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위 6개 제약사들이 올 2분기 실적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지난해 CJ헬스케어를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운 한국콜마가 지난 1분기에 이어 매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이전까지 연매출로 첫 1조 클럽에 가입하면서 업계 매출 1위를 지켜왔던 유한양행은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도입한 품목들의 부진으로 매출과 수익 모두 주저앉으면서 GC녹십자에 밀려났다. GC녹십자는 매출과 영업이익은 상승했지만 법인세와 담합 적발로 인한 과징금 등으로 순이익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반면 한미약품은 연구개발비 감소 및 기술료 수익으로, 대웅제약은 나보타의 미국 진출 영향으로 매출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았다.
◇ 한국콜마, 사업분야별 실적 부진에도 '매출 1위'
국내 상위 제약사들의 올 2분기 실적 공시자료에 따르면 한국콜마는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매출 4098억원으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4월 1조3000억원을 들여 CJ헬스케어를 인수한 덕분이다. 신규 고객사 유입 및 기존 거래처 수주 증가와 함께 CJ헬스케어를 인수한 자회사 씨케이엠이 매출 1271억원을 기록한 것이 전체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줬다.
CJ헬스케어 인수효과로 전체 실적은 개선됐지만 사업분야별 실적은 저조했다. 한국콜마의 주 사업 분야였던 화장품 부문의 매출액은 중국 수출 규제강화로 전년대비 0.3% 감소한 1921억원, 제약 부문은 10% 감소한 47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또 CJ헬스케어를 인수하기 위해 사모펀드와 설립한 자회사 씨케이엠이 CJ헬스케어 인수 당시 리파이낸싱(자금재조달) 관련 자문 수수료를 정산하면서 약 50억원 가량의 일회성 비용도 발생했다.
◇ GC녹십자, 법인세·과징금 등으로 순이익 급감
GC녹십자는 해외 매출 상승과 독감백신의 매출 규모가 전반적으로 증가하면서 전년대비 매출엑이 5.2% 증가한 3596억원을 기록했다. 백신 부문에서 독감백신의 남반구 수출 호조로 매출 규모가 6.5% 증가했다. 혈액제제 부문은 알부민의 중국 수출이 확대됨에 따라 31.1% 늘어났다.
연결 대상 계열사의 외형 성장도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에 톡톡히 한 몫을 했다. GC녹십자엠에스는 지난 2분기 매출액이 전년대비 6.6% 늘어난 24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사업 효율성을 높이며 손실 폭은 줄었다.
GC녹십자랩셀도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다. 2분기 매출은 검체검진서비스 분야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전년대비 13.4% 증가한 15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연구개발 비용은 전년대비 83.2% 증가하면서 수익은 다소 둔화했다.
외형 성장에 따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개선됐지만 영업 외 항목에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면서 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정기 세무조사에 따른 추가 법인세 부과, 녹십자엠에스의 혈액백 입찰 담합 적발에 따른 과징금 영향으로 14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 유한양행, 1분기 기술료 수익 과대인식으로 '어닝 쇼크'
유한양행은 매출 3594억원으로 전년대비 6.9% 감소하며 3위로 밀려났다.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도입한 의약품의 비중 높은 유한양행은 지난해 12월 적용된 약가인하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길리어드사이언스로부터 도입한 B형 간염치료제 비리어드 매출이 전년대비 137억원 가량 줄었고 C형 간염치료제 소발디도 151억원 감소했다.
수익성도 악화했다. 2분기에 5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했고 순이익은 57억원으로 전년대비 65.7% 줄었다. 전년대비 30% 가량 연구개발비가 늘어난 데다, 원가율 상승 및 광고비 증가, C형 간염치료제 원료의약품의 매출 하락에 따른 재고처리 영향이 컸다.
특히 지난해 11월 얀센에 기술수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의 기술수출 계약금 550억원 중 90억여원을 1분기에 수익으로 반영한 반면, 2분기에는 거의 반영하지 않으면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회계법인에서 비용 대비 수익이 과도하다는 의견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얀센으로부터 마일스톤 등의 추가 기술료가 유입될 예정인 만큼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 대웅제약, 나보타 미국 진출로 수익성도 UP
대웅제약의 2분기 매출엑은 전년대비 11.9% 증가한 2616억원으로 한미약품과 종근당을 누르고 4위에 올랐다. 대웅제약의 2분기 영업이익은 227억원, 순수익은 109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64%, 65.2% 증가했다.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등 사업부 전체가 고른 성장을 보였다. 여기에 나보타(미국 제품명 : Jeuveau)의 미국 진출이 매출과 수익성 개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 메디톡스와 나보타 관련 소송으로 38억원의 비용이 발생했지만 미국에서만 153억원, 국내에서는 29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 한미약품, R&D 비용 축소로 '어닝 서프라이즈'
한미약품도 매출액과 수익성 모두 대폭 개선됐다. 2분기 매출액은 2704억원으로 전년대비 12.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31억원, 순이익 204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6.1%, 41.7% 늘어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금융자산에 대한 가치평가가 변동되면서 금융수익이 증가했다. 지난 2015년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공동연구 개발비를 기존 1억5000만유로에서 1억유로로 감액하는 수정계약에 따라 연구개발비가 11.8% 감소하면서 이익 증가에 기여했다.
또 제넨텍에 2016년 9월 기술 이전한 HM95573의 기술료 30억원과 MSD로부터 로수바스타틴 원료의약품 수출 관련 마일스톤 20억원 등 50억원의 기술료 수익도 실적 호조에 도움을 줬다.
◇ 종근당, 탄탄한 영업력 덕에 매출 성장
종근당은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유망한 오리지널 의약품을 도입해 판매하는 전략으로 매출액이 전년대비 12.3% 증가한 2666억원을 기록했다. 대형품목인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가 전년대비 약 7% 감소했지만 지난 2017년 하반기에 도입한 암젠의 골다공증치료제 프롤리아가 88억원으로 전년대비 478%나 매출이 증가했다.
지난 1월 CJ헬스케어와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한 위식도 역류질환치료제 케이캡의 매출도 2분기에 54억원을 기록했다. 자체 보유 품목인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티린과 고지혈증복합제 아토젯도 전년대비 각각 12.5%와 73.5% 증가하면서 매출 성장에 기여했다.
다만, 수익성은 지난해 2분기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연구개발비가 전년대비 18.7% 늘어나면서 영업이익은 182억원, 순이익은 5000만원 가량 줄어든 124억여 원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