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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세관은 밀수쇼핑을 몰랐을까

  • 2018.04.26(목) 11:37

밀수 경로인 상주직원 통로도 사전 세관검사가 원칙
법규준수 우수업체 지위로 검사 배제됐을 가능성도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논란이 조씨를 포함한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밀수쇼핑' 논란으로 확산됐다. 조씨 일가가 해외에서 구입한 고가물품을 대한항공 직원들을 통해 대리반입했고, 이른바 VIP통로를 통해 세관검색까지 생략해 관세를 포탈하는 등 불법을 저질렀다는 내부고발이 쏟아진 것이다.
 
일반인은 입국할 때 600달러인 면세한도를 1달러라도 초과할까봐 노심초사하는데 조씨 일가는 어떤 방법으로 수년간 세금 한푼 안 내고 고가의 물건들을 밀반입할 수 있었을까. 세관은 정말 그들의 밀수쇼핑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공개된 내부고발 내용들을 토대로 관련 궁금증을 정리해봤다. (도움말 : 관세청, 관세청 퇴임 관료, 인천공항공사)
 
#정황1 : 대한항공 해외 현지 지점장이 현지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대한항공 여객기 사무장이 1등석에 보관해 한국으로 배달했으며,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공항 게이트에 대기하던 대한항공 직원이 물건을 수령한 후 상주직원 통로를 통해 신고 없이 반입했다.
 
#정황2 : 국내로 반입하는 물건을 대한항공 법인에서 사용하는 항공기 부품으로 허위기재해 검색을 받지 않았다.
 
#정황3 : 반입 물품 가운데 영수증에 5000달러가 써 있는 크리스티앙 디올 드레스가 있었다. 가구, 인테리어소품, 아동복, 속옷, 소시지 등 다양한 품목이 밀반입됐다.
 
- 상주직원 통로는 어떤 곳인가
▲ 상주직원 통로는 공항에서 일하는 업체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면세점, 항공사, 통신사, 식당 등 공항에 영업 목적으로 상주하거나 공항공사, 관세청, 법무부 등 공적인 업무수행을 위해 상주하고 있는 직원들이 출국장을 오갈 때 사용하는 곳이다. 인천공항공사가 직접관리하며 세관 공무원은 따로 상주하지 않는다.
 
- 상주직원 통로를 통과하는 물품은 세관검색을 하지 않나
▲ 세관공무원이 없기 때문에 세관검색을 하지 않고 공항공사의 보안검색만 하고 있다. 하지만 관세법상 공항 내에 상주하는 모든 직원은 보세구역 안이나 밖으로 물품을 반출입할 때 관세법에 따라 사전신고를 하고 그 신고서를 보안검색요원에게 확인받아야 한다.
 
이 때 자가소비용 개인물품과 공사용 수리자재, 면세점 매장보수 및 설치용품, 상주업체 및 기관의 사무용품, 청소용품, 쓰레기, 쇼핑백 등 서비스용품, 기타 생수 등 육안으로 식별가능한 물품 등은 신고를 생략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조씨 일가의 지시를 받은 대한항공 직원들이 이 예외규정을 악용해 밀반입한 것이 아니라면 세관과 공항공사 직원의 묵인하에 물품을 반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 항공기 부품은 세관검사대상이 아닌가
▲ 수입되는 항공기 부품은 관세율표상 관세율이 0%이고 부가가치세도 붙지 않는다. 하지만 세금과 검색대상은 별개다. 관세가 붙지않는 물품이라도 신고물품과 반입물품의 동일여부 등을 가리기 위해 검색을 한다. 엑스레이 검사만 받았더라도 항공기 부품인지 명품가방인지 등의 구분은 충분히 가능하므로 만약 검사한 적이 있다면 세관에서 몰랐을 리가 없다.
 
다만 수입물품에 대한 세관의 통상적인 검사비율이 1% 수준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탈루나 밀수혐의가 있는 물품 위주로 검사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대한항공의 신고물품이 검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은 있다. 
 
특히 대한항공은 2012년부터 관세청에서 법규준수도가 높은 통관우수업체(AEO)로 선정해 수입물품검사를 최소화하는 우대를 받고 있다. AEO업체에 대해서는 세관의 특송물품 등 일부에 대한 수입검사가 생략되고 품질인증이 필요한 물품을 수입할 때 받는 세관장 확인도 생략된다.
 
- 세관이 카드사용 내역도 파악하고 있지 않나 
▲ 2014년부터 해외에서 분기(3개월간)에 5000달러 이상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현금을 인출한 경우 관세청에 통보돼 왔다. 이 제도는 최근에 더 강화됐는데 2018년 4월부터는 600달러 이상의 사용내역과 인출내역에 대해서도 관세청에 실시간 통보되고 있다.
 
조현민 씨의 쇼핑 내역 중 5000달러짜리 명품 드레스가 포함돼 있었다는 제보도 있는데 구매 시점이 2014년 이후라면 관세청이 이를 몰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조씨 일가들이 본인명의의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내국인인 대한항공 직원이 대신 카드를 사용했다면 파악이 된다. 
 
다만 현금을 사용했다면 어디서 얼마의 현금을 인출해 사용했는지에 따라 관세당국의 파악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1회에 1만달러를 초과해 송금하거나 연간 5만달러를 넘어서는 송금내역은 관세청과 국세청에 통보된다. 이와 관련 관세청은 최근 압수수색을 통해 조양호 회장 부부와 조현아, 조현민, 조원태 등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해외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확보해 조사중이다.
 
- 대한항공만 문제가 되나
▲ 항공기 부품으로 위장한 통관으로 좁혀보면 대한항공 외에 다른 항공사들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을 수 있다. 항공사들이 반입하는 일정물품에 대한 검사가 배제됐을 가능성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에도 2012년부터 통관우수(AEO)업체로 선정돼 검사와 세관장 확인생략 등의 혜택을 받고 있다.
 
그외 상주직원통로를 활용하거나 VIP 의전 차원에서 검사가 배제된 이른바 프리패스 개념이라면 범위가 아주 넓어질 것이다. 대한항공 뿐 아니라 정치인, 기업인, 언론, 공무원 등 각계각층에서 프리패스 요청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세관에서도 이를 수용하고 있다. 다만 통관 과정에서 불법적인 물품이 있었는지, 명품의 구매 규모가 과도했는지, 관세청 공무원이 어디까지 연루됐는지 여부가 수사의 관건이다. 
 
- 세관과 대한항공의 유착관계도 거론된다
▲ 사실 이른바 밀수쇼핑이 아주 오랜기간 벌어진 일이라면 세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구조다. 세관이 대한항공에 통관 편의를 봐주고 대한항공에서는 세관 공무원이 외국을 드나들 때 항공 편의를 제공해준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관세청 직원이 출장갈 때 이코노미석을 1등석으로 업그레이드해 줬다는 퇴직 관세청 관료들과 항공사 직원들의 경험담도 나온다. 경찰도 이 부분 내사를 하고 있고 감사원 감사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수 년 전 세관에서 조현아의 항공기 관련 납품비리를 내사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내사 단계에서 혐의 없음으로 종결됐다. 항공기 구입 관련 리베이트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있었지만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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