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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제보, 구체적 증빙 없으면 허탕

  • 2019.08.20(화) 10:27

[세파라치 아카데미]③포상 실패사례

탈세제보는 국세청도 몰랐던 은밀한 정보를 담고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내부고발이나 지인 사이에서 일어나기 쉬운데요. 탈세제보가 나름의 위험을 무릅쓰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제보를 했는데도 포상금을 못 받거나 기대보다 적은 포상금을 손에 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제보자들 중 일부는 포상금을 받아내기 위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도 불사하는데요. '내 제보로 세금을 더 걷었으니 포상금을 달라'는 제보자와 '그 제보는 세금을 걷는데 활용가치가 없었다'며 포상금 지급을 하지 않고 버티는 국세청 간의 싸움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다만 포상금을 둘러싼 분쟁이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습니다. 즉, 어떤 제보가 포상금을 받을 수 있는지, 또 어떤 제보는 포상금을 받기에 부적합한지를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탈세제보를 계획중인 분들을 위해 '타산지석'의 사례 몇 개를 들여다 봤습니다.

# 계좌번호만으로는 부족

A씨의 경우는 본인의 거래처를 고발한 사례인데요. A씨는 2015년 9월 자신의 거래처 사장이 현금매출을 누락해 부가가치세를 탈루했다는 내용의 탈세제보를 했습니다. 자신에게 물건을 판매하면서 물건값을 법인계좌가 아닌 거래처 사장의 차명계좌로 받는 것을 몇차례 확인했거든요.

A씨는 제보의 증거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금액이 크지는 않았지만, 거래처 사장이 사용한 차명계좌번호와 이 계좌로 2차례에 걸쳐 240여만원의 거래대금을 송금했던 내역을 세무서에 제출했죠.

제보 때문인지 관할 세무서는 2016년 4월, 한 달여간 A씨 거래처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고, 신고누락 매출에 따른 부가가치세와 법인세를 추징했습니다. 그리고 A씨에게는 차명계좌 신고에 따른 포상금 100만원을 지급했죠.

하지만 A씨는 본인의 탈세제보가 단순한 차명계좌 신고가 아닌 중요한 자료의 제공에 따른 탈세제보라며 추가적인 포상금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차명계좌신고 포상금은 건당 100만원으로 지정돼 있지만, 중요한 자료제공에 따른 탈세 포상금은 추징세액에 따라 최대 40억원까지 받을 수 있거든요. 포상금이 몇억원까지는 아니더라도 100만원보다는 많을 것이라는 것이 A씨의 생각이었죠.

그러나 세무서에서는 A씨의 추가 포상금 지급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A씨의 제보는 차명계좌 신고 포상금 지급 대상일 뿐이며, 설사 탈세제보 포상금 대상이라 하더라도 A씨가 제출한 내역 누락매출 240여만원에 국한되기 때문에 포상금이 지급되는 최소 탈세추징액 5000만원에는 한참 미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억울했던 A씨는 국민신문고를 거쳐 심사청구, 조세심판청구까지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대법원까지 가는 행정소송에서도 최종적으로 패소했습니다. 

법원은 세무서의 판단이 옳다고 봤습니다. A씨의 제보는 차명계좌와 거래내역 2건으로 단순한 과세 계기를 제공한 것에 불과할 뿐, 탈루세액을 산정하는데 직접 관련되거나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죠. 제보 내용보다는 세무공무원의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 투입의 결과물에 가깝다는 판단입니다.

# 탈세자가 자수하면 허탕

2014년 2월 서울지방 국세청에 도착한 B씨의 제보는 이혼한 후 처가의 탈세사실을 고발한 사례입니다. B씨의 전 부인과 그 어머니인 전 장모가 전 장인으로부터 서울 성북구에 있는 땅과 건물을 증여받고도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는 내용이었죠. 

제보 사유야 어찌됐든 국세청은 2014년 8월 B씨의 전 부인 일가에 대해 부동산 취득자금 출처조사를 시작했는데요. 전 부인 일가는 자금출처에 대한 소명안내장을 받자마자 곧장 증여 사실을 시인하고, 2014년 11월, 무신고된 증여세 2억1275만원을 납부했습니다.

국세청에서는 조사대상자가 순순히 두손을 들고 밀린 세금을 납부했고, 그 내용에 이상이 없는 것까지 확인했으니 더이상 조사가 필요없다고 판단해 조사를 종결했는데요.

제보자인 B씨는 왜 제보에 따라 세무조사를 하고, 세금도 걷었으면서 신고포상금을 주지 않느냐고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하지만 국세청은 포상금 지급을 거절했죠. 탈세자가 스스로 세금을 냈으니 세금 추징에 B씨의 제보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B씨는 감사원에 심사청구를 했지만 기각됐고, 행정소송에서도 대법원까지 1, 2, 3심에서 모조리 패소했습니다. 포상금은 한 푼도 건지지 못한 채 소송비용만 날린 셈이죠.

법원의 판단은 한결같았습니다. 탈세제보 이후라도 과세관청의 통상적인 세무조사나 납세의무자의 자진신고 등에 의해서 구체적인 조세탈루 사실이 확인됐다면, 탈루세액을 산정하는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B씨가 제출한 자료가 등기부등본 이외에는 단순히 탈세 가능성에 대한 지적, 추측성 의혹뿐이었다는 점에서 탈세추징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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