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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다시보자! 신약 기술수출

  • 2019.07.11(목) 15:05

'기술수출 = 신약개발' 과도한 기대감이 실망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잠재력 '주목'…지속적 지원 필요

국내 대표 제약사인 유한양행이 올 들어 잇달아 대규모 기술수출 낭보를 전해주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분위기는 냉랭하기만 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 등 대형 악재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술수출의 개척자로 꼽히는 한미약품의 대형 계약 건이 잇달아 해지되고 있는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최근 정부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목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주류 산업에 불과했다. 이 와중에 지난 2015년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를 대상으로 잇달아 대규모 기술수출 잭팟을 터뜨리면서 차세대 산업으로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한미약품은 총 9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으면서 승승장구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최근까지 모두 5건의 계약이 해지되면서 기술수출에 대한 환호가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60만원을 웃돌던 주가는 반토막 났고 한미약품엔 기술수출 성과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실패'라는 꼬리표가 붙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유한양행이 지난해 이후 잇달아 대규모 기술수출에 성공하고 있는데도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주가도 크게 힘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는 최근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계약이 잇달아 백지화되면서 '기술수출=신약개발 성공'이라는 인식이 깨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술수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조 단위 계약 규모만 도드라지다 보니 기대감이 과도하게 부풀려졌고, 막상 그 결과가 기대치에 못 미치자 빠르게 실망감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로 일반 소액투자자들은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채 무작정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심지어 최근까지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군 바이오기업 신라젠을 신라호텔 자회사로 알고 투자한 이도 있었다고 한다.

정부 역시 지금은 제약바이오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치켜세우고 있지만 이해도가 부족한 건 마찬가지다. 정부가 제약바이오산업을 육성하겠다며 '신약개발 R&D 지원'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업계에선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보건의료분야 연구개발에 투자된 정부의 재원 중 대부분은 대학에 집중됐고, 정작 산업현장 투자는 20%에도 채 못 미쳤다. 특히 신약 하나를 개발하려면 평균 1조원이 필요하고, 최초 임상1상에만 37억원 정도가 들어가는데 정부의 연평균 지원액은 기업별로 4억~5억원대에 불과해 생색내기용에 그쳤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그동안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한 오리지널 의약품을 복제한 제네릭이나 물질 일부를 변경한 개량신약 등을 팔아 신약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구조를 만들어왔다. 그런데 정부는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을 내세워 R&D 지원에 나서면서도 정작 주수입원인 제네릭 약가는 계속 낮추고 있어 기업들의 R&D 여력을 오히려 더 떨어뜨리고 있다.

정책적인 필요에 따라 제네릭 약가를 낮출 수밖에 없다면 R&D 지원 규모라도 대폭 늘려야 정부가 내세운 구호대로 제약바이오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라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IT와 반도체, 건설 등 세계로 뻗어나간 다른 산업들은 그나마 '빨리빨리' 정책이 통했다. 하지만 제약바이오산업은 다르다. 하나의 신약 개발에 성공하기까지 평균 10~15년의 시간이 걸리는데 반해 성공 확률은 9000분의 1에 불과해 말 그대로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기술수출은 횟수는 과연 얼마나 될까? 정부와 기업 공시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기술수출 계약 건수는 217건에 불과했다. 경우에 따라선 앞으로 수많은 실패를 더 거듭해야 비로소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시점에선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기술수출은 최종적인 성공 여부를 떠나 해당 계약 자체에 의미를 둬야 한다. 기술수출 계약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가 적지 않은데다 무엇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잠재력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단기 정책에 그치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관심과 지원을 보여줘야 한다.

최근 잇단 악재가 불거지면서 제약바이오업계 전반이 주춤하고 있지만 비온 뒤에 땅이 굳듯 지금의 상황을 거름삼아 보란 듯이 글로벌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는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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