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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하자

  • 2018.05.31(목) 08:00

[Tax&]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

“기업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속세를 면제해 주는 것은 조세형평성에 어긋난다.”

“있는 공제제도 활용도 어렵다. 경영존속 초점 맞춰야”

가업상속공제에 대해 상반된 시각을 보여주는 신문기사 중의 일부이다. 가업상속공제는 2008년 시행 이후 관련 세법규정이 거의 매년 변경돼 왔다. 

처음에는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30억원 한도 내에서 공제했지만 현재는 중소기업(자산총액 5000억원 미만)과 중견기업(직전 3년 평균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이 모두 대상이 되고 한도액은 최대 500억원까지 증가했다. 

적용대상이 대폭 확대되고 공제액도 17배 증가했다. 이를 두고 부자감세나 부의 세습에 대한 지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런데 가업상속공제가 적용되는 건수를 보면 2008년의 51건에서 2016년 76건으로 소폭 증가했고 지난 9년간 연평균 59건 발생하는데 그쳤다. 

가업상속공제 건당 금액은 2008년 8000만원에서 2016년에는 42억원으로 증가했다. 2014년까지는 건당 금액이 15억원을 넘지 못하다가 2015년 26억원, 2016년 42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최근에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2016년의 가업상속공제 건당 금액 42억원은 큰 금액이기는 하지만 한도액 500억원에 비하면 1/10도 안되는 금액이다. 즉, 세법상으로는 가업상속공제 대상과 한도액이 대폭 확대돼 비판을 받고 있으나 실제 적용사례는 많지 않아서 적용대상이 되는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 경영자들은 불만이 많다. 

또한 이 제도는 상속시 과세되지 않고 상속인이 가업상속공제 자산을 처분할 때 이월해서 과세되므로 상속세의 감면이 아니라 유예에 불과하다는 점도 가업상속공제의 적용을 어렵게 하고 있다. 


가업상속공제는 가업승계를 통한 가업유지와 고용유지를 위해 도입됐다. 중소기업의 창업자가 사망하는 경우 상속인(주로 아들이나 딸)이 상속세를 납부하다 보면 기업을 유지하기 어려우므로 상속세를 감면하거나 유예시켜 가업을 계속 하도록 하되, 고용유지를 통해 가업상속공제 지원 이상으로 국민경제에 기여하라는 것이다. 

이런 가업상속공제가 바람직하게 정착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실증 자료를 이용해 가업상속공제에 대해 평가해야 한다. 가업상속공제에 대한 평가를 통해 가업상속공제가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면 가업상속공제를 유지 또는 확대해야 하고,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면 축소 또는 폐지해야 한다. 

현재는 가업상속공제의 건수와 금액만 공개될 뿐이고 정확한 자료가 없으므로 가업상속공제의 성과를 평가하기 어렵다. 그러나 국세청은 관련 자료를 갖고 있으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가업상속공제에 대한 평가 결과 가업상속공제가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가업상속공제의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서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면 오히려 쉬운 문제지만, 이를 확대해야 한다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가업상속공제가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제 하에 가업상속공제의 개편방안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전요건을 완화해야 한다. 현재는 ‘피상속인이 최대주주로서 50%(상장기업 30%) 이상의 지분을 10년 이상 계속하여 보유’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지분비율을 낮추거나 보유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소유권과 경영권을 승계해 가업을 수행하던 중 상속인에게 발생한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경영권을 포기하고 전문경영자의 영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사후관리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 현재는 ‘근로자의 수’를 유지하도록 되어 있으나 독일처럼 ‘총급여’를 유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중소기업이라도 ‘근로자의 수’와 ‘총급여’ 요건 중 선택 가능하도록 해서 기업의 고용신축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이는 가업승계 후 기업환경의 변화로 고임금 근로자를 고용하는 경우에도 근로자의 수를 유지해야 하는 요건 때문에 가업상속공제를 포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셋째, 사후관리기간을 단축해야 한다. 사후관리기간을 현행 10년에서 5년(일본·독일 85% 공제시)이나 7년(독일 100% 공제시)으로 단축해 가업승계 후 환경변화에 적응하고 가업운영의 신축성을 보장해야 한다. 

가업상속공제의 대상이 된 상속인들은 가업상속공제를 통한 지원 이상의 역할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가업상속공제가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가업승계세제와 관련된 구체적인 논의에 앞서 가업승계를 지원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가업상속공제 관련 세법조항은 어쩌면 올해 또 변경될 지도 모른다. 그만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업상속공제가 부자감세나 부의세습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가업승계를 통해 고용유지, 더 나아가 고용창출을 함으로써 바람직한 세제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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