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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신탁 주식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이유

  • 2018.01.11(목) 08:00

[Tax &]이동건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

조세의 전통적인 목적은 국방·복지·교육 등 국가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재원을 조달하는 것이다. 이른바 '재정적 조세'가 조세의 기본이다. 

그러나 현대국가에서는 조세를 통한 사회적·경제적 기능이 증가함에 따라 '정책적 조세'도 무시하지 못할 중요성을 지니게 됐다. 이는 국가가 원하는 방향으로 납세자의 행위를 유도하기 위해 조세라는 수단을 사용하는 것으로 '유도적 조세'라고도 부른다. 조세특례제한법상의 각종 감면과 공제제도가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이후 '규제적 조세(Regulatory tax)'라는 개념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다. 정책적 조세 중 납세자의 바람직한 행위를 유도하는 유도적 조세, 담배세·주세와 같이 사회악을 줄이기 위한 교정적 조세와는 달리 '납세자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제한하는 조세'가 바로 규제적 조세다. 

즉 납세자의 행위를 제한하기 위해 관련 비용을 손금불산입하거나 추가 과세를 통해 세부담을 늘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법인세법상 채무보증 구상채권에 대한 대손금의 손금불산입(19조의2), 접대비의 손금불산입(25), 업무용승용차 관련 비용의 손금불산입(27조의2), 지급처가 불분명한 지급이자의 손금불산입(28), 토지등 양도소득에 대한 추가 과세(55조의2) 등을 규제적 조세로 볼 수 있다. 

이렇듯 규제적 조세는 특정 행위의 제재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조세를 그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물론 납세자는 규제 대상이 되는 행위를 할 수는 있지만 세금이라는 대가를 부담해야 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규제적 조세의 대표적인 예가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이다. 주식 거래를 제3자의 명의를 빌려서 하는 경우 조세회피 목적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증여 받았다고 보아 과세하는 것이다. 명의신탁이라는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규제하기 위해 세법에 규제적 조세를 도입한 것이다. 

현재 부동산 명의신탁은 부동산실명제법에 따라 불법으로 금지되고 있으므로 직접 규제되고 있다. 반면 주식 명의신탁은 아직 세법에서 규제하고 있어 많은 조세불복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17년에 나온 명의신탁 증여의제 관련 판례 두 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①아버지가 임직원 명의를 빌려 관리하던 주식을 사망으로 아들이 상속한 후 아들이 본인의 명의로 개서하지 않았을 경우 새로운 명의신탁으로 보아 과세할 수 있을까? 

대법원 2014두43653 판결(2017. 1. 12. 선고)에서는 새로운 명의신탁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명의신탁이란 수탁자와 신탁자 사이에 명의 대여의 합의가 있어야 하며 과세관청이 이를 증명해야 하지만 새로운 합의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상속으로 명의신탁 관계가 자동으로 승계되는 경우에는 명의개서를 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증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 주식의 명의신탁으로 수탁자 앞으로 명의개서가 된 후 신탁자가 사망해 주식이 상속된 경우에는 명의개서 해태 증여의제 규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함으로써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하려는 대법원의 입장을 보여줬다.

아버지가 아들의 명의로 증권계좌를 개설하고 그 계좌를 통해 상장주식을 수차례 매매한 후 그 상장주식이 아들 명의로 개서된 경우 각각에 대해 모두 새로운 명의신탁으로 보아 과세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증권계좌의 경우 수많은 상장주식을 매수 매도하므로 최초의 명의개서 주식은 몰라도 그 주식을 매도한 대금으로 취득해 명의개서된 주식을 다시 새로운 명의신탁으로 증여의제할 수는 없다는 판결이다(대법원 2011두10232 판결, 2017. 2. 21.선고).

즉 시기상 또는 성질상 최초의 명의신탁된 주식과는 단절된 새로운 명의신탁으로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시 증여세를 과세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판결이지만 과세를 위해서는 일일이 주식 거래의 자금 흐름을 추적해야하는 부담이 생겼다.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은 1974년 그 태생부터 납세자와의 갈등을 예고해왔다. 명의신탁이라는 나쁜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담세력이 없는 곳에 과세하겠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헌법재판소는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실질과세원칙의 예외로 허용될 수 있다고 했으나, 조세 이론상 경제적 실질이 귀속되는 명의신탁자 대신 아무런 혜택이 없는 명의수탁자에게 과세하는 것은 실질과세의 예외로 합리화될 수 없을 것이다. 외국의 경우에도 부의 이전 없이 명의만 빌린 거래를 증여로 보아 과세하는 국가는 없다. 

이렇듯 문제가 많은 규제적 조세가 오랜 기간 동안 존속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규제적 조세는 정책적 조세의 일종으로 그 정책적 목적이 달성됐다면 폐지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입법 당시 규제의 목적을 명확히 하지 않는 바람에 규제의 목적이 달성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또한 규제적 조세와 재정적 조세의 구분이 모호한 경우도 있다. 규제적 조세로 인한 재정 수입이 어느 정도 확보돼 규제의 목적이 달성된 이후에도 과세관청 입장에서는 폐지하기가 곤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규제적 조세의 입법 목적은 납세자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를 제재하기 위한 것이지 재원을 조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입법 목적이 달성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규제적 조세를 철폐해야 할 것이며, 주기적으로 규제적 조세의 폐지 여부를 검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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