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신흥 중견기업 산일전기는 기업공개(IPO) 대표주관계약을 체결했다. 증시 입성 작업에 돌입했다. 상장 문턱을 넘기 위해 기업 지배구조를 갖가지 손질했다. 경영 독립성과 투명성 확보에 부쩍 공들였다. 공교롭게도 창업주 박동석(65) 회장이 그리는 삼남매 후계구도의 밑그림도 이를 계기로 윤곽을 드러냈다.

주력 모회사 산일전기 장남 중심 후계구도
산업용 변압기 업체 산일전기는 5인 이사회 체제다. 사내이사는 2명이다. 공동대표인 박 회장과 한익희 사장이다. 박 회장은 1987년 8월 창업한 이래 줄곧 대표를 맡아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이사회 의장도 겸한다. 한 사장은 작년 3월 대표에 올라 전기사업본부를 전담하고 있다.
한 사장은 전문경영인이다. 전남대 무역학과 출신이다. 현대중공업 전기전자시스템 사업부 영업부문장(전무) 등을 지낸 뒤 2017년 산일전기 전기사업본부장 사장으로 영입됐다. 이사회에 합류한지는 한참 됐다. 2023년 3월이다.
이외 3명은 전부 사외이사다. 이사회의 과반(過半)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이하 선임 시기·2023년 3월), 김현철 전 한국거래소 경영지원본부 상무(2024년 1월), 조원모 수원대 산학협력단 조교수(2024년 7월)를 차례로 영입했다.
오너인 박 창업주를 제외하고 한 사장과 사외 3명으로 구성된 투명경영위원회도 운영하고 있다. 자산 2조원 미만(작년 말 6810억원) 법인이지만 역시 박 회장을 배제하고 사내 1명, 사외 2명으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도 두고 있다.
2023년 3월 IPO 주관계약(미래에셋증권)→2024년 4월 상장예비심사 신청→6월 적격 판정→7월 증시 입성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경영 독립성과 투명성 확보에 품을 많이 들인 결과다.
흥미롭다. ‘뉴페이스’들에 앞서 기존 이사진의 면면에서 박 창업주가 준비하고 있는 주력사이자 모회사 산일전기의 후계구도가 엿보인다.
비상장사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산일전기는 오랫동안 뿌리 깊게 ‘핏줄’ 경영 체제를 유지해왔다. 대표인 박 회장 외에 부인 강은숙(67)씨가 사내이사로 참여했다. 이사진이 오너 부부 둘뿐이었다. 감사 역시 처형 강은심(70)씨가 맡았다.
현재 산일전기 지분을 소유한 일가 3명이다. 박 회장은 지분 35.9%(1096만5347주) 1대주주다. 다음으로 부인이 19.11%(583만6600주), 이외 처형이 0.16%(5만주)를 가지고 있다. 도합 55.17%(1685만1947주)다.
2010년 8월 변화를 주기는 했다. 김홍관 전 국내영업 부문장 전무(작년 4월말 퇴임)를 선임했다. 2022년 8월 다시 가족 체제로 돌아갔다. 김 전 전무 후임으로 박혜성(37)씨가 합류했다. 박 회장의 2남1녀 중 장남이다. 당시 33살 때다.
오래 있지는 않았다. 상장 작업에 나선 직후 2023년 3월 정기주총에서 혜성씨가 모친과 함께 물러났다. 지금의 한 사장과 김영익 사외이사로 교체됐다. 전기산업진흥회 부회장 출신의 남준현 현 감사가 박 회장의 처형을 대신한 것도 이 때다.
