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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을 땅·주식으로 낸다는데…안 팔리면

  • 2017.10.24(화) 11:26

납부 여력 없는 경우 물납 허용해 납세편의
매각 어려운 물납재산 국고 손실로 이어지기도

세금을 체납하면 은행 대출 이자처럼 가산세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수 있는데요. 당장 세금 낼 돈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용카드로도 세금을 낼 수 있지만 신용카드 역시 눈앞의 체납만 피할 뿐이어서 현명한 선택이 되지 못할 수 있어요. 자칫 카드값 연체로 이어지면 오히려 세금 체납 가산세보다 더 무서운 카드값 연체이자를 감당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다행히 돈이 없을 때 세금을 현물로 대신 내는 세금 물납제도라는 것이 있는데요. 하지만 물물교환하듯 아무 물건이나 다 되는 것은 아니고 부동산과 유가증권(국채·공채·채권·증권 등)만 가능하기 때문에 물납을 결정하기 전에 잘 따져봐야 합니다.
 
▲ 그래픽 : 변혜준 기자/jjun009@
 
# 물납 선택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상속인'
 
대다수 납세자들에게 물납제도는 생소할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물납으로 납부된 세금은 102건 뿐이었는데요. 금액으로는 1458억원 규모인데, 구체적으로는 659억원어치의 부동산과 799억원어치의 주식이 현금 대신 세금으로 납부됐습니다.
 
물납으로 세금을 대신할 수 있는 세목은 국세의 경우 상속세, 증여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법인세 등 5가지로 제한돼 있습니다. 지방세 중에는 재산세만 유일하게 물납으로 세금을 낼 수 있고요.
 
특히 상속세를 내야하는 납세자들이 물납을 선택한 경우가 많았는데요. 사망은 예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세금 낼 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상속 받은 부동산이나 주식 일부를 세금으로 대신 낼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지난해에만 1340억원의 상속세가 물납으로 납부됐습니다.
 
상속세 다음으로는 종부세 납세자들이 물납을 많이 이용했는데요. 종부세 납세자 중에서도 부동산만 있고 돈이 없어서 집이나 땅 등을 세금으로 대신 낸 경우가 지난해 13건이 있었습니다. 금액으로는 107억원의 종부세가 물납으로 징수됐죠.

# 깐깐한 물납의 자격
 
물납할 수 있는 세목이라 하더라도 아무거나 받지 않습니다. 너도나도 현금화하기 어려운 땅이나 주식으로 세금을 내겠다고 하면 나라 곳간이 제때 채워지지 않는 문제가 생기니까요. 그래서 각각의 세법에서는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물납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상속세나 증여세의 경우 상속 및 증여 받은 재산(부동산, 유가증권) 가액이 전체 상속·증여재산의 절반 이상이고 내야할 상속·증여세가 200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물납으로 세금을 낼 수 있어요.
 
특히 상속세 및 증여세의 물납은 ①국·공채 ②상장 유가증권 ③국내 부동산 ④비상장주식 ⑤상속인 본인 거주주택 및 부속토지의 순서로 허용됩니다. 현금 대신 낼 국공채가 있다면 부동산이나 비상장주식으로는 물납을 받아주지 않는거죠.
 
양도소득세와 법인세는 공익사업 등으로 원치 않게 토지가 수용됐을 때 물납을 허용하는데요. 이 때도 내야 할 양도세나 법인세가 1000만원 이상이어야만 물납할 수 있습니다. 물납 가능 재산도 공익사업 수용에 따른 보상채권으로 제한하고 있죠.
 
종합부동산세 물납도 낼 세금이 1000만원이 넘으면 가능한데요. 종부세 물납은 부동산으로만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어요. 1000만원이 넘는 재산세도 물납을 신청할 수 있는데 재산세는 지방세이다보니 관할 지자체 내의 부동산만 물납이 가능합니다.
 
 
# 물납 가치평가 기준은
 
물납은 현금이 아닌 부동산과 주식 등으로 세금을 대신 내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국가에서 이를 다시 현금화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합니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국세청을 대신해 매각하고 매각 대금을 국고로 환수시키죠.
 
문제는 세금 대신 징수할 때 물납 재산의 가치를 얼마로 평가하느냐인데요. 세목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물납 당시의 시가로 판단하되 시가 판단이 어려운 경우 공시가격으로 재산 가치를 평가합니다. 부동산은 시가가 없으면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공익사업 수용 보상채권은 채권가격을 그대로 반영하면 되죠.
 
문제는 주식인데요. 상장주식은 주가라는 정해진 가격(평가기준일 전후 2개월 종가 평균액)이 있지만 비상장주식은 이 주가를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선은 비상장주식 평가기준일(물납신청일) 전후 6개월 이내에 불특정다수 사이의 객관적인 거래가 있거나 경매 및 공매가 있었던 경우에는 그 값을 시가로 보고요. 그밖에는 보충적 평가방법이라고 해서 법에서 정한 계산방식으로 가치를 평가합니다. 보충적 평가방법은 비상장주식 1주당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각각 6대 4의 비율로 가중평균해서 산출하는데 좀 복잡합니다.
 
1주당 순손익가치는 최근 3년간 1주당 순손익의 가중평균액을 국세청 고시 자본환원 이자율(10%)로 나눈 값이고, 1주당 순자산가치는 평가기준일 현재 해당 비상장기업의 순자산가액을 발행주식 총수로 나눈 것입니다.
 
# 매각 지연되면 국고손실 부작용
 
물납은 납세편의를 제공해 주고, 세금을 떼이는 상황을 막아주는 1석2조의 제도입니다만 부작용도 적지 않습니다. 
 
가장 큰 부작용은 국고손실인데요. 국가가 세금 대신 받은 부동산과 주식 등이 매각되지 않거나 저가에 매각되면 국고 손실이 생깁니다. 이 때문에 물납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국고손실은 시장가격 산출이 어려운 비상장주식을 물납으로 받았을 때 주로 발생하는데요.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올해 6월말까지 세금 대신 물납으로 받은 비상장주식은 1조413억원어치에 달하지만 이 중 매각된 주식은 4336억원어치 밖에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국가가 보유중인데 이 또한 언제 처분될지 알 수 없죠.
 
심지어 비상장주식을 세금으로 받았지만 회사가 망하는 바람에 주식이 휴짓조각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납된 비상장주식 중 약 3000억원어치는 회사의 자본잠식과 매각 유찰 등으로 자산 가치가 증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문제도 있는데요. 비상장주식으로 세금을 대신 낸 후에 특수관계자를 통해 이를 저가에 다시 매입하는 편법이 나온다는 겁니다. 
 
비상장주식은 해당 회사에 대한 정보가 적고 지분을 취득하더라도 경영참여 등이 어렵기 때문에 매각과정에서 유찰되는 경우가 허다한데요. 이런 탓에 비상장주식의 수의매각 비중은 70~80%대로 높습니다. 납세자가 가격이 떨어진 비상장주식을 특수관계자 등을 통해 다시 사들여서 편법적인 이익을 누리게 되는 겁니다.
 
실제로 2010년 이후 국세청에 물납된 비상장주식의 56%를 특수관계자가 다시 매입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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