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안과 시장 1위 로슈가 차세대 안질환 후보물질 개발을 접었다. 자사 주력 제품인 '바비스모'를 뛰어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다음 세대 기술로 꼽히던 영역에 공백이 생기면서 도전자들에 길이 열렸다. 같은 표적에서 로슈와 경쟁해온 인제니아테라퓨틱스가 이 기회를 잡을지 주목된다.
피어스파마에 따르면 로슈는 지난 23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대규모 파이프라인 정리 계획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안질환 분야에서는 임상 2상 단계의 Tie2 작용제 'RG-6351'이 중단 목록에 올랐다. 당뇨병성 황반부종(DME) 치료제로 단독 투여, 그리고 아일리아·바비스모와의 병용 투여 방식으로 평가해온 물질이다.
당뇨병성 황반부종은 당뇨 환자의 망막 혈관이 손상되면서 시야 중심부가 붓는 질환이다. 방치하면 실명으로 이어진다. 세계 당뇨 환자가 늘면서 시장도 함께 커지고 있다.
중단 배경에 대해 로슈 대변인은 피어스파마에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바비스모를 넘어설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바비스모의 작동방식이 이미 Tie2 경로를 충분히 활성화하고 있어 별도의 Tie2 작용제를 추가할 실익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Tie2 수용체…안질환 경쟁에서 '핵심'
로슈가 포기한 Tie2 작용제는 차세대 안질환 치료제 경쟁의 핵심으로 꼽힌다. Tie2는 혈관 안쪽 세포 표면에 있는 스위치다. 켜져 있으면 혈관벽이 단단하게 유지되지만, 꺼지면 벽이 헐거워져 혈액 성분이 새어 나온다. 이 현상이 망막에서 나타나면 황반부종으로 이어진다. 결국 안질환 치료는 이 스위치를 어떻게 켜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지금까지 안질환 시장을 이끌어온 치료제는 로슈의 '바비스모'인데, 로슈는 바비스모 한 품목으로 지난해 50억달러(약 7조 5000억원) 넘는 매출을 올렸다. 다만 바비스모는 새 혈관이 자라지 못하게 막는 VEGF 억제에 Ang-2 억제를 더한 형태로, 스위치를 방해하는 물질을 치워 간접적으로만 Tie2를 활성화한다.
이 때문에 Tie2를 직접 켜는 기술이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로슈가 이번에 포기한 RG-6351도 그중 하나였다.
MSD-인제니아, 차세대 시장 잡을까
로슈가 포기한 Tie2 작용제 시장에 도전하는 기업 중 하나가 인제니아테라퓨틱스다.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신약개발사로, 내달 초 한국예탁증권(KDR) 방식으로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인제니아테라퓨틱스의 핵심 기술인 'TIE-body'는 Tie2 수용체를 직접 활성화하는 항체 플랫폼이다. 기존 치료제가 방해 물질을 차단하는 우회 방식이라면, 수용체에 직접 결합해 혈관 구조와 기능을 회복시키는 접근이다.
이 기술이 적용된 파이프라인이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 후보물질 'IGT-427'이다. 머크(MSD)에 기술이전돼 'MK-8748'로 개발되고 있다. 머크는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과 당뇨병성 황반부종을 대상으로 약 4000명 규모의 임상 3상 4건을 진행하고 있다.
인제니아테라퓨틱스 관계자는 "로슈가 임상 2상 데이터를 확보하고도 Tie2 활성 물질을 접었다는 것은 그만큼 개발 난도가 높다는 의미"라며 "그럼에도 머크가 IGT-427의 대규모 임상 3상을 진행하는 것은 자사 기술력이 입증된 사례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로슈의 임상 중단으로 Tie2 시장에서 경쟁사와의 격차가 4~5년 이상 벌어진 것으로 판단한다"며 "자사 망막질환 치료제가 퍼스트무버로 글로벌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