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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젤리형 의약품'을 향한 두 가지 시선

  • 2020.12.17(목) 09:33

과다복용시 신장‧간 손상 등 부작용 우려
업계 "건강기능식품 보다 안전성 높아 걱정 없다"

의약품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제6차 신산업 현장애로 규제혁신 방안'으로 비타민·미네랄 의약품 제형에 '젤리형'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기존에 의약품 제형은 정제, 캡슐제, 환제, 과립제, 산제, 내용액제, 시럽제 등으로 제한돼 있었다. 이 결정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는 2021년 8월 의약품 제형에 젤리형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의약품 표준제조기준'을 개정할 예정이다.

우선 허용되는 비타민과 미네랄 제제는 건강기능식품 분야에서 젤리형으로 이미 다수 제품들이 출시돼 있다.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으로 구분된 비타민과 미네랄 제제는 효과와 안정성에서 차이가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중금속, 잔류용매 등 비교적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손쉽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의약품은 의약품의 본질 및 순도를 나타내기 위해 물리화학적 방법으로 측정하는 시성치 항목을 시험하고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또 혼재될 수 있는 불순물의 양과 유해성 여부를 검사하는 순도시험도 거친다. 만약 불순물의 안전성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허가를 받을 수 없다. 의약품은 까다로운 순도시험을 거치는 만큼 안전성이 높다. 홈쇼핑이나 마트, 인터넷에서 광고‧판매하는 상품은 대부분 건강기능식품이다. 의약품은 약국에서만 구입이 가능하다.

그동안 이미 허가받은 다른 제형(시럽제 등)을 성분·함량이 같은 젤리제로 변경할 경우에도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이나 임상시험 등 신규심사를 받아야 했다. 따라서 '젤리제' 의약품 개발은 제약이 있었다. 이번 규제 개혁으로 젤리형 의약품 개발이 원활해짐에 따라 비타민‧미네랄 완제의약품 제조업체 125곳, 수입업체 17곳이 수혜를 얻을 전망이다. 정부는 다양한 비타민 제품 개발을 통해 일반의약품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비타민과 미네랄 제제는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작용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비타민은 수용성과 지용성으로 나뉜다. 물에 잘 녹는 비타민 B·C는 수용성 비타민, 기름에 녹는 비타민 A·D·E는 지용성 비타민이다. 수용성 비타민은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되지만 과다 복용시 신장결석이 생길 수 있다. 실제 스웨덴 연구팀에 따르면 비타민C의 일일 권장량 1000mg을 초과 섭취한 경우 신장결석 유병률이 1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용성 비타민은 물에 녹지 않아 일정량을 초과하면 간과 지방세포에 축적된다. 지용성 비타민을 과다 복용하거나 장기 복용할 경우 나타나는 부작용 중에는 속이 더부룩하거나 두통, 어지러움 등이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이 증상들은 간에 무리가 가서 나타나기도 한다. 심각할 경우 간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젤리형의 장점은 먹기 쉽고 맛도 있어 접근성이 좋다는 점이다. 반대로 단점 역시 간식처럼 먹기 쉬운 만큼 과다 복용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비타민과 미네랄 제제에만 허용되지만 정부는 안전성과 유효성 등을 검토해 추가 확대 여부 가능성도 열어뒀다.

과다복용에 따른 부작용 우려에도 업계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제형 제한이 없어 이미 젤리형 비타민·미네랄 시장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유한양행, 광동제약, 일동제약, 한독, 동국제약, 종근당 등 국내 다수 제약기업들은 건강기능식품을 전문으로 한 자회사나 브랜드를 두고 있다. 이들 제약사 중에는 젤리형 비타민과 미네랄 건강기능식품을 출시, 판매하는 곳도 많다. 업계는 더 까다로운 허가절차를 거친 의약품으로 건강기능식품보다 더 안전하게 셀프헬스케어가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음식도 '과유불급'이다. 과자로 출시된 젤리는 한 번 뜯으면 그 자리에서 봉지에 든 수십, 수백개의 젤리를 한 번에 먹어치운다. 아직까지 소비자들은 젤리를 과자의 한 종류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과자처럼 젤리형 의약품을 과다 복용하지 않도록 포장방법 등 의약품으로 구분할 수 있는 방법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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