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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극장]엄마가 빌려준 전세보증금

  • 2019.06.27(목) 15:56

자금출처조사 증여세 추징...심판청구 기각

#부자 엄마와 예비신랑 아들

"우리 아들! 신혼집은 어디로 할거니?"
"강남으로 알아보고 있는데 너무 비싸요."
"엄마 아파트에서 지내렴. 리모델링도 해놨단다."

서울 강남 8학군에서 자란 김모씨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고위직 공무원 출신인 아버지의 적극적인 권유에 따라 미국의 명문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다닐 수 있었어요.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현지 기업에 취업했는데요. 남부럽지 않은 스펙이었지만 김씨는 행복하지 않았어요. 어린 나이에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면서 향수병을 앓고 있었거든요. 오랜 고민 끝에 김씨는 귀국을 결심했어요.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 이직한 그는 이듬해 결혼을 하고, 어머니가 소유한 강남의 아파트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어요. 어머니의 배려 덕분에 5년 동안 무상으로 거주했고, 금쪽같은 아들과 딸도 낳게 됐어요.

#천사같은 강남 처형

"아이가 좀 아파요. 제발 도와주세요."
"마음 단단히 먹고, 우리 잘 키워봐요."
"처형이 계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김씨에겐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들이 있었는데요. 특수교육을 전공한 처형의 극진한 간호 덕분에 안정을 찾을 수 있었어요. 자녀들의 양육뿐만 아니라 집안일까지 도와주는 처형의 존재는 김씨에게 각별했어요.

결국 김씨는 결혼한 지 5년 만에 이사를 가기로 했어요. 처형이 사는 아파트 단지로 말이죠. 전세보증금이 9억원에 달하는 고급 아파트였지만, 김씨는 꿋꿋하게 전세계약을 맺었어요.

고액 연봉자였지만 목돈이 없었던 김씨는 어머니의 지원을 받아 전세 보증금을 충당했어요. 마침 어머니가 보유했던 또 다른 아파트의 전세 계약이 만료하면서 8억원의 보증금을 김씨에게 건네줬는데요. 나머지 1억원은 김씨가 전세대출을 받아 잔금을 치를 수 있었죠.

#마더스뱅크 대출 플랜

"엄마! 혹시 국세청에서 조사나오면 어쩌죠?"
"그냥 빌렸다고 하면 되니까 걱정말거라."
"전세 대출금 이자는 제가 갚을게요."
"갚을 필요 없다. 이미 다 상환했단다."

어머니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김씨는 한 푼도 들이지 않고 9억원짜리 전세 아파트로 이사할 수 있었는데요. 당시 국세청이 고액 전세 세입자에 대한 편법 증여를 조사하고 있었지만, 김씨는 과세 대상에서 벗어났어요. 전세 보증금이 10억원을 넘는 경우에만 자금 출처 조사가 이뤄졌기 때문이죠.

하지만 국세청이 뒤늦게 조사 대상을 확대하면서 김씨도 3년 만에 자금 출처 조사를 받게 됐어요. 국세청은 김씨가 어머니로부터 9억원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증여세 2억원을 추징했어요.

김씨는 어머니와 미리 짜놓은 각본대로 전세 보증금을 빌렸다고 주장했어요. 해외주재원으로 파견을 가게 되면 다시 어머니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줄 예정이었기 때문에 증여가 아니라고 우겼어요.

#딱 걸린 금수저 증여

"돈을 빌렸다는 사실을 입증할 계약서가 있습니까?"
"당연히 상환할 금액이었기 때문에 계약서를 쓰지 않았습니다."
"그게 바로 전형적인 고액 전세금 편법 증여입니다."

국세청은 김씨가 편법 증여를 저질렀다고 판단했어요.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유행하던 편법 증여 수법인데요. 부유층 부모가 고액의 전세 보증금을 대신 지급하고 전세계약과 확정일자는 자녀 명의로 하는 방법이죠.

대부분 김씨처럼 보증금을 빌렸다고 주장하지만, 국세청은 현금 증여로 보고 세금을 추징하고 있어요. 만약 국세청이 과세하지 않으면 '금수저' 자녀는 세금 한 푼도 내지 않고도 고액 전세 아파트에서 살 수 있게 되는 셈이죠.

국세청의 과세 통지서를 받은 김씨는 조세심판원을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했어요. 어머니로부터 빌린 보증금의 이자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만약 보증금 원금까지 증여세를 내야 한다면, 나중에 어머니에게 상환할 때도 증여세를 두 번이나 내는 문제가 생긴다고 따졌어요.

# 온국민이 싫어하는 진실게임

"만약 국세청 조사가 없었다면 보증금을 반환했을까요?"
"물론이죠. 해외로 가게 되면 다 돌려드리려고 했어요."
"증여세가 확정되면 다시 반환할 필요가 없을텐데요."

조세심판원은 김씨의 주장에서 치명적인 모순을 발견했어요. 김씨 입장에서는 증여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굳이 어머니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필요도 없었어요. 국세청이 몰랐다면 보증금은 세금도 내지 않고 고스란히 김씨의 재산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증여세가 매겨진다고 해도 보증금을 다시 반환할 필요가 없어요. 이미 보증금이 김씨의 재산으로 귀속된 상태에서 증여세를 다시 부담하면서 어머니에게 반환할 이유가 없죠. 특히 김씨의 부모는 다주택자로서 상당한 재산을 보유했기 때문에 아들에게 건네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않더라도 전혀 생계에 지장이 없었어요.

결국 김씨가 제기한 심판청구는 '기각' 결정이 내려졌고, 김씨는 증여세를 내게 됐어요. "김씨의 어머니가 전세대출 원금까지 갚아줬고 김씨는 이자를 지급한 적도 없다"며 "대여가 아니라 증여로 보고 과세한 처분이 맞다"는 게 심판원의 기각 이유였죠.

■ 절세 Tip

타인으로부터 무상으로 재산을 이전받으면 증여세를 부과한다. 다만 현금을 무상으로 대출받은 경우에는 대출금액에 적정 이자율을 곱해 계산한 금액을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 증여받은 사람이 무상 대출 사실을 입증하려면 금전소비대차계약서나 이자지급·상환기간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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