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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모든 것]③때마다 찾아오는 신종 감염병의 공포

  • 2020.03.20(금) 09:09

세계를 뒤흔든 바이러스 '인플루엔자‧코로나' 2종
코로나19, 낮은 치사율 등 인플루엔자와 유사 양상
'칼레트라' 치료 효과 미미…백신‧치료제 개발 장기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발한 지 4개월째를 맞은 가운데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잡히기는 커녕 더욱 확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하루 확진환자 증가수가 100명 미만으로 어느 정도 정체기를 맞았지만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이란, 독일 등 주요 국가들은 하루에 1000~3000명에 이르는 확진자가 발생하며 뒤늦게 코로나19 공포에 떨고 있다.

중국에 이어 확진환자 수 2위였던 우리나라는 19일 현재 기준 ▲중국 8만928명 ▲이탈리아 3만5713명 ▲이란 1만7361명 ▲스페인 1만3716명 ▲독일 1만2327명 ▲프랑스 9134명에 이어 8413명으로 7위로 밀려났다. 이밖에 미국 역시 7769명으로 전날 보다 1500여명의 환자가 늘어나며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신종 감염병, 인플루엔자 vs 코로나

과거에도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은 때마다 찾아와 전 세계를 뒤집어 놓았다. 1900년대 이후 발발한 신종 감염병들을 살펴보면 크게 인플루엔자와 코로나 2개의 바이러스 종으로 분류된다.

독감으로 불리는 인플루엔자는 스페인독감, 아시아독감, 홍콩독감과 신종플루가 있다. 모두 A형 인플루엔자로 사람 외에 포유류나 조류에서도 나타난다.

A형 인플루엔자는 세포에 침입할 때 필요한 적혈구응집소(hemaglutinin, H)와 세포에서 증식한 후 빠져나올 때 필요한 뉴라미니다제(neuraminidase, N)라는 두 가지 단백질을 지니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H와 N의 종류는 각각 18가지와 11가지로, 다양한 조합을 통해 변종이 나타난다. 스페인독감과 신종플루는 H1N1형이며, 아시아독감은 H2N2형, 홍콩독감은 H3N2형이다.

사스, 메르스, 코로나19는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로 과거에는 사람과 동물에서 흔히 나타나는 감기 바이러스 중 하나였다. 그러나 유전적 변이가 이뤄지면서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동반하는 등 위협적인 바이러스로 변질됐다.

2종 바이러스의 치사율 '극과 극'

이들 신종 감염병은 공통적으로 세계 여러 나라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특이한 점은 인플루엔자의 사망자 수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비해 월등히 많았음에도 치사율은 낮았다는 것이다.

스페인독감과 아시아독감, 홍콩독감은 공식적으로 집계한 환자 데이터는 없지만 사망자는 대략적으로 각각 5000만명, 200만명, 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플루는 2009년 발병 이후부터 WHO의 팬데믹 선포 종식 지점인 2010년 8월까지 한국에서만 80만여명이 감염됐고 세계적으로는 WHO가 감염자 수를 세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집계를 포기했다. 다만 사망자는 약 1만85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공통적으로 감염 환자와 사망자가 대거 나타났지만 치사율은 불과 1~2%에 그쳤다.

반면 코로나 바이러스인 사스와 메르스는 사망자 수가 1000명도 채 되지 않지만 치사율은 각각 9.2%와 34.4%대에 달했다. 사스는 당시 우리나라 정부가 자가격리 및 강제격리 등 발 빠르게 조치에 나서면서 국내 의심환자는 불과 3명에 그쳤고 높은 치사율에도 불구하고 사망자는 단 1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에 WHO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반면 메르스는 유난히 우리나라에서 급속히 확산하면서 신종 감염병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2012년 발발한 메르스는 중동이나 아프리카 지역에서만 두드러졌는데 특이하게도 2015년 우리나라에서 대유행으로 번졌다. 감염경로 등 메르스에 대한 정보가 차단된 상태에서 제대로 된 검역 조치도 이뤄지지 않아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환자들이 급속히 늘어난 것이 원인이었다. 여기에 당시 정부는 메르스의 유전자 변이가 없었다고 공식발표했으나 뒤늦게 변이가 사실로 밝혀지면서 비난 여론이 쇄도했다.

◇ 백신‧치료제 유무로 갈린 치사율

인플루엔자와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사율은 왜 이렇게나 차이가 날까. 두 바이러스 모두 공기 중에 있는 재채기, 콧물 성분이나 신체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비말전염성 바이러스다. 감염경로 및 전염방식은 동일하다는 얘기다.

