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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세무서 놔두고 옆동네로 가야하는 이유

  • 2019.05.20(월) 14:08

[우리동네 세무서]①관할구역 '미스터리'
중앙, 지방행정기관 태생적 차이로 세무서 입지 복잡
1999년 대거 통폐합 후 관할구역 '뗐다 붙이기' 반복

서울 노원구에 사는 주민들은 세무서를 찾아갈 때 이웃 도봉구로 가야한다. 관할 세무서인 노원세무서가 도봉구 창동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봉구 사람들도 세무민원 해결을 위해 도봉구가 아닌 강북구 미아동으로 발품을 팔고 있다. 관할 도봉세무서가 미아동에 있기 때문이다. 노원구 주민은 도봉구에, 도봉구 주민은 강북구에서 가서 세금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더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것은 도봉구 내에서도 창동 주민들은 유일하게 도봉세무서가 아닌 노원세무서가 관할 세무서라는 점이다. 어차피 가까운 창동 내에 위치한 노원세무서가 관할로 정해진 것 같지만, 거리만 따지면 도봉구에서도 지리적으로 도봉세무서(강북구 미아동)와 가장 가까운 동이 창동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세무서 입지와 관할구역의 복잡한 관계는 더 있다. 동작세무서와 구로세무서가 각각 동작구와 구로구가 아닌 영등포구에 있고, 영등포세무서 관할인 것 같은 영등포구 신길동과 도림동, 대림동은 동작세무서 관할이다.

덕분에 사업자에 따라 가까운 세무서를 두고 멀리 있는 세무서를 찾아가야 하는 일도 허다하다. 구로디지털단지 사업자는 500m 거리의 금천세무서 대신 3.5km 떨어진 구로세무서를 찾아가야 한다. 영등포 도림시장 상인은 불과 400m 옆에 있는 구로세무서를 두고 2.3km 거리의 동작세무서를 가야 한다. 왜 이렇게 해야만 할까.

문제는 세무행정구역과 자치행정구역이 일치하지 않는 데서 비롯됐다. 시·군·구는 지방자치 행정기관이지만, 세무서는 경찰서, 세관 등과 함께 중앙정부의 일을 하는 중앙행정기관이다.

따라서 세무서는 중앙행정기관인 국세청의 업무편의, 중앙공무원 조직의 개편 등을 이유로 설치 및 폐지돼 온 반면, 시·군·구는 지역주민과 지역의회의 동의에 따라 설치와 폐지가 정해졌다.

그러다보니 지자체는 신설되거나 통폐합되더라도 세무서는 생기거나 폐지되지 않는 차이가 생겼고, 반대로 지자체 의지와 무관하게 정부 조직개편에 따라 세무서가 통폐합되거나 신설되기도 했다.

실제로 1999년 지역의 토착세무비리 척결을 목적으로 당시 전국 135개였던 세무서를 99개로 통폐합하는 대대적인 세정개혁이 단행됐다. 한 순간에 36곳의 세무서가 사라지면서 해당 세무서의 관할 구역도 쪼개어져 각각 주변 세무서로 흡수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인구가 증가하고, 경제규모도 바뀌면서 세무행정 수요가 늘어나는 곳을 중심으로 세무서들이 다시 생겨나기 시작했다.  2004년에 노원, 동안양, 시흥, 파주, 동울산 세무서가 생기면서 전국 세무서 수는 104개로 늘어났다. 2006년에는 용인, 동청주, 북전주 세무서가 새롭게 생기면서 107개가 됐다.
 
이후에도 세무서는 꾸준히 증가했다. 2012년 109개(화성·분당), 2013년 111개(잠실·포천), 2014년 115개(김포·동고양·경기광주·북대전), 2015년 117개(관악·아산), 2016년 118개(광명), 2017년 121개(중랑·해운대·세종), 2018년 125개(기흥·은평·수성·양산)로 늘었다. 현재는 세정개혁 이전(1998년)과 비교해 10개차에 불과하다.

그 사이 지자체 구분도 크게 달라졌다. 시·군 통합이 이뤄진 곳도 있고, 인구가 늘면서 구나 동이 신설되는 곳도 생겼다. 지자체 행정구역 개편은 세무서 신설과 무관했고, 세무서 신설도 지방의 행정구역 개편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지역별로 세무서와 지자체의 관할 구역은 뗐다 붙였다를 반복하면서 더 복잡하게 얽혔다.

예를 들어 서울 삼성세무서는 1999년 이전까지는 청담동도 관할하고 있었다. 하지만 1999년 세무서 통폐합 때 청담동을 강남세무서 관할로 떼어줬고, 대신 개포동과 수서동 등을 옛 개포세무서로부터 넘겨 받았다. 뿐만아니라 2008년에는 과거 역삼세무서 관할이던 옛 포이동(개포4동)까지 관할구역으로 흡수했다.

뿐만 아니다. 서울 강남역 4거리의 통합세무서빌딩에 입주한 서초세무서와 역삼세무서, 삼성세무서처럼 인구증가나 지역의 통폐합과 무관하게 세무서의 위치가 바뀌기도 했다. 2003년 모 상속인이 상속세를 낼 현금이 없어서 물려받은 빌딩 일부를 국세청에 물납으로 납부하게 됐는데, 이 때 건물 없이 각 지역에 세들어 살던 서초, 역삼, 삼성세무서가 함께 입주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구조적으로 민원인별로 느끼는 세무서까지의 체감거리는 다를 수밖에 없다"며 "최근 전자신고 서비스가 활성화하면서 납세자나 세무대리인이 세무서를 방문하는 경우가 줄어드는 추세여서 앞으로는 세무서 입지에 따른 불편함도 더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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