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탈모 환자는 100만 명이 넘는다. 유전적인 요인 외에도 스트레스와 과로, 수면 부족 등이 탈모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머리가 많이 빠지고 두피가 드러날 정도로 탈모가 진행된 후에야 치료를 시작했지만 최근엔 머리카락이 얇아지는 탈모 초기부터 관리에 나서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포함한 탈모치료제 시장 규모도 꾸준히 커지고 있다.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그렇지 않은 일반의약품은 국내 제약사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25일 의약품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의 탈모치료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탈모치료제 시장은 10% 넘게 성장했다. 지난해 10억원을 넘긴 품목들 기준으로 2017년과 비교해보면 전문의약품은 10%, 일반의약품은 15%가량 처방액이 늘었다.
전문의약품 시장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주도했다. 전반적인 탈모치료제 시장 확대와 함께 국내 제네릭 품목의 매출이 조금씩 늘고 있긴 하지만 글로벌 제약사의 오리지널 품목엔 한참 못 미쳤다.
탈모치료제의 대표 오리지널 품목인 MSD의 '프로페시아'(성분명 피나스테리드)는 2008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아보다트'(성분명 두타스테리드)는 2016년 특허가 만료됐다. 이후 국내 제약사들이 다수의 제네릭을 쏟아냈지만 오리지널의 기세는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프로페시아와 아보다트는 각각 408억원과 310억원의 매출을 올린 반면 국내 제약사 제네릭의 경우 매출 100억원을 넘긴 품목이 하나도 없었다.
국내 제약사 중에선 JW중외신약이 그나마 탈모치료제 전문의약품 부문에서 가장 선전했다. 프로페시아 제네릭인 '모나드'가 매출 62억원, 아보다트 제네릭인 '네오다트'가 19억원을 기록하면서 제네릭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
한국콜마의 '마이페시아'가 32억원의 매출로 4위에 올랐는데 2017년 대비 73%나 급성장하면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한미약품 '피나테드'와 한독테바 '자이가드'는 2017년과 비교해 매출이 다소 줄었다.
국내 제약사들이 전문의약품 부문에선 아직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일반의약품 시장에선 강자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최근엔 일반의약품이 전문의약품 제네릭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면서 탈모치료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전문의약품은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일반의약품은 약국에서 바로 살 수 있는 등 접근성이 더 높다는 측면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공격적으로 영업을 전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주요 일반의약품 품목의 매출이 일제히 올랐다. 특히 동국제약의 '판시딜'은 지난해 매출 93억원을 기록하면서 1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판시딜은 지난해 대한민국 소비자대상에서 의약품 중 유일하게 올해 최고제품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이어 현대약품의 '마이녹실'과 '마이녹실에스'가 50억원 안팎의 매출로 2~3위를 차지했다. 반면 독일의 멀츠, 미국의 존슨앤드존슨, 스위스의 갈더마 등 글로벌 제약사들의 일반의약품 매출은 간신히 10억원을 넘기면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반의약품의 경우 대중 광고가 활발하다 보니 광고 효과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접근성이 쉬운 일반약부터 접근했다가 상태가 나아지지 않으면 전문약으로 넘어가는 만큼 앞으로 국내 제약사들의 제네릭 시장 규모도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