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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축제를 바꾼 주세법

  • 2019.04.10(수) 08:09

[Tax&]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

5월과 10월은 대학가 축제의 계절이다. 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1980년대에는 대학생활 낭만 중의 하나가 축제였다. 축제 때는 다른 대학, 특히 그 당시에는 자유롭게 드나들기 힘들었던 여대도 마음대로 갈 수 있었고, 평소에는 생각하기 힘들었던 캠퍼스 내의 음주도 가능했다. 평소에 음주를 즐기지 않지만 축제 때의 음주는 대학생활의 또 다른 낭만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대학가의 낭만인 축제 때의 음주가 사라지고 있다. 그 이유는 주세법 때문이다. 2018년부터 국세청과 교육부에서는 주세법 준수 안내를 하고 현장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3월에도 교육부는 '대학교 축제 주점에서 술을 팔면 안 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국의 대학에 보냈다. 현행법상 대학생들이 주류판매업 면허 없이 주류를 판매하는 것은 주세법 위반이라는 게 이유였다. 

조세범처벌법 제6조에서는 '주세법에 따른 면허를 받지 아니하고 주류를 제조(개인의 자가소비를 위한 제조는 제외)하거나 판매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한편 이를 구체화한 '벌과금 상당액 양정규정' 제6조에 의하면 무면허 소매의 경우에는 9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무면허 도매의 경우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대학가 축제 때 술을 팔면 판매한 물량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9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국세청과 교육부의 단속 이후 대학가의 축제 모습이 많이 바뀌었다. 주점이 없어진 학교들이 많아졌다. 대신에 학생들이 운영하는 벼룩시장이나 TV 프로그램인 '복면가왕'을 본뜬 공연이 등장하는 등 건전한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이를 보고 대학축제가 이제야 비로소 제 모습을 찾았다고 반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학가의 낭만이 없어졌다고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대학축제 때마다 과도한 음주로 대학축제 본래의 모습을 잃는 경우도 있었으니 반기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어떠한 경우든 과도한 음주는 지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친구나 선·후배 등과 약간의 음주를 즐기며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누던 낭만이 조금은 그리워지기도 한다. 

물론 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사례도 등장한다. 

첫째, 편의점 등에서 주류를 구입해 대학 캠퍼스 내에서 마시는 경우가 있다. 조세범처벌법이 대학 내 음주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므로 편의점 등에서 주류를 구매해 축제현장에서 마시는 것은 주세법 위반이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술을 무료로 제공하고 안주값에 이를 포함해 비싸게 안주를 판매하기도 한다. 무면허로 주류를 판매하는 것은 주세법 위반이지만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주세법 위반이 아니기 때문이다. 

셋째, '구매대행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주점에서는 안주만을 팔되 손님이 원하면 주점 운영자가 술을 사다 주는 것이다. 물론 약간의 수고료를 받기도 한다. 

넷째, 학생들이 캠퍼스 밖의 주변 음식점에서 일일주점을 열기도 한다. 학생들이 무면허로 주류를 판매하면 주세법 위반이지만 음식점에서 일일주점을 하는 경우에는 학생들이 주류를 판매하는 것인지, 음식점 주인이 주류를 판매하는 것인지를 식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세법 말고도 세법이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많이 있다. 

첫째,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종교인에 대한 종교활동비가 대표적이다. 종교활동비는 과세되지 않으므로 종교인에 대한 과세를 회피하기 위해 종교단체가 종교인에게 지급하는 급여(수고비)의 상당 부분을 종교활동비로 분류하기도 한다. 

둘째, 세금 때문에 국적을 바꾸기도 한다. 페이스북(Facebook)의 상장 직전에 미국 국적을 버리고 싱가포르로 귀화한 공동 창업자 에두아르도 새버린(Eduardo Saverin)과 배우 이연걸(싱가포르로 이주) 등은 세금 때문에 국적을 바꾼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셋째, 세금 때문에 본사를 이전하기도 한다. 영국의 다이슨이 본사를 영국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한다고 한다. 직접적인 이유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이지만 세금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법이 변경됐을 때 선진국 사람들은 변경된 법을 준수할 방법을 찾는 반면에 후진국 사람들은 법의 허점을 찾아 법을 우회할 방법을 찾는다는 말이 있다. 절세는 합법이고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이지만 탈세는 불법이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그런데 문제는 절세와 탈세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세법을 준수하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하는 것이 세법의 허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선진국다운 것이 아닐까. 마침 2018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었다고 하니, 이제는 우리나라도 선진국다운 납세문화가 조성돼야 할 것이다.

대학축제 기간 중 주류판매에 대한 국세청과 교육부의 규제가 건전한 대학축제 문화 조성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주세법을 준수하도록 하기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국세청은 주세법을 준수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고, 교육부는 건전한 대학축제 문화 조성을 위한 목적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주세법이 대학축제의 모습을 바꾸어 놓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주세법이 대학축제를 대학생다운 축제로 만드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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