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전체 진단을 통한 정밀의료의 대중화"
2018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가 내건 포부는 원대했다. 한때 시가총액 1조원에 육박하며 K-바이오의 기대주로 꼽혔던 이 회사는 그러나 불과 몇 년 만에 상장폐지 위기와 법정관리라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지난 9일 건강기능식품·웰니스 기업 해밀리를 새 주인으로 맞으며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과거의 화려했던 영광을 기억하는 시장의 시선은 복잡하다. EDGC의 흥망성쇠는 단순히 한 기업의 부침을 넘어, 국내 유전체 산업의 구조적 한계와 코로나19 특수가 남긴 짙은 그림자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정밀의료의 꿈, 수익성 문턱에 걸리다
EDGC는 2013년 국내 대형 수탁검사기업인 이원의료재단의 인프라와 미국 다이애그노믹스의 기술력의 결합으로 출발했다. 비침습 산전검사(NIPT), 액체 생검(혈액 암 검사), DTC(소비자 직접 의뢰) 유전자 검사 시장에 뛰어들면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유전체 산업의 구조적 한계'가 발목을 잡았다. 국내 DTC 시장은 겹겹이 쌓인 규제로 인해 검사 가능한 항목이 제한적이었고, 이는 폭발적인 수요 창출로 이어지지 못했다.
소비자들이 호기심에 한두 번 검사를 받을 순 있어도, 지속적인 매출을 담보하는 '필수 의료 서비스'로 자리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야심차게 암 조기진단을 위한 액체생검 기술을 개발하며 반전을 꾀하기도 했지만, 임상적 유효성 입증과 상용화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캐시카우가 부재한 상황에서 R&D에 쏟아붓는 막대한 비용은 고스란히 재무적 부담으로 돌아왔다.
코로나19 진단키트 특수, 그러나
돌파구가 보이지 않던 EDGC에 찾아온 동아줄은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인수한 진단키트 업체 솔젠트로 인해 EDGC는 단숨에 '코로나 수혜주'로 떠올랐다. 2020년, 2021년 각각 매출 925억원, 893억원을 기록했으며 시가총액이 1조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진단키트에 의지한 반짝 실적은 본업인 유전체 사업의 빈약한 수익구조를 가려버렸다. 코로나 특수가 끝을 보이기 시작하자 썰물 빠지듯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설상가상으로 솔젠트 경영권을 둘러싼 내부 분쟁과 소송전이 수년간 이어지며 기업 이미지는 무너져 내렸다. '기술 중심 기업'이 '지배구조 리스크'의 늪에 빠진 순간이었다.
팬데믹의 안개가 걷히자 초라한 성적표가 드러났다. 영업적자가 누적되는 가운데 2024년 4월, 결국 '감사의견 거절'이라는 치명상을 입고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이어지는 자본전액잠식 공시와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 그리고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현재 가처분으로 보류 중)까지. 자력 갱생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나온 유일한 해법은 대규모 자본재편을 동반한 M&A였다.
해밀리 품에 안긴 EDGC의 도전
지난 3월,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와 함께 EDGC는 황성주 대표 측 헬스케어 계열사인 '해밀리'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해밀리는 165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48.77%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새로운 EDGC'의 정체성이다. EDGC가 유전체 사업을 유지할지 새로운 사업 모델로 진화할지 지켜볼 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EDGC가 어려운 상황인 현재도 유전체 비즈니스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K-바이오의 기대주였던 EDGC의 흥망성쇄는 '코로나 착시'와 '수익성 부재'가 남긴 국내 바이오 산업의 씁쓸한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