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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밥 신세' 중저가 패션 브랜드…"변해야 산다"

  • 2021.04.21(수) 17:19

지그재그·W컨셉 등 패션 플랫폼 M&A·투자 활발
중저가 브랜드는 외면…"새로운 가치 제시해야"

중저가 패션 브랜드가 인수합병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패션 플랫폼과 중저가 패션 브랜드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주요 패션 플랫폼들은 연이어 새 주인을 찾거나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반면 중저가 패션 브랜드들은 찬밥 신세다. 업계에서는 중저가 브랜드의 메리트가 사라진 것이 이유인 것으보 보고 있다.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브랜드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치솟는 패션 플랫폼 가치…'러브콜' 이어져

패션 플랫폼에 대한 대기업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여성 패션 전문몰 W컨셉은 신세계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W컨셉은 개인 디자이너 브랜드를 주력으로 운영되는 플랫폼이다. 4000곳 이상의 온라인 쇼핑몰과 패션 브랜드를 모아 제공하는 플랫폼 '지그재그'의 운영사 크로키닷컴은 카카오에게 인수됐다.

추가 투자를 받은 패션 플랫폼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여성 패션 플랫폼 '브랜디', 남성 패션 플랫폼 '하이버' 등을 운영 중인 브랜디는 산업은행에서 1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남성복 플랫폼 무신사는 지난달 미국 벤처캐피탈(VC) 세쿼이아캐피탈과 국내 투자자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1300억 원을 추가로 투자받았다. 당시 투자자들이 평가한 무신사의 기업 가치는 2조 5000억 원에 달했다.

패션 플랫폼들은 고가에 매각되거나 투자 유치를 이어가고 있다./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패션 플랫폼은 독자적 경쟁력을 무기로 대기업·투자자를 사로잡았다. 패션 플랫폼은 초기부터 다수 브랜드와의 협력을 통해 성장했다. 자연스럽게 수많은 입점 브랜드들을 관리하는 고도화된 큐레이션 역량이 갖춰졌다. 멤버십 서비스 등을 통해 확보한 충성 고객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인 만큼 패션 산업 특유의 빠른 트렌드 변화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물류·재고 비용 등에 대한 부담도 비교적 낮다.

미래 가치도 높다. 지난해 무신사‧지그재그‧에이블리‧W컨셉‧브랜디 등 상위 5개 패션 플랫폼들의 거래액은 3조 원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53% 성장했다. 주요 소비자는 트렌드에 민감한 1030세대다. 패션 플랫폼을 통해 트렌디한 시장의 구매 빅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효율성‧수익성‧미래 가치 측면에서 패션 플랫폼에 대한 투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패션 플랫폼은 독자적 시장이 이미 형성돼 있어 대기업도 새롭게 뛰어들기엔 부담이 큰 분야"라며 "하지만 성장성, 수익성, 빅데이터 등 다양한 측면에서 가치가 높은 만큼 기존 패션 플랫폼에 투자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 중저가 패션 브랜드…"리브랜딩만이 생존 방법"

반면, 기존 패션 브랜드는 M&A 시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랜드는 지난 3월 미쏘·로엠·에블린 등 6개 여성복 브랜드 매각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카파코리아는 지난해 스포츠 브랜드 카파를 M&A 시장에 내놨다. 1차 우선협상대상자인 밀레와 최종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렬됐다. 엘르스포츠 등을 가지고 있는 독립문은 주주 반대를 이유로 매각 계획을 철회했다.

또다른 매물인 세정그룹의 니(NII)에 대한 관심도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니는 22년간 이어진 장수 브랜드다. 2000년대 초반 영캐주얼 브랜드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2010년대에는 스트릿 패션 브랜드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세정그룹은 이런 실적을 기반으로 니의 브랜드 가치가 남아 있다고 판단해 시장에 내놨다. 하지만 시장은 온라인 전환 비용 등을 이유로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새로운 주인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중저가 브랜드여서다. 오프라인 중저가 패션 시장은 SPA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패션 플랫폼 내 다수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다. 경쟁자가 많은 만큼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충성도도 낮다. 거액을 지불하고 브랜드를 인수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중저가 패션 브랜드들은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업계에서는 중저가 패션 브랜드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리브랜딩'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패션 플랫폼들이 중저가 패션 브랜드 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하고 있는 만큼 중저가 패션 브랜드들은 이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코닥 어패럴과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 등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도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성과를 냈다. 코닥 어패럴은 론칭 9개월만에 100억 원 매출을 달성했다. 1년간 54개의 매장을 열며 오프라인 시장에도 안착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과 NFL의 운영사 더네이처홀딩스는 지난해 전년 대비 23.9% 늘어난 2915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9% 증가한 553억 원이었다.

이들 브랜드는 높은 가치의 타 산업 브랜드를 차용해 패션 상품을 만든다는 발상에서 기획됐다. 새로움을 갈구하던 젊은 소비자들은 이에 반응했다. 디자인 전략도 적중했다. 아웃도어와 캐주얼 패션을 조화시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냈다. 친환경 등 이미지를 접목시켜 브랜드 가치도 높였다. 이런 방식의 리브랜딩이 진행되면 중저가 패션 브랜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 플랫폼으로 중저가 패션 브랜드 시장이 흡수되면서 앞으로도 어려운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며 "이전까지 없었던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하거나, 브랜드에 트렌드를 담아야 중저가 패션 브랜드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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