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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부세입니다"

  • 2018.06.17(일) 10:54

종부세 어떻게 변해왔나

내 이름은 종합부동산세입니다. 이름이 길어서 많은 사람들이 '종부세'라고 줄여서 부르죠. 요즘 나를 향한 관심이 부쩍 많아진 것 같아 그동안 살아온 얘기를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나는 2005년 1월 5일에 태어났습니다.
 
'강남 불패'라는 조어가 만들어진 때였죠. 당시 노무현 정부는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매월 대책을 내놓다시피했는데요. 그 결정판이 나(종부세)라고 할 수 있죠.
 
세금 부담이 늘어나자 부자들은 '세금 폭탄'이라고 반발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나를 만들어준 분들이 "헌법보다 더 고치기 어려운 세법을 만들겠다"고 힘을 실어줬거든요. 
 
그리고 11개월 만에 첫 세금 신고를 받았는데요. 그해 전국의 부동산 부자 7만명이 종부세를 냈습니다. 세액은 4413억원으로 1인당 630만원씩 납부한 셈이었죠. 
 
첫 돌이 지나자 한층 더 힘이 붙었습니다. 과세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에서 6억원으로 강화했고, 인별합산에서 세대별 합산 방식으로 바꾸었죠. 당시 부자 부부들은 독신자보다 세금을 더 내게 된다며 불만을 쏟아냈지만 애써 무시했습니다.
 
두 번째 생일을 맞을 무렵 종부세를 낸 사람은 34만명으로 5배로 급증했고 세액도 1조3275억원으로 껑충 뛰었죠. 이듬해에는 과세대상 48만명에 세액 2조4143억원으로 최고의 성적을 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08년 나를 만들어준 분들이 떠나고 새로운 어른들이 오면서 시련의 세월이 시작됐습니다. 애초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죠.
 
부부가 함께 집을 갖고 있거나 주택 한 채만 가진 사람에게도 무거운 세금을 물린다는 게 표적이 됐습니다. 결국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정을 받고 수술대에 오르게 됐습니다. 
당시 어른들은 나를 2005년 태어난 시절로 되돌려 세대별 합산 대신 인별 합산으로 세금을 계산하게 만들었어요.
 
를 싫어하는 분들의 비판을 받아들여 세금부담도 크게 줄였습니다. 1주택만 가진 사람에게는 9억원이 넘어야만 세금을 받기로 했어요. 나이가 많은 분들과 주택을 오래 갖고 있던 분들에게는 세금을 좀 깎아주기로 했죠. 
 
주택에 적용하던 세율도 원래 1~3%였는데 0.5~2%로 절반 가까이 낮췄고 과세표준을 공시가격의 80%만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그때 도입했습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탄력적으로 60~100% 사이에서 적용할 수 있지만 80%로 정해진 이후 누구도 더 올리자는 얘기를 하지 않고 있죠.  
 
부동산 경기까지 얼어붙으면서 2009년부터 세금을 내는 사람과 세액이 반토막을 줄었어요. 한때 40만명을 넘었던 납세 인원은 20만명대에 그쳤고 2조원을 돌파했던 세수도 1조원대로 떨어졌습니다. 이런 추세가 2016년까지 이어져 오면서 오랜 암흑기를 겪어야 했죠. 
 
세법 규정도 7년간 바뀌지 않았어요. 2016년에야 바뀐 규정은 당시 아무도 이용하지 않던 종부세 물납 규정을 폐지하는 내용에 불과했죠.
 
그렇게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내 이름을 없애고 재산세의 일부로 흡수하자는 얘기까지 나왔어요.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국세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이 걷는 지방세로 말이죠. 나를 하찮게 여기는 어른들의 태도에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때는 목숨줄 챙기는 게 급선무였죠.
 
기나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지난해부터 다시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나를 만들어준 분들이 10년 만에 돌아왔거든요. 마침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과세대상 인원이 40만명을 돌파했고 세수도 2조원을 넘보는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이제 며칠 후에는 종부세 개편 방안이 나옵니다. 9년 전 만들었던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높이거나 세율을 조정한다는 얘기도 들리는데요. 과연 나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나의 황금기는 다시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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