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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극장]배추장사 엄마의 고군분투

  • 2019.04.25(목) 14:39

교통사고로 척추장애 판정...딸과 세대합가 동거
조세심판원, 2주택자 양도세 '전액 확급' 결정

"언니! 우리가 청과직판 임차권을 따냈어요."
"노점상부터 함께 시작했는데 내 명의라서 미안하구나."
"당연히 언니 명의로 해야죠. 저는 괜찮아요."

동네 언니와 함께 채소 장사를 하던 김모씨는 서울의 대형 농수산물 시장이 개장한다는 소식을 듣고 밤잠을 설쳤습니다. 시장의 임차권을 취득하면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상인들의 로망이었죠.

복권 당첨과 맞먹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들은 운이 좋게도 임차권을 따낼 수 있었어요. 김씨는 동업을 하고 있었지만 임차권을 공동명의로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연장자인 언니 명의로 장사를 시작했어요.

김씨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악착같이 일했어요.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도 소문난 '악바리'였죠. 장사로 벌어들인 현금은 꼬박꼬박 은행에 저축했어요. 배고팠던 시절을 생각하며 꾸준히 돈을 모았고, 장사한 지 10년 만에 아파트도 구입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동업자였던 언니가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장사를 할 수 없게 됐어요. 김씨는 청과직판 임차권을 자신의 명의로 승계하려고 했죠. 하지만 시장을 운영하던 농산물유통공사는 김씨에게 임차권을 내주지 않았어요.

"저희도 임차인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제가 동업자인데, 장사를 못하다니 말이 되나요?"
"방법이 있긴 합니다. 임차권을 자녀에게 승계하면 됩니다."

김씨가 임차권을 가져올 방법은 딱 하나밖에 없었어요. 당시 농산물유통공사는 직계존비속에게 예외적으로 임차권 승계를 인정하고 있었는데요. 김씨의 둘째 딸을 동업자 언니의 양녀로 입적시켜 임차권을 이어받았어요. 딸이 가게 주인이 되고 김씨는 직원으로 일하게 된 거죠.

우여곡절 끝에 시장에서 배추 장사를 계속 할 수 있었지만, 김씨의 몸은 시간이 지날수록 쇠약해졌어요. 장사를 하는 날보다 병원에 누워있는 날이 더 많아질 정도로 건강이 악화했는데요. 결혼한 첫째 딸이 같은 아파트로 이사와서 틈틈이 김씨를 돌봤지만, 오랜 기간 고된 일에 지친 몸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어요.

어머니의 건강이 걱정스러웠던 딸은 김씨의 집에서 함께 지내기로 했어요. 딸의 극진한 간호 덕분에 김씨는 건강을 회복했고 다시 장사를 시작할 수 있었죠. 하지만 김씨는 시장에서 지게차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고 척추장애 판정을 받게 됐어요.

"그냥 집에서 쉬었으면 이렇게 다칠 일도 없었을텐데."
"엄마! 치료 잘 받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을거에요."
"병원은 너무 갑갑하구나. 공기 좋은 시골에서 살련다."

김씨는 서울의 아파트를 팔고 지방으로 내려가기로 했어요. 20년 넘게 살면서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집 한 채만 갖고 있었기 때문에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아파트를 팔고 난 후 양도소득세 신고도 하지 않고 지방으로 이사했어요.

아파트를 판 지 1년이 지날 무렵 세무서에서 연락을 받았는데요. 김씨가 1세대2주택자로서 양도세를 내야 한다는 설명이었어요. 김씨는 1주택자인 줄 알았지만, 세무서는 함께 살던 딸이 보유한 아파트때문에 한 세대에서 2주택을 보유했다고 판단한 거죠.

과세통지서를 받은 김씨는 세무서를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했어요. 하지만 세무서 직원은 세법 규정상 어쩔 수 없다며 김씨를 돌려보냈어요. 몸이 불편했던 김씨를 딸이 부양했고, 생계를 함께 하면서 지냈기 때문에 같은 세대가 될 수밖에 없었어요.

"세무사님!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제발 도와주세요."
"실제 장사를 했다는 사실만 입증하면 충분합니다."
"그럼 제가 뭘 준비하면 될까요?"
"통장사본과 입양관계증명서, 상인들의 확인서도 받아주세요."

김씨는 세무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요. 세무사는 김씨의 독립된 생계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어요. 비록 김씨가 딸과 같은 집에서 생활했지만, 생계를 따로 했다는 사실만 제대로 입증하면 별도 세대로 인정받을 수 있거든요.

김씨의 통장 사본을 봤더니 채소 판매에 대한 거래 내역이 확인됐고, 시장 임차권 승계를 위해 딸을 입양보낸 사실도 서류로 입증할 수 있었어요. 시장의 청과도매상인조합에서는 김씨가 오랫동안 배추장사를 해왔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써줬어요.

주민등록상으로도 김씨는 딸과 같은 주소지였지만 별도 세대로 등록했고, 척추장애 판정을 받은 이후 세대합가한 사실이 밝혀졌어요. 김씨는 딸과 세대합가 후 3년 만에 집을 팔았기 때문에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죠.

조세심판원도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국세청에 양도세 전액을 돌려주라고 결정했어요. 심판원은 "평생 채소장사를 했다는 진술내용에 신빙성이 있고 탈세의도 역시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별도 세대를 구성하지 않았다고 본 국세청의 과세 처분은 잘못됐다"고 밝혔습니다.

■ 절세 Tip

자녀가 노부모를 봉양하기 위해 세대합가한 경우 양도소득세 과세 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주택을 가진 자녀와 1주택자 노부모가 세대합가로 2주택이 되면, 일정기간 이내에 먼저 양도하는 주택을 1세대1주택으로 보고 비과세한다. 과세특례 기간은 당초 2년이었지만 2009년부터 5년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18년부터 10년으로 연장됐다. 노부모를 동거 봉양하는 직계 자녀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기 위한 세법 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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