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크게 늘었다. 올해 37개사가 시가총액 1조원의 문턱을 넘을 전망이다. 이들 기업의 시총은 지난해 말 대비 평균 86.9% 증가했다. 최대 25배 이상 증가한 곳도 있다. 대부분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 등의 재료에 힘입어 단기간에 시총이 급증했다. 이에 시총 거품 논란이 일며 투자에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 가운데 10월 현재 시총 순위 1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지난해 말 28조원대였던 시총이 45조원대까지 증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의약품 연구개발 중심인 타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달리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이 전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달까지 체결한 수주액은 약 1조8000억원에 달한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확대되면서 관계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동반성장도 시총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셀트리온은 34조원으로 제약‧바이오 시총 2위다.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이슈로 계열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도 시총이 크게 증가하면서 각각 3위와 11위에 올랐다. 지난달 3사의 합병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다소 불안한 모습이지만 합병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시총 52조에 달하는 공룡 제약‧바이오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지난 7월 코스피에 상장한 SK바이오팜은 12조원대로 시총 4위를 차지했다. SK바이오팜의 자체 개발 신약인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 세노바메이트)’와 수면장애 치료제 ‘수노시(성분명 : 솔리암페톨)’ 등 신약 2건이 지난해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에서 허가를 받았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기대감으로 시총 순위에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씨젠은 코로나19 진단키트로 단박에 스타덤에 오른 대표 기업이다. 씨젠은 유전자 진단시약 수출로 안정적인 매출을 내며 시총 804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발 빠르게 개발, 허가받으면서 시총도 크게 증가했다. 해외에서도 물량이 부족할 만큼 대폭 수출이 잇따르면서 현재는 시총 7조4478억원으로 5위권에 안착했다.
이밖에 제약‧바이오 기업들 역시 대부분 코로나19 영향으로 시총이 크게 늘어났다. 진원생명과학, 엑세스바이오, 신풍제약, 영진약품, 대원제약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코로나19 치료에 사용되는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와 스테로이드제 ‘덱사메타손’ 관련 업체들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 두 성분 의약품을 처방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다시 주목받았다.
특히 시총이 가장 많이 증가한 진원생명과학은 지난해 528억원에서 1조3696억원으로 무려 25배나 증가했다.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중인 미국 이노비오가 지분을 갖고 있어서다. 신풍제약도 무려 시총이 6조원가량 급증했다. 국내에서 2011년 허가 받은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가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가능성이 조명되면서 주목받았다.
레고켐바이오와 에이비엘바이오 등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계획을 밝히면서 시총이 지난해 말 보다 증가했다. 콜마비앤에이치의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건강기능식품 판매 증가 덕에 실적이 크게 늘어나면서 시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시총 1조원을 넘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시총을 모두 합하면 총 182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97조원에서 약 2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대부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관련주 영향으로 시총이 급증한 만큼 향후 코로나19 이슈가 종료될 경우 시총이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슈와 연동된 종목들에 대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간 소요되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임상을 이유로 단기간에 시총이 급증한 기업들은 이슈가 끝나면 이전 시총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은 언제 거품이 꺼질지 알 수 없는 테마주로 투자 및 거래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