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짓을 말하거나 계약을 부풀린 적이 없습니다. 사기극이라는 프레임에 본질이 흐려지는 현실이 가슴 아픕니다."
전인석 삼천당제약 대표는 전날(6일)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회사에 제기되는 각종 의혹을 '악의적인 루머'로 규정하면서 수차례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안과용 점안제의 미국·유럽 시장 진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상업화 등의 성과를 나열하며 시장의 의심 속에서도 결과로 증명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간담회는 시장의 의구심을 걷어내는 데 부족했다는 평가다. 자체 기술인 'S-PASS(에스패스)' 플랫폼의 실체, 대규모 판매계약의 세부 구조 등 정작 시장이 요구한 핵심 정보에 대해 회사 측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기 때문이다.
1. FDA 심사 착수도 안했는데 허가?
삼천당제약의 S-PASS 플랫폼은 독자적인 고분자 기술을 통해 주사제를 흡수율과 원가 경쟁력이 뛰어난 경구용(먹는 약)으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회사는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른바 '먹는 복제약 위고비'와 '알약 인슐린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날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은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이다. 회사측은 오랜 시간과 대규모 비용이 드는 추가 임상 없이 '복제의약품(제네릭)' 트랙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 대표는 "S-PASS는 가짜며 특허도 없고,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는 제네릭이 불가해 추가 임상이 필요하다는 루머가 돌고 있다"며 이를 적극 반박했다.
삼천당제약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날 FDA에 정식 제네릭 허가신청에 앞서 개발·허가 전략을 사전 논의하는 'pre-ANDA' 미팅 요청 및 회신 문서를 공개했다. ANDA란 FDA의 복제약 허가 접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현재 삼천당제약은 제네릭 허가 신청을 위한 사전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문서만으로는 해당 품목이 실제로 제네릭(ANDA) 트랙으로 최종 심사를 받을 수 있는지, 아니면 추가 임상이 필요한 다른 허가 경로를 밟아야 하는지를 확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업계와 FDA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는 유효성분과 투여경로 등을 유지하며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을 입증할 경우 제네릭(ANDA) 승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제형 차이 등으로 인해 안전성과 유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경우, 추가 임상 데이터가 필요한 개량신약 허가 트랙을 밟아야 한다.
FDA와 사전 미팅을 하고 정식 허가 신청 절차를 밟기도 전에 제네릭 진입을 확정적으로 예단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리지널과 다른 방식으로 경구용 제제를 만들어 약동학적(PK)·약력학적(PD) 차이는 물론 임상적 차이까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단지 가이드라인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제네릭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단언하는 것은 무리수"라고 꼬집었다.
2. 제품 허가도 안받았는데 "미국 15조 매출"
투자자 관점에서 가장 큰 쟁점이었던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계약 규모 부풀리기' 논란에 대한 해명 역시 아쉬움을 남겼다. 사측은 "보수적인 공시 가이드라인을 요구하는 한국거래소의 입장을 존중한다"면서도 공시에 기재하지 않은 유럽 11개국 5조3000억원, 미국 15조원의 매출 달성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삼천당제약은 글로벌 계약 구조가 단순 기술이전이나 로열티 수취가 아닌, 독점 제품 공급을 통한 파트너사와의 이익 배분(Profit sharing) 방식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전 대표는 자체 플랫폼으로 특허 장벽을 회피하고 원가를 대폭 낮춘 덕분에 9 대 1 등 자사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이익 배분 비율을 끌어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우리가 계약 주도권을 쥐고 있어, 파트너사가 실적을 내지 못하면 언제든 계약을 해지하거나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고 강변했다.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제품 허가 절차조차 밟지 않아 상업화 여부 및 시점도 장담할 수 없는 리스크를 안은 채, 불확실한 수십조원대 매출 규모만 공격적으로 부각한다는 지적이다.
당장 일라이 릴리의 저분자 화합물 기반 경구용 GLP-1 신약 등 기존 약물보다 복용 편의성과 원가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인 후속 물질들이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비만 치료제 시장 판도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상황에서, 아직 허가 문턱도 넘지 못한 제품으로 수십조원대 매출 전망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삼천당제약 관계자는 "시장 변수와 약가 인하 가능성까지 모두 계산해 계약 조건에 산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3. 마이크 잡은 '익명 관계자', 연구소 국가도 숨겨
이날 간담회의 압권은 질의응답 시간에 등장한 '익명의 관계자'였다.
핵심적인 기술 쟁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마이크를 잡았지만, 해당 인사 본인은 물론 회사 측도 끝내 이름과 직책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뒤늦게 이 인물은 과거 삼천당제약과 무채혈 혈당측정기 사업을 함께 진행했던 타 기업 대표로 확인됐다.
의혹을 해소하겠다며 자청한 상장사의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실명조차 밝히지 못하는 외부 관계자의 입을 빌려 기술적 해명을 내놓는 촌극이 연출된 것이다.
삼천당제약 측은 자체 연구개발(R&D) 비용과 인력 규모로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외부의 지적에 "자체 해외 연구소와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정작 이날 간담회에서는 기술 유출 우려를 앞세워 해당 연구소가 위치한 '국가'조차 밝히지 않으면서 연구소 실체에 대한 의구심만 키웠다.
전 대표 "소통 부족 사과"…남겨진 신뢰 회복의 길
이번 간담회에서 유일하게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된 해명은 '블록딜 전격 취소' 대목이었다.
전 대표는 2500억원 규모의 블록딜 철회를 발표하며, 본인과 배우자가 납부해야 할 증여세 및 양도세 등 총 2335억원의 세금 내역을 상세히 공개했다. 시장에 퍼진 '고점 매도'라는 악의적 프레임을 벗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애초에 주당 94만원으로 설정된 조건 등을 고려할 때, 블록딜 자체가 성사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전 대표는 간담회 말미에 "이번 사태를 통해 시장과의 소통이 매우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깊이 사과한다"며 "하반기 글로벌 성과, 경구용 인슐린 임상 결과, 추가 공급 계약 등을 결과로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삼천당제약이 온전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시장이 납득할 만한 기술과 계약의 실체를 명확하게 내놓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