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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한국 코로나19 진단키트가 돋보인 이유

  • 2020.04.08(수) 10:21

메르스 사태 당시 다수 업체 감염병 진단키트 개발
긴급사용승인 제도로 신속한 진단 및 대응에 성공
'유전자 검사기법' 국제표준 제정 유력…전 세계 선도

전 세계 코로나19 감염 환자가 8일 기준 13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아직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만큼 신속한 감염 여부 진단이 현재로선 최선의 대응 방안으로 꼽힙니다. 환자들을 빠르게 격리조치할수록 바이러스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1월 첫 환자 발생 이후 2월과 3월 두 달간 급속도로 감염이 확산하다가 최근 일 확진자 수가 50명 아래로 떨어지면서 크게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그 배경에는 발 빠른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과 보급이 따랐기 때문인데요.

반면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뒤늦게 코로나19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퍼지고 있죠. 미국과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등은 어느새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원지인 중국을 앞섰습니다. 이들 국가들은 초기에 제대로 된 코로나19 검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태를 더 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금은 미국을 포함한 다수 해외 국가들이 국내 코로나19 진단키트 업체들에 러브콜을 보내면서 한창 수출이 진행 중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국내 기업들이 보건의료 선진국들을 모두 따돌리고 진단키트 선두주자가 된 걸까요?

◇ 긴급사용승인 통해 앞서 진단키트 개발

먼저 '긴급사용승인 제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 제도는 감염병 대유행이나 방사선 비상상황 등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 긴급하게 사용이 필요한 의료기기 허가를 면제해 한시적으로 신속하게 제조·판매·사용할 수 있도록 한 건데요.

우리나라 보건당국은 코로나19의 빠른 진단을 위해 2월 한 달간 진단키트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받았습니다. 총 42개 업체가 64건을 신청했고 코젠바이오텍과 씨젠, 솔젠트, SD바이오센서, 바이오세움 등 총 5곳이 허가를 받았죠. 

그 결과 우리나라는 하루 최대 15만 명 검사 분량의 진단키트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는데요. 국내 수급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면서 지금은 수십여 제품들을 본격적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반면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30만 명을 넘어선 미국의 경우 초기에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진단키트를 자체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거쳐 지자체에 보급하는 방식이었는데요. CDC가 개발한 진단키트에서 결함이 발견되면서 전량 수거, 폐기 조치가 이뤄졌습니다. 결국 코로나19 진단이 늦어졌고 감염이 더 빠르게 확산한 거죠.

미국 전 지역으로 빠르게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미국 보건당국은 지난 2월 29일 미국 14개 주를 대상으로 독자진단을 허용했는데요. 그러면서 현재 국내 코로나19 진단키트들은 미국 정부가 아닌 주 소속 단체나 기관과 계약을 맺고 수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한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영세해 정확한 수출 기업 수와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는데요. 공식적으로는 티씨엠생명과학이 미국 메사추세츠주에 있는 질병 진단 및 치료 연구소 'Lab USA'와 코로나19 진단키트 공급 계약을 체결했죠. 또 한국계 미국 기업인 아벨리노랩은 미국 캘리포니아 헤이워드소방서와 파트너십을 맺고 검사센터를 개설해 진단 검사를 진행 중이고, 클리노믹스는 헝가리 정부 그리고 젠바디는 세계 10여 개국에 수출을 진행 중입니다.

◇ 국제표준 제정 앞둔 국내 진단키트 기술

우리나라가 코로나19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이유는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입니다. 당시 정부는 의료기기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감염병 위기 시 체외진단 검사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덕분에 코로나19 진단키트도 빠르게 사용이 이뤄질 수 있었죠.

이때 다수 체외진단기기, 바이오 업체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이 유전자를 검출하는 진단키트를 개발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과 동물에서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로, 유전자 크기가 27~32kb(kilo base)인 RNA(핵산의 일종인 리보핵산) 바이러스를 통칭하는데요. 사스와 메르스, 코로나19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입니다. [관련 기사: [코로나19의 모든 것]①코로나가 뭐길래]]

메르스보다 앞선 2002년 사스가 세계를 강타하며 30개국에서 약 8096명의 환자가 발생했는데요. 불과 1년도 안 돼 감염이 급속히 감소하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2003년 7월 사스 종식(SARS free)을 선언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환자 수도 많지 않고, 더 이상 팔리지 않아 사업성이 떨어지는 만큼 개발할 필요가 없었던 거죠.

당시 우리나라는 사스 추정환자가 3명에 불과해 큰 타격을 받지 않았는데요. 사스와 달리 메르스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외 국가에서 확산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고, 이때 국내 다수 업체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진단키트를 개발하게 된 거죠. 여기에 코로나19 감염이 다른 국가보다 먼저 확산하면서 진단키트 개발도 보다 빨리 이뤄질 수 있었던 겁니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코로나 바이러스 진단키트 기술은 세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전망입니다. 단순히 해외 수출을 넘어 국제표준 제정을 앞두고 있는건데요. 우리나라 보건당국은 코로나19를 포함한 감염병 진단키트의 긴급사용승인 기준인 '미생물 병원체 검출을 위한 유전자 증폭 검사기법'에 대한 국제표준 제정을 추진해왔습니다. [코로나19의 모든 것]②국가별 확진판정 다를 수 있다

국제표준화기구 의료기기 기술위원회(ISO/TC 212)가 최근 이를 국제표준안(DIS)으로 승인하면서 회원국의 전체 승인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이미 다수 업체들이 국내 검사기법에 따라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무난히 승인이 이뤄질 전망입니다. 우리나라의 체외진단기기가 감염병 진단키트의 표준으로써 전 세계를 선도하게 되는 건데요. 그만큼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세계화도 더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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