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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스 뷰]월급쟁이와 자영업자, 그리고 조세정의

  • 2017.10.17(화) 16:11

자영업자 소득파악률 높이고
월급쟁이 면세자 수도 줄여야

세금에 대한 국민들의 원초적 불만은 "억울하게 나만 더 낸다"는 건데요. 올해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진 몇몇 사례는 이런 불만이 `근거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대표적인 게 고소득 전문직의 소득 탈루입니다. 소득을 숨겨 세금을 안 내는 전형적인 탈세 행위죠. 100원을 벌어 놓고 50원만 벌었다고 신고하면 세금을 그만큼 적게 내게 되겠죠. 이런 양심불량은 양심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제대로 세금을 내는 사람들에게 상실감을 주고 적대감마저 불러일으키죠. 조세저항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국세청이 지난 2016년 탈루 위험이 높은 고소득 자영업자 967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신고한 총소득은 1조2901억원이었으나 세무조사를 통해 추가로 드러난 소득은 9725억원에 달했습니다.(박광온 의원실 자료) 원래 이들의 소득은 2조2626억원이었는데 소득의 43.0%를 신고하지 않은 거죠. 100원을 벌고도 43원은 신고하지 않은 셈입니다. 국세청은 탈루한 소득에 대해 6330억원의 세금을 추징해 4281억원(징수율 67.6%)을 받아냈습니다.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소득 탈루는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2015년에도 이들이 숨긴 소득의 비율(탈루율)은 43%로 작년과 같았고, 2014년에도 43.1%였습니다. (국세청은 숨긴 걸 찾았다는 의미로 `소득적출률`로 표현합니다. 소득을 숨긴 납세자 입장에서는 `소득은닉률`이 되겠죠.)


국세청은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이 72.8%(2014년 기준)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고소득층으로 올라가면 소득파악률이 50%대로 떨어지는 겁니다. 정작 소득을 확실하게 파악해야 할 대상인 고소득층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거죠.

 

▲ 그래픽/변혜준 기자 jjun009@

 

반면 봉급생활자의 소득은 대부분 세무당국에 포착됩니다. (2014년 기준 근로자 소득파악률 93.4%) 소득이 투명하게 노출되는 유리지갑인 데다 매달 꼬박 꼬박 떼어가는 원천징수 방식이어서 세금 샐 틈이 없죠.

 

월급쟁이는 자영업자보다 세금 늘어나는 폭도 큽니다. 국세청의 `2008~2015년 귀속 연말정산 결과` 자료(박명재 의원실)를 보면, 지난 2008~2015년 사이 월급쟁이 연봉이 29%(2530만→3260만원) 늘어나는 동안 근로소득세 납부액은 60%(100만→160만원)나 치솟았습니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의 소득은 25%(2370만→2960만원) 늘어났지만 종합소득세 납부액은 30%(330만→430만원) 증가에 그쳤습니다.


결국 월급쟁이와 자영업자의 소득 증가폭은 4%포인트 차이에 그친 반면 세금 인상 폭은 월급쟁이가 자영업자의 2배에 달한 겁니다. 자영업자들은 필요 경비를 늘려 소득을 줄이는 방식으로 세금을 적게 낼 여지가 있지만 소득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근로소득자들은 세 부담을 낮출 수단(소득 및 세액공제)이 적어 상대적으로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되는 거죠.

 

이처럼 월급쟁이들이 자영업자보다 세금을 더 내는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한 정부가 아무리 조세정의를 외쳐도 공허한 메아리일 뿐입니다. 그래서 월급쟁이와 자영업자의 소득과 과세 실태를 한꺼번에 들여다보고 개선점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표본조사 수를 늘리는 등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과 월급쟁이의 면세자 비율(46.5%) 조정 방안을 함께 논의해 보고 대안을 찾아보자는 겁니다. (2015년 기준 전체 근로자의 46.5%인 803만명은 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낸다. 이는 미국(35.8%) 캐나다(33.5%)보다 10%포인트 이상 높고 영국(5.9%)보다는 40%포인트나 높다.)


월급쟁이와 자영업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세제개편안을 조속히 만들어야 조세저항도 피하고 조세정의도 세울 수 있습니다. 2018년 국정감사 때는 "고소득 자영업자의 세금 탈루가 크게 줄어 국세 수입이 늘고 세금에 대한 불만도 줄었다"는 통계를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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