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부터 소아용 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유도하기 위한 '소아용 의약품 약가 가산 제도'가 시행된다.
정부는 소아 필수의약품의 생산 유인을 높여 공급 중단을 막겠다는 취지로 약가를 최대 68% 우대하기로 했지만, 제약업계에서는 실제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제한돼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국제 기준뿐 아니라 국내 의료환경과 공급 현실을 반영한 별도 지정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대 10년간 68% 우대
보건복지부는 올해 초 약가제도 개편을 통해 소아용 의약품 약가 가산 제도를 신설했다. 그동안 소아용 의약품은 별도의 약가 우대 없이 일반 제네릭이나 특허만료 의약품과 동일한 약가 산정체계를 적용받아 왔다.
새 제도에 따르면 수급 불안 우려가 있는 소아용 의약품을 직접 생산하는 제약사는 기본 5년간 약가를 68% 가산받고, 일정 요건을 유지하면 최대 5년을 추가 연장해 총 10년간 약가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제도 신설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소아용 의약품은 시장 규모가 작고 생산 비용은 높은 반면 수익성은 낮아 제약사들이 생산을 기피하는 대표적인 분야로 꼽혀 왔다. 정부 역시 이번 약가 개편 과정에서 공급 위축 가능성을 고려해 별도의 약가 가산 제도를 마련했다.
WHO 기준·경구제 한정…실효성 우려
지원 대상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쟁점은 세계보건기구(WHO) 소아 필수의약품 목록(EMLc)에 등재된 경구용 성분만 지원 대상으로 삼은 점이다. WHO 소아 필수의약품 목록은 세계 공중보건 관점에서 마련된 국제 권고 기준으로, 각국의 허가 현황이나 실제 의료현장의 처방 환경까지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소아 환자 치료에 필수적으로 사용되거나 국내에서 개발·허가된 의약품이라도 목록에 포함되지 않으면 약가 가산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또 WHO 목록에 포함된 의약품 가운데 국내에서는 사용량이 적거나 이미 공급이 안정적인 품목도 있어 실제 수급 불안 해소라는 정책 취지와 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원 대상을 경구용 제형으로 한정한 점 역시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WHO 소아 필수의약품 목록에는 경구제뿐 아니라 항생제 주사제, 백신, 신생아 치료제, 수술용 마취제 등 다양한 제형의 필수 의약품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번 약가 가산은 과립제·산제·액제·시럽제·현탁제 등 경구용 제형에만 적용된다. 최근 복약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활용도가 커지고 있는 구강붕해정(물 없이 침으로 빠르게 녹여 먹는 알약), 저작정(물 없이 입안에서 씹어 먹는 알약) 등 일부 경구 제형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원 대상이 경구제에 국한되면서, 현장에서 반복되는 소아 필수 주사제의 공급난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22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 이병국 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은 "미숙아 치료에 쓰이는 10% 아미노산 수액제가 수익성 문제로 공급이 중단됐다"며 "몇 년에 한 번씩 신생아 의약품 공급 중단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국내 현실 반영한 지정 체계 요구
이 때문에 WHO 기준 대신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내 수급 상황을 반영해 지원 대상을 지정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수급 불안은 국가별 의료환경과 처방 체계, 생산 구조가 서로 다른 만큼 국제 기준만으로 지원 대상을 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정부는 퇴장방지의약품과 국가필수의약품 제도에서도 국내 수급 상황을 고려해 대상 품목을 별도로 지정하고 있다. 소아용 의약품 역시 국내 의료환경과 공급 여건을 반영한 별도 지정 체계를 적용하는 것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제 공급 안정 효과를 높이려면 지원 대상이 국내 의료환경과 수급 현실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며 "WHO 목록과 제형 기준에만 의존하기보다 국내에서 실제 공급이 어려운 소아 필수의약품을 중심으로 지원 체계를 설계하는 것이 정책 취지에도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