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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쉐린 가이드, 떡볶이는 먹어봤니?

  • 2016.11.08(화) 11:40

'비싸고 화려한' 식당 위주로만 선정

▲ 초창기 미쉐린가이드 원본./이명근 기자 qwe123@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은 너무 비싸다. 미쉐린 가이드와 관련된 가장 큰 오해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홈페이지(guide.michelin.co.kr)에 실린 '미쉐린 가이드의 오해와 진실' 중 한 대목이다. 이 글은 "미쉐린 스타를 받았다고 전부 비싼 음식만 취급하는 고급 레스토랑은 아니다"고 강조한다.

이 글은 해외의 '값싼 미쉐린 스타' 식당도 친절하게 소개한다. 비좁고 격식 없는 홍콩의 딤섬 전문점 '팀호완(Tim Ho Wan)' 1호점, 2달러(싱가포르달러·한화 1644원)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싱가포르의 '홍콩 소야 소스 치킨 앤드 누들(Hong Kong Soya Sauce Chicken & Noodle)' 노점 등이다.

하지만 7일 발간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7'을 펼쳐보니,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은 너무 비싸다'는 것은 오해가 아니라 진실에 가까워 보였다.

우선 가장 주목받은 미쉐린 3스타로 선정된 신라호텔 한식당 라연의 점심세트 가격은 9만8000~17만원, 저녁세트는 15만~23만원이다. 미쉐린 3스타 한식당 가온의 세트 가격도 18만~25만원에 이른다.

미쉐린 2스타도 비싸긴 마찬가지다. 롯데호텔 프랑스 식당 피에르 가니에르의 세트메뉴 가격은 8만5000~34만원이다. 한식당 권숙수의 점심세트는 5만5000원, 저녁세트는 10만~15만원이다. 한식당 곳간의 세트가격은 30만원에 이르렀다.

미쉐린 1스타라고 만만하게 봐선 안 된다. 1스타 19곳 중 세트를 판매하는 식당 17곳의 세트 가격은 3만~35만원에 이르렀다. 그나마 중식당 진진은 단품 가격이 8300원부터 7만5000원으로 가장 낮았다. 만원 이하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은 진진과 한식당 하모가 전부였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메뉴 선정도 아쉽다. 미쉐린 스타 식당의 메뉴는 값비싼 한정식이나 소고기, 프랑스 요리 등이 대부분이었다. 과연 미쉐린 평가원들이 삼결살, 치킨, 돼지갈비, 백반, 김치찌개 등 서민음식을 먹어봤을까. 떡볶이, 튀김 등 길거리 음식 중엔 미쉐린 스타를 받을 만한 식당은 없었을까. 이런 저런 질문이 계속 이어지는 이유는 미쉐린 스타를 뽑는 기준이 '맛' 단 한 가지이기 때문이다.


'미쉐린 가이드의 오해와 진실'은 이렇게 설명했다. "미쉐린 가이드의 목표는 단 한 가지 맛있는 음식을 소개하는 것이다. 미쉐린 평가원들이 레스토랑을 평가할 때 음식 외에 식기나 인테리어, 서비스도 참고한다고 흔히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미쉐린 스타 식당들을 보면, 진짜 '맛'만으로 뽑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미쉐린 가이드가 식당을 평가하는 방식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다. 올 3월 김보형 미쉐린코리아 사장은 "인터넷이 발달돼 후보지를 찾을 수도 있지만, (평가 대상엔) 거의 대부분의 서울 레스토랑을 다 포함 된다"며 "평가원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쉐린 가이드가 수많은 서울의 식당들을 어떻게 8개월 만에 평가했는지는 미스터리에 가깝다. 비밀은 오해를 낳기 마련이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2011년 한 칼럼을 통해 "미슐랭 가이드의 심사원들이 부대찌개에 담긴 한국인의 정서를 알기나 할까 싶어 그 별 하나쯤이야 별것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양인 기준으로 뽑은 맛집에 호들갑 떨 이유가 없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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