어요. 최근 한·중FTA, 한·베트남FTA 활용이 늘면서 우리 기업들의 현지 FTA적용 문제가 점차 늘고 있거든요. 지난해에는 중국 상해, 그리고 올해 초에는 베트남 호치민의 고객사에 직접 출장을 가서 컨설팅을 진행했고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FTA 전 영역에 걸쳐 컨텐츠화 해서 고객에게 제공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 이것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봅니다.
 
- 업계 리더로서 업계의 현안도 가장 잘 알 것 같다
▲통관수수료 문제가 가장 큽니다. 제가 수집할 수 있는 자료의 한계가 있겠지만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회사가 지급하고 있는 관세사 수수료가 미국이나 일본은 물론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보다 낮은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국내 대기업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일부 국내 대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지급하는 수수료가 해외 현지법인, 그것도 우리나라보다 소득수준이 매우 낮은 국가에서 지급하는 수수료보다 더 낮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일종의 갑질이죠.

이 문제는 사실 외국과는 달리 복합운송업자들이 난립하고 또 이들이 관세사의 영역인 통관수수료까지 견적금액에 포함시켜 경쟁적으로 인하한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관세사들의 생존권을 위해 관세사회에서 이런 문제를 연구하고 대응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깝습니다. 관세사회는 대표적인 외국계 회사들의 국가별 수수료 수준을 조사·분석해서 이를 기반으로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동시에 복합운송업자들의 일괄견적제시 방식을 단속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공정거래 차원에서도 수수료 차별은 시정돼야 합니다. 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통관수수료가 역전돼 있는 지, 왜 대기업들이 국내와 해외를 차별하여 수수료를 지불하는 지를 적극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일을 하도록 마련된 것이 관세사회입니다.
 
▲ 사진 : 이명근 기자/qwe123@
 
- 관세사가 되고 싶은 청년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기초를 갖추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세관 출신 관세사들은 관세나 통관과 관련한 기초지식이 풍부하고 직간접적인 경험도 많거든요. 그런데 일반 출신 관세사들은 책으로만 접하고 시작하는 겁니다.
 
상당수 관세법인에서는 당장 일손이 부족하니까 컨설팅 업무에도 젊은 관세사들을 투입하고 있는데,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컨설팅부터 하려니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또 하나는 남들이 가기 싫어하는 곳에 기회가 있다는 겁니다. 제가 관세사 일을 시작할 때에는 경쟁자들이 대부분 연세가 있는 분들이라 체력과 열정에서 경쟁을 할 수 있었죠. 지금은 서울이나 인천, 부산처럼 큰 지역에는 젊은 관세사들이 꽉 차 있어요. 하지만 지방의 주요 거점 세관 주변에는 젊은 관세사들이 여전히 귀합니다. 지방에서 시작해 5년, 10년 뒤를 바라보며 가는 것이 자신에 대한 투자가 될 것입니다.
 
- 앞으로 세인의 사업 계획은
▲세인은 지금까지의 경영철학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계속 발굴해 나갈 겁니다. 수수료 문제는 정당하게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과감하게 거래를 중단할 겁니다. 그래야만 중소관세법인들도 일거리를 가질 수 있고 우리는 또 더 큰 일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상생이고 선순환이라고 보고요.
 
세인은 전문성을 높여서 이익을 창출하고 그 이익을 다시 전문성을 기르는 자양분으로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겁니다. 재투자는 주로 시스템 개발과 컨설팅 파트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특히 시스템 개발은 10여년 간 계속해 오고 있는데요. 관세사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는 결과물을 조만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사진 : 이명근 기자/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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