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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피보다 진하다

  • 2018.06.27(수) 08:00

[Tax&]이동건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

'돈은 피보다 진하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속담을 무색하게 하는 신조어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상속 관련 소송이 2006년 2만5280건에서 2016년 3만9125건으로 증가했다. 상속재산 분할심판청구 소송은 2006년 207건에 불과했으나  2016년 1223건으로 10년 사이에 약 6배 증가한 것을 보면 그 말의 의미가 실감이 난다. 상속재산 분할 소송 과정에서 부모 자식 간, 형제 간의 가족애가 '돈' 앞에서 일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보면 씁쓸한 기분도 든다.

민법 제1009조에는 같은 순위의 상속인이 여러 명인 경우에는 그 상속분은 균분으로 한다고 하면서, 공동상속인 간의 법정상속지분(배우자는 자녀의 1.5배)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상속자산 분배는 부모 사망 시 공동상속인 간의 협의를 통해 정하게 되므로 특정 상속인이 법정상속지분을 초과하는 상속재산을 가져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동상속인 간의 상속재산 분할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모두가 동의하지 않는 한 다시 상속재산 분할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 부모님의 봉양 여부, 생전 증여 여부, 상속재산에 대한 본인의 기여도 등에 대해 각자의 의견이 다르므로 상속재산 분할에 대한 협의가 쉽게 이뤄질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행히 상속인들 간 협의가 잘 이뤄져서 상속인들 중 일부가 민법상 상속지분보다 많은 재산을 물려받는 경우 상속을 적게 받은 다른 상속인들로부터 재산을 증여 받은 것으로 볼 위험은 없을까. 

대답은 '증여세 과세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공동상속인 간에 최초의 상속재산 분할협의로 일부가 법정상속지분을 초과하는 재산을 취득했어도 상속개시일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직접 상속 받은 것으로 간주한다. 민법 제1015조에 '상속재산의 분할은 상속개시된 때에 소급해 그 효력이 있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증여세 과세에서 제외되는 상속재산의 분할협의는 언제까지 이뤄져야 할까. 협의분할의 기간에는 제한이 없다. 그 협의분할이 최초의 협의라면 상속이 개시된 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후에 합의가 됐다고 해도 상속인이 법정상속지분을 초과해 재산을 취득하는 당해 재산은 증여재산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최초 분할협의가 아닌 재차 분할협의일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상속 개시 후 상속재산에 대해 등기·등록·명의개서 등으로 각 상속인의 상속분이 한번 확정된 이후 그 상속재산에 대해 공동상속인이 다시 협의분할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때 특정 상속인이 당초 상속분을 초과해 취득하게 되는 재산은 그 분할에 의해 상속분이 감소한 상속인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돼 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 제3항). 

즉, 최초의 분할 협의에 따라 등기 등이 이뤄진 후 재차 협의에 따라 추가로 분할·취득한 경우에는 증여로 보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상속세 과세표준 신고기한(상속개시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재분할협의에 의해 당초 상속분을 초과해 취득한 경우에는 증여세 부과를 하지 않는다. 상속회복청구의 소에 의한 법원의 확정판결에 따라 상속인 및 상속재산에 변동이 있는 경우와 같이 무효 또는 취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도 증여세 과세대상이 아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최초의 협의분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사례1 
아버지가 사망한 뒤 상속받은 부동산을 상속인들 명의로 상속등기하지 않고 있다가 27년이 경과한 후에 부동산의 매각 편의를 위해 어머니 단독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했다. 그 직후 부동산을 매도하고 매각대금을 어머니와 자식들 간에 분배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그 일련의 과정이 일체로서 실질적으로 최초의 상속재산 협의분할에 해당하므로 어머니가 자녀들에게 증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2017두59055 판결, 2017년 11월 9일 선고).

#사례2 
아버지 사망 후 6년이 지나 형제 간 협의에 의해 상속한 토지 중 선산으로 사용하기 위한 토지는 장남 단독 명의로 등기했다. 등기 후 7년이 지나 주위의 개발사업으로 해당 토지 가격이 급등하자 장남은 동 토지를 매각하고 형제들에게 현금으로 일부를 분배해줬는데 과세관청은 증여로 보고 과세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상속재산의 분할이 1차 합의를 통해 모두 종료된 이후에 상속재산을 둘러싼 가족 간의 불화를 일거에 종결시키기 위해 별개 약정에 따라 지급된 돈이라고 인정해 증여세 과세대상이라고 판단했다(2017누45317 판결, 2017년 10월 18일 선고). 

토지는 1차 합의 당시 선산으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었고 형제들의 공유물이었기 때문에 처분이나 사용·수익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보통의 토지로서의 가치가 인정되기 어려웠다. 따라서 공동상속인들은 최초의 상속재산 분할협의 과정에서 이 사건 토지 지분을 사실상 장남이 취득하는 것으로 전제하고 협의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이와 같이 공동상속인 간의 상속재산 분할에 관한 협의는 '돈'과 직결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에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분할협의 과정에서 형제 사이가 나빠지는 것은 물론 잘못하면 증여세가 추가로 과세될 수도 있으므로 최초의 협의분할이 중요한 것이다. 형제 간의 우애를 지키기 위해서는 생전에 모두 써버리고 상속재산을 남겨주지 않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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