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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극장]해외파 축구선수의 헛발질

  • 2019.04.12(금) 09:50

중국리그 거액 연봉 국내 신고 누락...'비거주자' 주장
가족은 국내 아파트 거주...조세심판원 '거주자' 판정

"김선수! 중동 리그에서 한번 뛰어볼래?"
"저는 어디든 좋습니다. 이적료가 얼마인가요?
"임대 계약으로만 무려 10억원을 주겠대."

국내 프로축구팀에서 뛰던 김모 선수는 훤칠한 체격과 준수한 발재간으로 감독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습니다. 수비수와 미드필더 등 위치를 가리지 않고 제몫을 다하면서 대표팀에도 꾸준히 이름을 올렸는데요.

그가 출전한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동메달을 획득하면서 병역특례 혜택까지 받았죠. 병역 문제가 해결된 후 외국 축구팀들 사이에서도 러브콜을 받으며 몸값이 급등했어요.

중동의 한 프로팀에서 거액의 몸값을 제시했고 김 선수와 에이전트는 단숨에 임대 계약을 맺었어요. 중동에서 9개월간 뛰면서 무난한 활약을 선보인 후 국내 명문 프로팀으로 다시 이적했죠. 이후 국내 팀에서 3년간 맹활약하며 최고의 수비수로 도약했고 중국 리그의 오퍼를 받게 됩니다.

"500만달러를 드릴테니 김 선수를 보내주시오."
"우리팀 주전 수비수인데 어림도 없는 가격이오."
"그러면 1000만달러는 어떻겠소?"

중국 프로팀은 천문학적인 금액을 제시했고 김 선수의 소속팀에서도 뿌리치기 힘들었어요. 그와 함께 뛰던 동료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중국에 진출해 고액 연봉을 받고 있기도 했죠. 구단은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고, 선수 입장에서도 '로또'와 맞먹는 천금의 기회였어요.

결국 김 선수는 중국팀과 3년 장기계약을 하고 구단에서 마련해준 아파트에서 생활하게 됐어요. 그가 중국 과세당국에 내야 할 소득세도 구단이 대신 내줬는데요. 이때 중국에 낸 세금은 국내에서 다시 외국납부세액으로 공제받으면서 절세 효과까지 누릴 수 있었죠.

개인적으로도 경사가 겹쳤는데요. 중국으로 진출하기 전에 결혼에 골인했고 아이도 낳았어요. 아내와 아이는 한동안 김씨의 어머니 집에서 머물다가 중국에서의 첫 시즌이 끝나고 서울의 고급 아파트로 이사했어요.

그가 중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은 국내에 있는 아내에게 꼬박꼬박 송금했어요. 재테크에도 관심이 많았던 김 선수 부부는 결혼 전부터 모아둔 자금으로 강남의 부동산까지 취득했어요. 하지만 국세청은 김 선수의 행보를 수상히 여겼고 종합소득세 세무조사에 나섰어요.

"중국에서 받은 수입금액을 신고하지 않고 누락했군요."
"저는 당시 중국 거주자였어요. 현지 과세당국에 세금도 다 냈고요."
"세법에 따라 국내 거주자가 맞습니다. 세금 추징하겠습니다."

국세청은 김 선수가 국내 거주자 신분이었기 때문에 중국이 아니라 국내에 세금을 내야 한다고 했어요. 김 선수는 중국에 주거지를 두고 있는 '이중 거주자'라고 주장했지만 국세청은 인정하지 않았는데요.

중국 세법에서는 거주기간이 만 1년이 지나야 거주자로 보는데, 김 선수는 2016년 당시 217일만 거주했기 때문에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어요.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도 모두 국내에 있었고 김 선수는 단지 외국에서 잠시 생활했다는 게 국세청의 판단이었어요.

중국에서 벌어들인 수입금액도 국내로 대부분 송금하고, 고가의 아파트와 고급 자동차를 구입한 점도 김 선수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어요. 국세청 관계자는 "가족을 비롯해 주된 생활의 근거지는 국내에 있으므로 소득세법상 국내의 거주자에 해당한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국세청의 세금 추징에 불만을 가진 김 선수는 세무대리인을 통해 조세심판원의 문을 두드렸어요.

"1년 이상 외국에서 거주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출국한 사실이 있습니까?"
"아내는 아이 출산 때문에 국내에 계속 살았습니다."
"비거주자 요건을 전혀 충족하지 못합니다. 이 사건은 기각합니다."

조세심판원은 김 선수의 심판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그가 주장하는 '비거주자'가 되려면 외국에서 1년 이상 거주할 것을 필요로 하는 직업을 가지고 가족과 함께 출국해 국내에 생활 근거가 없어야 하는데요.

김 선수의 가족들이 국내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비거주자가 될 수 없었어요. 김 선수도 중국 진출 첫 해에 국내로 입국한 횟수가 8회에 달했고, 가족과 함께 148일을 체류하는 등 국내에서 생활한 기간이 꽤 길었어요.

심판원은 "연봉의 대부분을 국내로 송금한 점과 수시로 입국하고 생활한 점 등을 감안하면 비거주자로 보기 어렵다"며 "국세청이 국내 거주자로 보고 과세한 처분에는 달리 잘못이 없다"고 밝혔어요.

■ 절세 Tip

세법상 거주자는 국내외 모든 소득에 과세하고, 비거주자는 국내 원천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한다. 국내에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이 있고, 직업과 자산상태에 비춰 183일 이상 국내에 계속 거주할 것으로 인정되면 거주자로 판단한다. 지난 2017년 해외파 축구선수들이 '비거주자' 신분으로 소득세를 돌려받은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가족과 함께 외국에서 거주하면서 국내 생활근거가 없었다는 점이 인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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