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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과 ‘혼’이 담긴 대한민국 브랜드 역사

  • 2014.07.04(금) 13:56

전병길 著 ‘브랜드 임팩트’

19세기 후반 조선에서 ‘금계랍’(金鷄蠟)은 아픈 사람들을 낫게 하는 ‘신비의 명약’으로 인기를 끌었다. 금계랍은 진통제와 해열제로 사용되는 ‘퀴닌’(quinine)의 한자어다.

 

지난 1896년 퀴닌을 수입하던 독일계 무역상 세창양행은 ‘한성주보’에 ‘덕상세창양행고백’(德商世昌洋行告白)이라는 광고를 실었다. 여기서 ‘덕상’(德商)은 독일 기업을 말하고 ‘고백’(告白)은 광고라는 뜻이다.

 

‘브랜드 임팩트’의 저자 전병길 씨는, 조선에 없던 상품을 접하면서 브랜드가 무엇인지를 알아갔던 19세대 후반부터 삼성 현대차 등 세계인을 사로잡은 글로벌 브랜드를 낳기까지의 역사를 되짚는다.


저자는 우리나라 브랜드에는 한(恨)과 혼(魂)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못 입고, 못 먹고, 못 배운 ‘한’을 극복하기 위해 ‘혼’을 담아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것이다. 기술 국산화로 가격은 낮추되 품질은 높여서 수입 제품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한국 최초 브랜드는 일제강점기 동화약품이 만든 부채표 활명수(活命水)다. ‘목숨을 살리는 물’이라는 의미다. 이 시기에 활동한 사업가와 기업은 대부분 친일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지만‘동화약품처럼 비밀리에 독립운동을 지원한 기업이나 사업가 또한 적지 않았다.


한국전쟁 직후 경제개발 초창기의 기업들은 비싼 수입품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데 몰두했다. 제일제당은 1953년 저렴한 가격에 설탕을 생산해 대중화했고 럭키는 1954년 치약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자동차는 국산 자동차 모델(1974년, 포니)을 개발해 한국 산업의 체질을 개선했다.


1970년대는 한국 브랜드의 ‘베이비붐’ 시대로 볼 수 있다. 경제가 급성장하고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자동차 스낵 항공기 산업 등에서 새로운 브랜드가 출현했다. 현대자동차는 포니 신화로 오늘날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의 기틀을 닦았으며 초코파이와 새우깡은 극단적인 배고픔이 사라진 자리를 메웠다. 진로는 삶의 애환을 풀어주는 소주로 국내 시장을 석권했다. 외국에 나가 있는 노동자를 수송하기 위해 대한항공은 해외 취항을 늘리기 시작했다.


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면서 브랜드는 한국인의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1980년대 한국 경제가 최고의 호황기를 맞으면서 이랜드, 롯데리아, 프로스펙스 등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브랜드가 새롭게 태어났다.


1990년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세계화는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았다. 한국 브랜드의 세계화는 주로 대기업이 앞장섰다. 삼성과 대우가 대표적이다. ‘아무도 2등을 기억하지 않는다’는 표어를 앞세운 삼성은 세계 초일류 기업의 반열에 오른 반면 ‘세계경영’과 ‘탱크주의’를 주창했던 대우는 IMF 외환위기를 넘지 못하고 좌초하고 만다.


저자는 이제 삼성·현대·LG 등 일부 대기업의 국제적인 성공에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제품에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라는 글씨만 새겨져 있으면 세계인들이 선뜻 집어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 브랜드는 다소 비싸지만 튼튼하다는 느낌을 주고, 이탈리아 브랜드는 편안하고 섹시한 멋을 발산하는 것처럼 ‘한국’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일종의 보증수표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 책을 쓴 전병길 씨는 예스이노베이션 경영컨설팅 대표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 ‘새로운 자본주의에 도전하라’ ‘코즈마케팅’ ‘사회혁신 비즈니스’ 등이 있다.

 

[지은이  전병길/ 펴낸곳  생각비행/ 408쪽/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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