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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스 뷰]끽연가와 죄악세

  • 2017.10.27(금) 09:48

요즘 끽연가들은 우울하다. 회사건 집에서건 담배 피울 곳이 없어서 괴롭고, 담배에 붙는 무지막지한 세금 때문에 화가 난다. `호갱님` 취급을 받으면서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자신을 보면 자괴감마저 든다.
 
하루 1갑씩 담배를 피우는 호갱님은 세금을 얼마나 낼까. 1갑에 붙는 세금이 3323원이니 1년 365일이면 121만원을 내게 된다. 연봉 38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이 내는 소득세와 맞먹는 수준이다.
 
☞ 4500원짜리 일반담배(궐련 담배)에 붙는 세금 ▲지방세 : 담배소비세(1007원) 지방교육세(443원) ▲국세 : 개별소비세(594원) 부가가치세(409원) ▲부담금 : 건강증진부담금(841원) 폐기물부담금(24원) 엽연초부담금(5원) ▲합계 : 3323원(담뱃값의 73.8%)+원가 및 마진 1177원
 
정부가 담배를 통해 걷어 들인 세금이 지난해 12조원을 넘어섰다. 2014년 6조원의 갑절 수준이다. 수입물품에 부과하는 관세(8조3000억원) 수입을 훨씬 웃돈다. 박근혜 정부가 2015년 1월 담뱃값을 2000원 올리면서 세금을 듬뿍 붙인 덕이다. 담뱃값 인상 전 세금은 1550원이었는데 가격을 올리면서 개별소비세 항목을 추가해 단박에 3323원으로 1773원이나 올렸다. 담뱃값을 올린 게 아니라 담배 세금을 올린 셈이다.
 
 
이처럼 끽연가들이 많은 세금을 내니 애국자 소리를 들을 것 같지만 현실은 반대다. 담배세를 `죄악세`(Sin tax) 또는 `악행세`로 낙인찍고, 세금 내는 걸 당연시한다. 죄악세는 술 담배 도박 등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재화나 서비스에 붙는 세금을 말한다. 
 
흡연·음주·도박 중독으로 폐인이 돼 건강보험 재정을 축낼 확률이 높으니,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게 죄악세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소위 외부불경제(어떤 행동이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효과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라는 거다. 
 
☞ 지난해 죄악세로 걷어들인 세금은 자그마치 18조5000억원을 넘는다. (담배세 12조3604억원, 주류세 4조4499억원, 사행성(카지노 경마 경륜) 1742억원, 복권 1조5958억원)
 
죄악세는 소득 여부와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부과되는 간접세여서 서민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 간접세 비중을 높이면 세금 걷기는 좋지만 조세형평이 무너질 수 있다. 부자와 가난한 자에게 똑같이 1만원을 부과하면 가난한 자의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담배세를 많이 올리면서 흡연자와 비흡연자 사이의 조세형평도 기울어졌다. 
 
`담배=죄악`을 핑계 삼아 세금 걷기에만 재미를 붙인다면 조세저항을 부를 수 있다. 정부는 담뱃값을 올리면서 가격을 통한 금연정책으로 국민 건강을 증진한다는 `건강증진론`을 앞세웠지만 금연·건강효과는 오간데 없이 꼼수 증세만 남았다. 담배 소비량이 34%(2014년 43억5000만갑) 줄어들 것이라고 공언 했지만 15.9% 감소(2016년 36억6000만갑)에 그쳤다. 
 
이제라도 담배세 세율체계를 정비해 외부불경제 효과를 상쇄하는 선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끽연가들이 봉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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