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스토리
  • 검색

[입국장면세점]上 왜 안됐나

  • 2018.08.16(목) 14:33

1994년부터 추진돼 온 입국장 면세점
설치목적에 반하고 조세형평에도 안맞아

입국장 면세점 설치문제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1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입국장 면세점 도입방안에 대한 검토지시를 내리면서 그동안 입국장 면세점 설치에 반대했던 관계부처도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것은 처음이다.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위해서는 관세법 등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데, 현재도 의원입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중이어서 정부입법안이 마련될 경우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입국장 면세점 설치는 오래전부터 추진됐지만 결실을 보지 못했다. 1994년 한국공항공사(당시 한국공항공단)가 입국장에도 면세점을 설치해 달라며 정부에 관세법 개정 건의를 올린 것이 시작인데, 관세청과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2001년 인천공항 설치와 함께 한국공항공사에서 독립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법개정을 추진했다. 면세점을 더 유치해서 임대료 수익을 올리기 위함이었는데, 해외여행객 편의제공이라는 명분을 얹어서 정치권을 압박했다. 80%가 넘는 해외여행객들이 입국장 면세점을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는 매번 도입 근거로 제시됐다.
 
하지만 법개정은 쉽지 않았다. 2003년 이후 7차례나 의원입법으로 관세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소관상임위의 벽을 넘지 못했다.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심사과정만 거쳤을 뿐 본회의에 상정된 적은 한차례도 없다.
 
■ 입국장 면세점 도입 관련 관세법 개정안 제출 결과
2003.03.24. 임종석 의원 등 29인 발의/ 회기만료 폐기
2005.06.15. 임종석 의원 등 44인 발의/ 상임위 폐기
2007.03.05. 한병도 의원 등 15인 발의/ 회기만료 폐기
2008.06.19. 이명규 의원 등 22인 발의/ 상임위 폐기
2010.10.04. 변웅전 의원 등 10인 발의/ 상임위 폐기
2012.11.29. 안효대 의원 등 12인 발의/ 회기만료 폐기
2018.07.17. 이태규 의원 등 10인 발의/ 진행중
 
# 면세점 설치 근거와 안 맞아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위한 관세법 개정안이 발의되는 족족 폐기된 이유는 반대 논리가 확실했기 때문이다. 면세점 설치근거에 반할뿐만 아니라 조세형평에도 맞지 않다는 논리다.
 
우선 입국장 면세점은 외국인 여행객의 편의제공이라는 면세점 설치근거에 배치된다. 면세점은 어차피 외국인이 해외로 들고 나갈 물건이기 때문에 관세부과를 보류한 상태의 물건을 파는 것이다. 하지만 내국인들도 해외로 나갈 때에는 일정액(면세점 구매한도 3000달러)까지는 소비할 수 있도록 해주면서 오용의 문제가 생겼다.
 
해외에 나가서 사용할 것이라서 면세혜택을 준 것인데 국내에서 사용할 것을 나가면서 미리 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면세점은 이제 국내로 들여올 물건을 세금 없이 싸게 사는 곳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많은 해외여행객들이 출국할 때 사서 여행 내내 들고다니다 입국한다. 80%가 넘는 여행객들이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찬성하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여행 내내 면세품을 들고다니기 불편하니 아예 입국할 때 면세품을 살 수 있도록 해달라는 입국장 면세점 설치 주장은 면세점 설치근거와는 거리가 아주 먼 셈이다.
 
입국장 면세점은 조세 형평에도 안 맞는다.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에게만 면세 혜택을 주는 것이어서 같은 제품을 국내 매장에서 구매하는 소비자들과 형평에 맞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해외여행을 할 수 있고, 면세점에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여유층들이다.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이 꾸준히 반대했던 이유다.
 
# 안 맞아도 불편하니 바꾸자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찬성하는 쪽의 논리는 단순하다. 쇼핑 편리성이다. 면세점 설치근거에는 반하지만 현실적으로 다수의 여행객들이 선물 등의 이유로 면세쇼핑을 즐기고 있으니 여행 내내 들고다니게 하는 불편을 주지 말자는 차원이다.
 
과거 일부 계층의 특권으로 여겨졌던 해외여행이 과거보다 보편화된 것도 입국장 면세점 설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인천공항이 생겼던 2002년 700만명 수준이던 해외여행객 수(내국인 출국자수)는 2016년 2238만명, 2017년 2650만명으로 불었고 올해는 3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내국인 출국자 수
2011년 1269만명
2012년 1374만명
2013년 1485만명
2014년 1608만명
2015년 1931만명
2016년 2238만명
2017년 2650만명
2018년 3000만명(추산)
 
더불어 해외에서 쓸 돈을 국내에서 쓰도록 유도하자는 논리도 뒷받침된다. 내국인의 해외 카드사용실적은 2012년 94억3600만달러였으나 2017년에는 이보다 81% 증가한 171억1200만달러를 기록했다. 입국장 면세점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인천공항공사는 입국장 면세점이 설치될 경우 한국인 여행객이 해외 면세점에서 사용하는 외화를 연간 1500억원 가량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웃 국가들, 특히 중국의 입국장 면세점 확대도 자극이 됐다. 2000년대에는 입국장 면세점을 설치하고 있는 국가가 호주 인도네시아 등 소수에 불과했고, 특히 미국과 EU 등이 도입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해외사례가 입국장 설치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아시아 주변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입국장 면세점을 설치하면서 해외사례가 입국장 면세점 설치 근거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국의 경우 2016년에 19개 공항에 입국장 면세점 허가를 내줬고, 일본은 최근 시내면세점을 허가한데 이어 올해 나리타 공항에 입국장 면세점까지 허가했다.
 
국내 주요 면세점의 중국관광객 매출비중은 2016년 현재 60%를 넘을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다. 중국에서 입국장 면세점을 만들어 자국민을 흡수할 경우 국내 면세점 사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