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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현대百, 판교점 '1조 클럽' 만든 비결

  • 2021.01.14(목) 09:33

현대百 판교점, 연 매출 1조원 돌파…국내 빅5로
코로나19 뚫고 국내 최단기간 '1조 클럽'

사진 /이명근 기자 qwe123@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얻어맞기 전까지는

마이크 타이슨이 한 말로 알려진 명언이죠. 기업에도 항상 그럴싸한 계획은 있습니다. 새해가 되면 그럴듯한 업무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향해 달리기 시작합니다. 큰 사업을 시작할 때도 멋진 목표치를 내놓고 의욕을 불태웁니다. 

하지만 일이란 게 그렇게 되나요. 목표는 목표일 뿐입니다. 열심히 내달려도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대개 목표치는 높게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때에는 현실에 얻어맞아 고개를 숙여야 할 때도 있습니다.

지난 2015년 8월 20일 경기도 판교점 오픈을 하루 앞둔 현대백화점에도 그럴싸한 계획이 있었습니다. 오픈 첫해 8000억 원의 매출을 찍고 2020년에는 1조 원까지 몸집을 불리겠다는 계획입니다. 국내 백화점 업계 빅3 중 하나인 현대백화점이 의욕적으로 개점하는 매장이니만큼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라고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당시 백화점 업계 현황을 볼까요. 2014년 기준으로 연 매출 1위 점포는 서울 소공동에 자리 잡은 롯데백화점 본점이었습니다. 1조 8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다음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으로 1조 30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1조 1000억 원으로 3위였습니다. 연 매출 1조 원이 넘는 곳은 딱 이 세 곳이었습니다. 

세 곳 모두 서울 중에서도 입지 조건이 뛰어난 지역에 자리 잡은 점포입니다. 그런데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경기도에 있습니다. 인근 분당이나 판교 지역의 소득 수준이 높다고 해도 서울 외 지역 점포에서 '1조 원'을 기록한 전례가 없으니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부산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의 경우 국내 최대 면적을 자랑하는 점포였음에도 당시 90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현대백화점의 계획대로라면 개점 5년 만에 연매출 1조 원을 달성하는 겁니다. 이 역시 다소 과하게 느껴졌습니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연매출 1조 원 달성까지 21년이 걸렸습니다. 잠실점은 24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10년이 걸렸고요. 경기도에서, 그것도 5년 만에 연 매출 1조 원이라니. 너무 과도한 목표설정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만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현대백화점이 얼마 전 놀라운 소식을 전했습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지난해 연 매출 1조 74억 원을 달성했다고 합니다. 사실 최근 들어서는 판교점이 조만간 1조 원을 돌파하리라는 전망이 나오기는 했습니다. 개점 직후인 2016년 7250억 원의 매출을 올린 뒤 2019년에 9200억 원까지 몸집을 키우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지난해는 코로나19로 백화점 업계 전체가 타격을 입은 해였습니다. 과거 현대백화점이 내놓은 '그럴싸한 계획'은 코로나19로 한 해 미뤄지는 듯했습니다. 실제 현대백화점 15개 점포 중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늘어난 곳은 판교점 외에 압구정본점뿐이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록'을 썼습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빠르게 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요. 현대백화점 측은 가장 먼저 상품 구성(MD) 경쟁력을 꼽았습니다. 판교점은 오픈 이후 루이비통을 비롯해 까르띠에, 티파니, 불가리, 피아제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잇따라 입점시켰습니다. 서울 강남 백화점에 버금가는 명품 라인업이라는 게 현대백화점의 설명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명품은 위기에 처한 백화점 업계 매출을 그나마 이끄는 품목으로 여겨집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백화점에서 해외 유명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15년 12.5%에서 지난해 11월에는 28.9%로 껑충 뛰었습니다. 백화점 산업이 다소 위축하는 와중에도 명품 매출은 쑥쑥 올랐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판교점에도 호재가 됐습니다.

식품관을 엄청난 크기로 마련한 전략도 통했습니다. 판교점 식품관은 축구장 두 배 크기로 4192평에 달한다고 합니다. 국내 백화점 업계에서 가장 많은 130여 개 매장이 입점해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 놓자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지난해에 판교점에 들른 소비자 수는 2600만 명입니다. 다른 현대백화점 점포 평균 방문객(1000만 명)의 2.5배를 웃돕니다. 

물론 인근 지역 주민들이 구매력이 있다는 점도 성공 요인 중 하나입니다. 5년 전 현대백화점이 판교점을 오픈할 당시 사전 조사를 한 결과 분당과 판교 지역의 소득 수준이 강남권의 92%였다고 합니다. 실제 강남과 거리로도 멀지 않기 때문에 이 지역은 '범강남 상권'으로 불립니다. 현대백화점이 연 매출 1조 원를 목표로 세운 것은 이런 점들을 미리 계산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사진 /이명근 기자 qwe123@

이제 우리나라에 연 1조 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백화점 점포는 5곳이 됐습니다.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부산 센텀시티점, 그리고 현대백화점 판교점입니다. 센텀시티점의 경우 개점 7년 만인 지난 2016년 '1조 클럽'에 가입한 바 있습니다. 

최근 백화점 업계는 온라인 쇼핑에 밀리고, 코로나19의 타격을 받으면서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하지만 백화점 업체들은 판교점과 같은 대형 매장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습니다. 대형 매장에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상품 구성을 제대로 해놓으면 충분히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이에 따라 올해에만 현대백화점 여의도점과 롯데백화점 동탄점, 신세계백화점 대전 엑스포점이 오픈을 앞두고 있습니다. 모두 대형 점포들입니다. 이들도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같은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을까요? 백화점의 '반격'이 과연 성공을 거둘 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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