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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약 전쟁]①'블록버스터'는 시장 판도 어떻게 바꿨나

  • 2026.03.13(금) 09:00

노보·릴리, '위고비·마운자로' 덕에 매출·시총 급증
2030년 비만치료제 시장 1000억 달러 돌파 전망
국내, 고부가가치 영역 주목…차세대 GLP-1 개발

바야흐로 세계 제약 바이오 시장은 비만 치료제 '전쟁터'이다. 주사형 치료제의 잇단 흥행은 제약사의 매출 급증과 함께 글로벌 시장의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차세대 제품 개발 경쟁과 후발약·복제약의 가세, 적응증 확대까지 맞물리며 시장 구도는 빠르게 재편되는 양상이다. 비만 치료제 부상의 배경과 기술 경쟁, 가격·시장 변화, 치료 영역 확장 흐름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주]

주사 한 방이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판을 흔들고 있다. 덴마크의 노보 노디스크와 미국의 일라이 릴리가 잇달아 선보인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연간 수십조원대 매출을 올리며 '블록버스터'를 넘어 기업 가치까지 재편하는 핵심 동력으로 떠오르면서다.

비만치료제가 단일 품목을 넘어 기업 실적의 축이 되고, 시가총액 1위 자리를 꿰찰 정도의 파괴력을 입증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무게 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제네릭 중심 구조에 머물러온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적잖은 자극을 주며 차세대 GLP-1, 경구형 제형, 복합기전 신약 개발 경쟁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노보노디스크, 삭센다·위고비로 매출 급증

주사형 비만치료제 시장의 포문을 연 건 덴마크의 제약바이오 기업인 노보 노디스크였다. 노보는 2014년 리라글루타이드 성분의 1일 1회 주사하는 비만치료제 '삭센다'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으며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시장을 본격적으로 열었다.

GLP-1은 음식을 섭취했을 때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당이 급격히 오르지 않도록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동시에 위에서 소화되는 속도를 늦춰준다. 쉽게 말해, 식사 후 혈당을 안정시키는 '브레이크 장치' 역할을 한다.

노보는 삭센다로 시장의 포문을 연 뒤, 2021년 주 1회 투여하는 세마글루타이드 기반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출시하며 성장 기어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주 1회로 투여 주기가 단축되며 투약 편의성이 높아진 데다 임상에서 확인된 한층 강화된 체중 감소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처방은 빠르게 확대됐다.

노보노디스크의 주사형 비만치료제 '위고비' 매출 변화 /그래픽=비즈워치

그 결과 위고비 매출은 2023년 약 45억달러(약 6조원)로 전년 대비 407% 급증했다. 2025년에는 약 356억달러(약 51조원)까지 불어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여기에 동일 성분을 사용하는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 매출까지 더하면, 세마글루타이드 계열은 단일 품목을 넘어 노보 실적 전반을 지탱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곧바로 기업가치 급증으로 이어졌다. 노보 노디스크의 시가총액은 2024년 6000억 달러(약 875조원)를 돌파하며 유럽 상장사 중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비만치료제가 기업 전체의 밸류에이션을 재평가하는 동력으로 작용한 셈이다.

후발주자 릴리, 우수 체중감량 '마운자로'로 글로벌 매출 1위

노보의 독주는 오래가지 않았다. 후발 주자의 등장으로 선두 자리는 점차 흔들리기 시작했다. 미국의 일라이 릴리가 주 1회 주사하는 티르제파타이드 성분의 '마운자로'를 2022년 당뇨병 치료제로 출시하며 추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어 2023년 11월 동일 성분의 비만치료제 '젭바운드'를 선보이면서 GLP-1 주사 비만약 경쟁이 본격화됐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당뇨병과 비만 적응증(사용 범위) 모두 '마운자로'라는 단일 제품명으로 출시돼 처방되고 있다. 티르제파타이드는 GLP-1과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펩타이드)를 동시에 자극하는 이중작용 기전을 통해, 임상에서 평균 20% 안팎의 체중 감소 효과를 입증하며 국내외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이중작용 기전은 인슐린 분비를 보다 정교하게 조절하고 에너지 대사 효율을 높여 체중 감량 효과를 극대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단순한 '체중 감량제'를 넘어 혈당·식욕·대사 경로를 동시에 조절하는 만성질환 치료제로 적용 범위를 넓히면서 시장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일라이릴리의 주사형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젭바운드)' 매출 변화 /그래픽=비즈워치

매출 성장 속도도 가팔랐다. 마운자로(젭바운드 포함) 매출은 2024년 약 115억 달러에서 지난해 약 365억 달러(약 53조9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릴리 전체 매출의 56%를 차지한다. 기존에 수년간 글로벌 의약품 매출 1위를 차지했던 블록버스터 항암제 '키트루다'를 뛰어넘었다.

지난해 미국 내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티르제파타이드 성분의 제품 점유율이 절반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세계 의약품 시장 규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비만치료제 시장의 무게중심이 노보에서 점차 릴리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실적은 시가총액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릴리의 기업가치는 2024~2025년 사이 급등해 작년 말 1조 달러를 돌파하며 존슨앤드존슨을 누르고 글로벌 제약사 1위에 올라섰다. 노보 노디스크는 여전히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경쟁 심화와 가격 인하 압박, 차세대 파이프라인 기대치 조정 등의 영향으로 주가 변동성이 커진 상태다. 

만성질환 플랫폼 진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주목 

글로벌 투자은행과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2030년 전후로 1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 체중 감량을 넘어 당뇨병,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수면무호흡증 등으로 적응증이 확대되며 '만성질환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만 인구 증가와 보험 보장성 확대까지 맞물릴 경우 성장 여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빅파마의 시가총액 지형을 바꾼 이같은 흐름은 국내 업계에도 적지 않은 자극을 주고 있다.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제네릭과 약가 인하 중심의 기존 사업 모델로 매출 성장 한계에 다다랐다.

이에 시장성이 높은 비만치료제에 주목해 차세대 GLP-1 계열, 경구형 비만치료제, 복합기전 신약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연구개발 방향을 전환하는 국내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비만치료제가 국내외 시장에서 잇따라 성과를 내면서 제네릭과 약가 인하 중심의 제한적인 매출 구조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캐시카우로 주목받고 있다"며 "아직은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기존 제품 대비 가격 경쟁력이나 효능 측면에서 차별화에 성공한다면 후발주자라도 충분히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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