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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 바뀌면 국산맥주 소비 늘어날까

  • 2018.12.05(수) 08:58

[Tax&]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

'맥주 4캔에 만원.'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고 문구다. 목마를 때 시원한 맥주 한 잔이 가져다주는 기쁨은 때로는 삶의 활력소가 된다. 필자처럼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시원한 맥주 한 잔은 가끔 '작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최근 들어 맥주에 과세되는 주세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맥주를 현행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는 문제를 두고 국회와 언론에서 많은 논쟁을 벌이고 있다. 종가세와 종량세 논쟁이 지금처럼 뜨거웠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현재 맥주에 대한 주세 과세방식은 '종가세'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경우에는 '주류 제조장에서 출고하는 때의 가격', 수입신고하는 경우에는 '수입신고를 하는 때의 가격'에 세율 72%를 적용하고 있다. 가격에 세율을 적용한다고 해서 종가세라고 한다. 
 
반면 종량세는 '주류 제조장에서 출고한 수량'이나 '수입신고하는 수량'에 대해 일정한 금액을 과세하는 것이다. 국회에 제출된 주세법 개정안에 의하면 1리터당 835원의 주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종량세로의 전환이 왜 논란이 되는 것일까. 현재의 종가세 체제에서는 국내산 맥주는 출고 시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판매관리비용과 인건비 및 기업 이윤이 모두 과세표준에 포함'된다. 반면 수입 맥주는 통관 시의 가격에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발생하는 판매관리비용과 인건비, 이윤 등이 과세표준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즉 같은 맥주라고 하더라도 국내산의 과세표준이 수입산의 과세표준보다 더 크기 때문에 주세가 많이 과세돼 국내산 맥주가 더 비싼 가격으로 팔리게 된다. 
 
맥주업계에서는 이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종량세로의 개편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종량세는 양(1리터)에 주세를 과세하기 때문에 국내산과 수입산에 차이가 발생하지 않아서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마트에 진열된 수입맥주(사진=이명근 기자 / qwe123@)
 
맥주에 대한 주세 과세방식을 현재의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첫째 국내산 맥주의 가격 인하로 국내산 맥주의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그동안 같은 맥주라도 국내산의 과세표준에는 '판매관리비용과 인건비 및 기업 이윤'이 포함돼 수입산보다 많은 주세가 부과되므로 국내산 맥주의 가격이 비쌌다. 
 
종량세로 전환하게 되면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면서 국내산 맥주 가격이 인하된다. 문제는 수입산 맥주 가격이 상승하게 되어 '수입맥주 4캔당 1만원'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때 맥주 애호가의 불만이 커지게 될 것이다.
 
둘째 수제맥주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제맥주는 소규모 다품종 생산을 하게 되므로 생산비가 많이 들고, 새로운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비도 많이 소요된다. 
 
종가세 체제에서는 이렇게 많이 발생한 비용을 기준으로 주세가 과세되므로 판매가격이 더 높아지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종량세로 바뀌면 양에 따라서만 주세가 과세되므로 수제맥주 가격이 지금보다 낮아져서 수제맥주의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생맥주 소비는 줄고 병맥주나 캔맥주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종량세로 전환되면 병맥주나 캔맥주의 가격은 인하되지만, 그동안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발생해 과세표준이 낮았던 생맥주는 가격이 상승하게 되어 소비가 감소할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종량세로 개편하면 생맥주 세금이 60% 오르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치맥'하면 치킨과 맥주, 특히 생맥주인데 생맥주 가격이 오른다면 치맥 애호가의 불만이 커질 것이다.
 
넷째 수입맥주의 국내 생산이 늘어날 것이다. 맥주를 수입해서 판매하는 맥주회사 중에서 일부 회사는 종량세로 개편되면 수입 맥주의 국내 생산이 더 유리할 것이므로 수입 대신 국내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수입맥주가 아니라 '국내에서 생산하는 외국 브랜드 맥주'가 될 것이다. 
 
다섯째 맥주 이외의 다른 술에 대한 과세방식이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주정(酒精)에 대한 과세만 종량세이고 다른 술의 종류는 종가세 방식을 따르고 있다. 
 
그런데 맥주가 종량세로 바뀌면 소주나 막걸리 등 다른 술의 경우에도 맥주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이 논란이 될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도 "맥주뿐 아니라 전체 주류 종량세를 전반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맥주 과세방식은 유럽연합(EU), 일본, 호주, 중국은 종량세 방식을 택하고 우리나라와 베트남은 종가세 방식을 따르고 있다. 멕시코와 터키는 종가세와 종량세를 결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종량세를 도입하더라도 모든 술의 종류(주종)에 동일한 주세를 과세할 수는 없으므로 주종과 도수에 따라 세금을 어떻게 달리 할 것인가의 문제도 남아있다. 
 
어떻게 결론이 나든 세금이 맥주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앞으로도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어떤 경우든 세금이 재화(맥주) 소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이번 종량세 논란이다. 
 
세금은 납세자의 의사결정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지금까지는 주로 기업 차원에서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맥주에 대한 종량세 논란은 세금이 더 이상 기업의 의사결정에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의사결정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무쪼록 맥주 애호가가 세금 때문에 화가 나서 맥주를 더 마시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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