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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PTV 송출료 '수직상승'…홈쇼핑 '죽쒀서 남준다'

  • 2020.02.20(목) 10:48

최근 4년 간 IPTV 송출수수료 300% 넘게 급증 
통신+유선방송 슈퍼 '갑' 등장…앞으로가 더 걱정
결국 중소기업과 소비자 부담…규제 더 강화해야

지난해 실적 개선과 함께 웃음꽃을 피워야 할 홈쇼핑 업계가 오히려 깊은 시름에 빠져들고 있다. 홈쇼핑 채널을 사용하는 대가로 IPTV 사업자들에 내는 송출수수료가 4년 만에 300% 넘게 늘면서 수직상승하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LG유플러스와 CJ헬로 등 방송·통신 간 인수·합병(M&A)으로 수퍼 '갑'의 출현을 앞두고 있어 이런 추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홈쇼핑 사업자들이 입점업체들로부터 받는 판매수수료는 갈수록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면서 판매수수료에서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훌쩍 넘어섰다.

송출수수료의 가파른 인상은 결국 판매수수료와 상품 판매단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중소기업과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송출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4년간 IPTV 송출수수료 300% 넘게 급증 

홈쇼핑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홈쇼핑 빅4 가운데 GS홈쇼핑을 제외한 CJ오쇼핑과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등의 영업이익이 적게는 11% 많게는 21%까지 늘었다. 모바일과 T커머스에 꾸준히 투자하면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 덕분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송출수수료는 더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 업체가 IPTV 채널을 사용해 방송을 송출하고 내는 수수료를 말한다. IPTV 사업자들은 가입자 수가 크게 늘고 있는 만큼 송출수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2018년 IPTV 가입자 수는 전년보다 9.3% 증가했다. 

반면 송출수수료 인상 폭은 이를 크게 상회한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홈쇼핑 업계가 IPTV 3사인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에 낸 송출수수료는 지난 2014년 1754억원에서 2018년엔 7127억원으로 4년 만에 302%나 급증했다. 연상 상승률은 45%에 달한다. 그 결과 송출수수료가 IPTV 사업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11%에서 2018년 20%로 상승했다. 

홈쇼핑 업체의 방송 매출 가운데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 업계 1위 CJ오쇼핑은 지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매출은 연평균 3% 늘어난 반면 송출수수료 비용은 13%나 증가했다. 특히 2018년엔 홈쇼핑 방송으로 626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이중 46%에 달하는 2862억원이 송출수수료로 새나갔다. 다른 홈쇼핑 업체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홈쇼핑 사업자들은 IPTV 외에 14곳의 유선방송사업자(SO)들에도 송출수수료를 내고 있지만 상승폭은 비교적 완만하다. 홈쇼핑 업계가 SO 사업자들에게 낸 송출수수료는 지난 2009년 3854억원에서 2018년엔 7571억원으로 늘어 연평균 상승률은 7.8% 수준이었다.

IPTV 사업자들은 가파르게 늘어난 송출수수료 덕분에 든든하게 곳간을 채우고 있다. 이통3사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한 결과 KT의 경우 유선수익과 금융수익은 줄었지만 IPTV 부문에서 두 자릿수 실적 개선을 이뤘다. 

SKT도 이동전화와 온라인쇼핑 사업은 부진했지만 IPTV와 보안사업(ADT)에서 두 자릿수 개선이 있었다. LG유플러스 역시 IPTV 사업만 두 자릿수 성장했고, 모바일과 기업사업 부분은 부진했다. 최근 수년간 이동통신업계가 5G 상용화에 대규모로 투자했는데, IPTV 부문이 든든한 효자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 결국 중소기업과 소비자에 부담 '전가'

앞으로가 더 문제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합병으로 초대형 유료방송사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과기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유료방송시장에서 20%대 점유율은 KT가 유일하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M&A가 끝나면 3사 모두 20%대 점유율로 시장을 '삼분지계'하게 된다.

한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 있는 IPTV 사업자들이 케이블과 합병을 통해 덩치를 더 키우면 홈쇼핑 업계는 더욱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가파른 송출수수료 인상은 단순히 홈쇼핑 사업자들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홈쇼핑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중소기업에 곧바로 여파가 미칠 수 있다. 홈쇼핑 업계에 따르면 송출수수료는 홈쇼핑 사업자들이 입점업체로부터 받는 판매수수료의 53.3%를 차지한다. 

송출수수료 인상이 판매수수료 상승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결국 송출수수료 인상은 판매수수료 상승으로 이어지고, 최종적으로 판매가격에 영향을 미치면서 소비자들에게 그 부담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송출수수료 계약이 대부분 연초에 시작해 연말에 끝나다 보니 인상분이 하반기에 한꺼번에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앞서 계약한 판매수수료가 송출수수료 인상폭을 따라가지 못하면 이익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실제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던 일부 홈쇼핑 업체들은 IPTV와의 송출수수료 계약이 지연되면서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정부가 올해부터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 강화에 나섰지만 홈쇼핑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홈쇼핑 업체들이 입점업체로부터 받는 판매수수료는 '공정가' 개념을 도입해 공개가 원칙이며, 산정 기준도 통일하는 등 엄격한 규제를 적용한다. 홈쇼핑 재승인 과정에서도 이 내용을 심사에 반영할 예정이다.

반면 홈쇼핑 업체들이 내야 하는 송출수수료는 공정가 개념 자체가 없고, 비공개 경쟁입찰 방식이다. 가이드라인은 대신 가입자 수와 홈쇼핑 상품 매출, 물가상승률 등을 '대가산정의 요소'로 정하고 구체화하도록 주문했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대가검증 협의체도 만들어 송출수수료 계약 과정에서 부당행위를 막도록 했다.

하지만 홈쇼핑 업계는 IPTV 사업자들과 갑-을 관계가 여전한 데다 정부가 직접 관여하는 판매수수료와는 달리 규제 강도가 약하다고 토로한다. 가이드라인 자체가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송출수수료 인상은 협력사 판매수수료 인상과 함께 결국 중소기업과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통신·방송 사업자의 합병에 따라 발생할 송출수수료 문제는 안전장치를 추가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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