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제약업계에 '오너 3세' 경영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주요 제약사들이 잇따라 인사를 통해 오너 3세들을 핵심 보직에 전진 배치하거나 승진시킴으로써 경영 입지와 책임을 한층 강화하면서다. 주요 제약사 오너 3세들의 공통분모를 통해 제약기업들이 변화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어떤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지 짚어본다. [편집자 주]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오너 3세' 시대를 맞이하며 경영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해외 명문대 유학 경험과 글로벌 기업 근무 경력을 바탕으로, 과거 내수 중심의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R&D 투자와 신사업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제약 업계 창업주와 2세는 대부분 약학대학이나 화학, 공대 출신이 많았다면 3세는 해외 유학을 통해 전문성을 축적하거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인물들이 많다. 과거 '약학 전공→영업→경영 참여'로 이어지던 전통적 승계 경로와 다른 사례가 상당수다. 해외 유학을 통해 경영·컨설팅·회계·공학 등 각기 다른 경험을 갖춘 인물들이 경영 전면에 배치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경영학 전공, 지배구조·조직 효율화 초점
JW홀딩스 이경하 회장, 유유제약 유원상 대표, 제일약품 한상철 사장, 국제약품 남태훈 부회장은 해외 경영학석사(MBA) 또는 경영학을 전공한 대표적인 오너 3세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연구 현장보다는 지배구조, 조직 운영, 영업·마케팅 효율화에 경영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JW홀딩스 이경하 회장은 미국 드레이크대 MBA 출신으로, JW중외제약과 지주사 JW홀딩스를 겸직하며 지주회사 기반의 그룹 관리 체계를 구축해 온 인물이다. 계열사 간 의사결정 구조와 관리 시스템을 정비하는 한편, 2017년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 신약 개발의 전문성과 경영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데 주력해 왔다.
유유제약 유원상 대표는 컬럼비아대 MBA와 글로벌 컨설팅·제약사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2023년부터 전문 경영인 박노용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전략·영업·대외 협력을 총괄하며, 유유제약을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조직으로 재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제일약품 한상철 사장은 경영학 전공을 기반으로 한 그룹 관리형 경영자로 분류된다.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제일약품과 지주사 제일파마홀딩스를 겸직하며, 계열사 간 자원 배분과 의사결정 구조를 총괄하고 있다. 개별 연구 성과보다는 재무·조직·사업 관리 역량을 중심으로 그룹 전반의 운영 효율을 높이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국제약품 남태훈 부회장은 현장 영업과 운영 실무를 거쳐 경영 전면에 오른 운영 중심 CEO다. 서울대 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뒤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 보스턴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그는 국제약품 영업관리직으로 커리어를 시작해 판매부문 부사장,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2015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영업·생산·유통·조직 운영을 두루 경험한 이력을 바탕으로, 현재는 비용 관리와 실행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경영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공학·이과 전공자, 내부 기술 역량에 집중
GC녹십자 허은철 사장, 보령 김정균 사장은 공학·이과를 전공한 오너 3세 경영인들이다. 이들은 연구·생산 조직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내부 기술 역량 중심의 경영을 펼치고 있다.
녹십자 허은철 사장은 서울대 이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식품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식품공학은 미생물·효소·단백질을 활용한 발효 및 공정 기술을 핵심으로 하는 분야로, 혈액제제와 백신을 주력으로 하는 GC녹십자의 사업 구조와 맞닿아 있다. 목암생명과학연구소와 GC녹십자 R&D 기획실을 거쳐 2015년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으며, 현재는 미국 시장 진출과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등 글로벌 사업 확장을 이끌고 있다.
보령 김정균 사장은 미국 미시간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중앙대 사회행정약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사회행정약학은 의약품과 약사 서비스가 사회·경제·행정 시스템 내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다루는 분야로, 제약산업 전반에 대한 구조적 이해를 요구한다. 김 사장의 이러한 경험은 지상 의료를 넘어 우주 환경에서의 헬스케어와 의약품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보령의 신사업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이밖에 일동제약 윤웅섭 회장은 응용통계·회계 전공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을 기술 경쟁이 아닌 확률과 비용, 재무 구조의 관점에서 접근해 온 경영자다. 일동홀딩스 산하 아이디언스, R&D 부문 분사를 통해 설립한 유노비아, 후보물질 발굴 조직 아이리드비엠에스 등으로 역할을 구분하며 R&D 구조를 재편했다. 고위험 R&D를 분리해 외부 투자와 기술이전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해외 경험·전공 살려 경영 전략도 제각각
과거 오너 2세 경영이 약학 전공이나 영업 중심의 커리어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 확대와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에 주력했다면, 오너 3세 경영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해외 유학과 글로벌 기업, 컨설팅·금융권에서의 실무 경험을 갖춘 오너 3세들은 제약사를 단순한 제품 생산·판매 조직이 아닌, 기술·자본·조직을 종합적으로 운용하는 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 경영학, 공학, 통계·회계 등 다양한 전공 배경 역시 신약 개발을 순수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투자 구조와 리스크 관리, 사업 확장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영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R&D 비용 부담 증가와 규제 환경 변화, 기술수출 중심의 성장 구조 속에서 이러한 시각은 주요 경영 판단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한 관계자는 "과거 오너 경영이 제품과 시장 경험을 중심으로 실적을 쌓는 방식이었다면, 최근 오너 3세들은 해외 경험과 전공에서 축적한 시각을 경영 전반에 적용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각기 다른 배경과 전략이 실제 경영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