의료적인 측면에서 두 바이러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진단과 치료법을 꼽을 수 있다. 인플루엔자는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데 5분 정도면 바로 결과가 나온다. 또 많은 백신과 치료제들이 빠르게 개발돼 현재까지 발병하고 있는 홍콩독감과 신종플루의 치사율을 대폭 낮췄다.

당초 코로나 바이러스 진단은 하루가 소요됐다. 지난달 5일 우리나라 보건당국이 6시간으로 검사시간을 단축한 첫 코로나19 진단시약 제품을 승인했고 이후 4시간, 2시간까지 단축한 진단키트가 속속 승인받았다. 진단이 늦을수록 조치가 늦어져 치사율이 높아질 수 있다.

또 인플루엔자와 달리 코로나는 아직까지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특히 많다. 사스와 코로나가 발발한 지 수 해가 지났지만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아직까지도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8000여명의 환자를 낳았던 사스의 경우 발병 1년여만에 종식됐기 때문이다. 메르스 역시 현재 중동에서 소수 환자들이 보고되고 있긴 하지만 전 세계를 통 털어 총 2500여명에도 못 미친다.

신약 개발에 평균 10년가량이 소요되는 데다 기업 입장에서는 빠른 유전자 변이로 인해 개발한 약이 얼마 쓰지 못한 채 무용지물 될 경우 이익은 고사하고 손해를 떠안아야 하는 리스크가 크다. 결국 코로나 바이러스의 빠른 변이, 적은 환자 수, 바이러스의 종식 등으로 인해 기업들이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진행하지 않았거나 못한 셈이다.

◇ 신속한 진단‧격리‧방역 등 초기대응 '중요'

그런데 코로나19는 이전 코로나 바이러스들과 달리 인플루엔자와 같은 양상을 띠고 있다. 19일 기준 전 세계 확진 환자는 21만명을 넘어서며 WHO는 전염병 경보단계의 최고 등급인 팬데믹(Pandemic)을 선포했다. 앞서 팬데믹은 홍콩독감과 신종플루 등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서 2차례 선포됐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에 팬데믹이 선포된 건 처음이다.

코로나19 역시 사스나 메르스처럼 백신과 치료제가 없지만 치사율은 인플루엔자 수준에 가깝다. 3월초 WHO가 발표한 코로나19의 치사율은 2%였고 현재 확진환자 수와 사망자 수로 계산했을 때는 4% 정도다. 여러 국가들이 진단키트 부족으로 제대로 검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인 만큼 진단되지 않은 환자들까지 고려하면 실제 치사율은 더욱 낮을 전망이다.

현재까지 적절한 항바이러스제나 예방 백신이 없는데도 코로나19의 치사율이 낮은 이유는 첫째로 그렇게 변이했기 때문이다. 신종 감염병은 바이러스의 유전자 변이가 이뤄지면서 같은 종류의 바이러스라도 감염률이나 치사율도 제각각으로 나타난다. 즉 이전 코로나 바이러스들 보다 독성이 적게 변이한 것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군자차량기지에서 지하철 방역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둘째로는 이전 코로나 바이러스와 달리 감염 초기에 환자들을 발견해 격리 및 치료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나라별 치사율을 비교해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신속한 진단과 격리 및 방역 조치가 이뤄진 우리나라의 사망자 비율은 19일 기준 1.1% 수준이다. 반면 뒤늦게 코로나19 진단 및 통제가 이뤄진 이탈리아는 사망률이 무려 8.3%, 이란은 6.5% 등으로 사스만큼 높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지난달 인플루엔자와 유사한 높은 감염률과 낮은 치사율을 보이는 코로나19가 소멸하지 않고 향후 계절 독감처럼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 코로나19, 예방 및 치료…성공 가능성 '기대'

워낙 많은 환자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국내외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너도나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면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자연히 진압될 수 있다.

다만 여론에서 쏟아졌던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감과 달리 진행상황이 수월하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기존에 개발된 항바이러스제들이 있고 이를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 중이라 좀더 빠르고 수월하게 개발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당초 코로나19 치료제로 기대를 모았던 후천성면역결핍증(HIV) 치료제 칼레트라(성분명 로피나비어+리토나비르)가 중국 임상시험에서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지난 19일 확인됐다.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 특성상 유전자 변이가 많아 개발이 더 까다롭다. 백신 후보로는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하려다 실패한 '렘데시비르'가 가장 주목받고 있으며 오는 4월 중으로 임상 결과가 나온다.

다행인 점은 미국과 중국 등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다수 제약바이오기업들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보건당국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과제 공모에 나서면서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코로나19를 넘어 신종 감염병에 효과적인 백신과 치료제로 확대해 연구개발을 추진 중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으면서 신종 감염병 백신과 치료제 개발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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