박 회장의 세 자녀의 커리어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거의 없다. 베일에 가려져 있다. 지분 승계 역시 여태껏 한 주도 이뤄지지 않았다. 산일전기 관계자도 “(박 회장의) 2세들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허나 비록 7개월 잠깐이나마 맏아들이 이사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은 박 창업주가 장남 중심으로 대물림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특히 박혜성씨는 현재 산일전기에서 개발팀 차장으로 활동하며 후계수업을 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차남, 2021년 오큐솔루션 창업 독자행보
그렇다고 박 회장 차남의 활동무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박혜준(35)씨다. 가까운 데 있다. 상장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계열 지배구조를 손보며 정리한 두 자회사 중 하나 산일센서에 비밀이 감춰져 있다.
산일전기는 현재 차입금(작년 9월 말 기준) ‘제로(0)에 현금성자산이 1190억원에 이른다. ‘[거버넌스워치] 산일전기 ①편’에서 기술했듯이, 2022년부터 미국발 ‘슈퍼싸이클’(초호황)과 2024년 7월 2280억원 상장공모 자금 유입 등에 기인한다.
차고 넘치는 유동성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작년 4월 200억원을 출자해 산일파트너스(옛 산일에너지)를 설립했다. 손자회사 더써밋솔라원을 편입했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투자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23일에는 인수합병(M&A) 사모투자펀드(PEF)에 295억원(지분 66.52%)을 투자했다.
산일전기는 이것 말고도 2개 관계사를 두고 있다. 박 창업주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곳이다. 산업용, 엘리베이터용 센서업체 산일센서와 가축분뇨 바이오가스 생산업체 ㈜틔움이다. 처음부터 이러지는 않았다.
산일센서는 2023년 1월 산일전기가 물적분할해 자본금 5억원(발행주식 10만주·액면가 5000원)에 설립됐다. 1999년 출발한 전자사업부가 전신(前身)이다. 본점이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 산일전기 본사(제1공장)에 위치한 것도 이런 연유일 수 있다.
산일전기는 신설 8개월 만인 2023년 9월 산일센서 지분 100%를 전량 처분했다. ㈜틔움 지분 85.71%를 매각한 것도 같은 날이다. 2023년 3월 상장 주관계약을 맺은 지 6개월 뒤다.
산일센서 양도금액은 주당 4만원, 총 40억원이다. 박 창업주가 인수했다. 혼자는 아니었다. 박 회장은 27억원을 주고 68.25%(6만8250주)를 건네받았다. 나머지 3분의 1가량은 차남이 사들였다. 31.75%(3만1750주), 13억원어치다.
한데, 혜준씨는 산일센서 설립 때부터 3남매 중 유일하게 사내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차남의 지분 확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부자(父子)가 함께 경영하고 있다. 작년 1월 전문경영인 서명석 대표가 물러나자 박 회장이 직접 대표를 맡았다. 이사진이 부자 둘 뿐이다. 감사 자리는 초창기부터 줄곧 부인 몫이었다.
기업 볼륨치고는 알짜다. 산일센서는 자산(2024년 말)이 64억원이다. 2023~2024년 매출 86억원, 7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으로 7억원, 8억원을 벌어들였다. 이익률이 8.4~10.6% 수준이다.
혜준씨가 산일센서의 2대주주이자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게 된 것은 개인 창업과 결부지어 볼 수도 있다. 오큐(OQ)솔루션이다.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에 2021년 8월 개인사업자로 창업한 업체다. 산일센서가 감사보고서상에 특수관계자로 분류하고 있는 곳이다.
스마트 센서와 항공·방산 장비 업체다. 주로 캐나다(카메라 클리닝), 미국(항공 시뮬레이션 센서), 이스라엘(게이티드 카메라) 등 해외 유명업체들의 센서, 장비 등을 국내에 유통하고 있다. 오큐솔루션 또한 얼마 안 되나마 흑자를 보고 있다. 2022~2024년 많으면 한 해 19억 매출에 1~2억 안팎의 영업이익를 냈다.
박 창업주가 IPO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계열사를 3남매 후계구도의 골격을 갖추는 지렛대로 활용한 정황이다. ㈜틔움도 예외가 아니다. (▶ [거버넌스워치] 산일전기 ③편으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