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올해 안에 베트남에 첫 점포를 연다. 중국에 이은 두번째 해외진출이다. 국내 유통기업의 해외진출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이번 베트남 진출은 이마트에 남다른 의미가 있다.
베트남에서 성공하면 중국에서의 고전은 값비싼 수업료로 여겨지겠지만, 실패하면 안팎에서 해외사업 무용론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1997년 국내 유통업체 중 처음으로 중국에 진출해 한때 점포를 27개까지 늘렸으나 적자가 누적되자 점포를 정리, 지금은 10개의 점포만 남겨두고 있다.
◇ 중국에서 얻은 교훈
일찌감치 중국에 진출해 사업확대 기회를 노리던 이마트는 중국의 유통시장이 개방된 뒤인 2005년부터 본격적인 출점에 들어갔다. 2008년에는 정용진 부회장이 기자들에게 "중국에서 다점포·다지역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2014년에는 100호점까지 열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 때 늘린 점포들은 줄줄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급기야 지난해는 상하이와 함께 양대축을 이루던 톈진 점포들을 포기하면서 중국에서 총 1000억원 가까운 손실을 냈다. 지난해 말 정 부회장은 "예전엔 해외 사업을 쉽게 생각했지만 중국 사업이 어려워지는 것을 보고 정신 차렸다"며 중국에서의 실패를 인정했다.
이마트가 어려움을 겪은 이유로는 ▲경쟁격화 ▲높은 임차료 부담 ▲현지 소비문화에 이해부족 등이 거론된다. 중국에선 글로벌 유통공룡 3인방인 월마트·테스코·까르푸도 현지 토종업체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채 섣불리 사업확대에 나선 게 외국계 마트의 발목을 잡았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외형확대보다 소비자가 우선
베트남에 진출하는 이마트는 중국에서와 다른 접근방법을 택했다. 올해 안에 호치민시 인근 신도시인 고밥지역에 1호점을 낼 예정인 이마트는 8일 오토바이용 어린이 헬멧 1만개를 호치민시 초등학생들에게 매년 무상으로 제공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베트남 정부와 체결했다.
인구 2.3명당 1명꼴로 오토바이를 보유하고 있는 베트남에선 매년 1000명 가량의 어린이가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채 교통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는다. 이 사실에 주목한 이마트는 점포 오픈에 앞서 베트남 정부와 소비자들의 환심을 얻기 위해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 점포 확대을 우선하던 중국에서는 볼 수 없던 장면이다.
최광호 이마트 베트남법인장은 "이번 행사는 이마트가 오랫동안 준비해온 베트남 사업시작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사업을 조기에 안정화 할 수 있도록 기업브랜드 이미지를 극대화하는데 주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지 않고선 현지 안착이 어렵다는 것을 중국사업을 통해 깨달았다"며 "베트남 사업은 중국에서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