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해외 사업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던 롯데홈쇼핑이 8년 만에 다시 해외 진출을 모색한다. 이번에는 종전과 달리 '미디어 커머스'를 앞세워 새롭게 해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과거에는 현지업체와 합작이나 지분 투자, 인수 등을 통해 진출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꾼 셈이다.
◇ 중국·베트남 진출 '흑역사'
그동안 롯데홈쇼핑의 해외 사업은 대부분 실패했다. 중국이 대표적이다. 롯데는 지난 2010년 현지 홈쇼핑 업체인 '럭키파이'의 지분 49%를 인수해 중국 홈쇼핑 시장에 진출했다. 이에 따라 산둥·윈난·충칭 지역 3개 홈쇼핑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홈쇼핑의 실질적인 운영권 행사를 제한했다. 이 탓에 롯데의 영향력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홈쇼핑 운영 과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롯데홈쇼핑의 중국 사업도 급속도로 침체됐다. 럭키파이 인수에 1900억원을 투자하고, 구조조정 비용까지 부담했지만 돌아온 것은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뿐이었다. 롯데홈쇼핑은 운영자가 아닌 단순 투자자로 전락하면서 결국 중국 사업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베트남 사업도 마찬가지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2011년 베트남에 진출했다. 베트남의 대형 미디어 그룹 닷비엣(DatVietVAC)과 합작법인 '롯데닷비엣(Lotte Datviet)'을 설립하면서 베트남 시장 공략에 나섰다. 닷비엣은 하노이, 호찌민 등 베트남 대도시를 중심으로 24시간 방송하는 미디어 그룹이다. 롯데홈쇼핑은 이를 기반으로 베트남에 홈쇼핑 방송을 진행했다.
롯데홈쇼핑은 베트남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신흥시장인 데다, TV 매체의 파워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닷비엣과 의견 차이가 생기면서 베트남 홈쇼핑 사업은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 여기에 베트남 홈쇼핑 시장마저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처음 진출할 당시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했고, 급기야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베트남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 인도네시아는 다르다
롯데홈쇼핑은 이 와중에 최근 인도네시아 미디어 기업인 엠텍(Emtek)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엠텍은 지난 1983년 설립된 인도네시아 대표 미디어 기업이다. 엠텍은 인도네시아 전역에 방송되는 SCTV 채널을 비롯해 자카르타 지역 홈쇼핑 방송인 '오샵(O Shop)'을 송출하는 '오채널(O Channel)'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이런 기반을 활용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롯데홈쇼핑의 해외 사업은 대만이 유일하다. 지난 2004년 처음으로 진출한 대만 시장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반면 중국과 베트남에서는 큰 실패를 맛봐야 했다. 이 때문에 롯데홈쇼핑 내부에서는 엠텍과 협력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싼 수업료를 내야 했던 중국과 베트남 사례 때문이다. 자칫 중국과 베트남의 전철을 밟게 될 경우 향후 롯데홈쇼핑의 해외 진출은 요원해질 수도 있어서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시장은 종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키로 했다. 기존의 해외 진출 방식이던 TV 홈쇼핑에만 국한된 콘텐츠를 버리고, 미디어커머스 사업에 방점을 찍겠다는 계산이다. 미디어커머스는 동영상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전자상거래 유형이다.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상품을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로 기획하는 방식이다. 최근에 가장 주목받고 있는 트렌드다.
더불어 인도네시아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눈여겨봤다. 인도네시아의 인구는 2억 7000만 명으로 세계 4위 규모다. 향후 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 롯데홈쇼핑은 지난 2017년 코트라(KOTRA)와 함께 공동 주관한 '자카르타 한류박람회'에서 국내 상품에 대한 높은 관심과 수출 상담 성과를 눈으로 확인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다시 해외 시장에서 성공을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 성공 가능성은
롯데홈쇼핑이 그동안 해외 사업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은 트렌드의 변화를 빨리 읽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는 비단 롯데홈쇼핑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재 해외에 진출해있는 국내 다른 홈쇼핑 업체들도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고민이자 해결 과제다. 이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롯데홈쇼핑의 해외 진출 성공 여부가 달렸다는 것이 업계의 주된 생각이다.
롯데홈쇼핑이 실패를 경험했던 중국이나 베트남 시장의 경우 향후 성장성에 기대를 건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시장에서 통했던 TV홈쇼핑 모델을 그대로 이식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일함이 결국 실패로 귀결된 셈이다. 국내와는 다른 현지 문화와 이들 나라가 TV 중심에서 모바일로 소비 성향이 빠르게 전환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던 것도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롯데홈쇼핑이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하면서 TV 홈쇼핑이 아닌 미디어 커머스에 주안점을 두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많은 인구와 그들이 가진 소비력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현지에 진출하는 전략은 무모하다는 사실을 이미 중국과 베트남에서 경험한 덕분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롯데홈쇼핑이 미디어 커머스에 주력해 인도네시아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홈쇼핑 업체들의 해외 진출 방식은 대동소이했다. 현지 채널을 이용해 우리의 콘텐츠를 거기에 태우는 방식이었는데 그것이 통할 것이라고 자만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동남아 시장은 우리보다 변화 속도가 더 빠르다.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인데 미디어 커머스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가 과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