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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제주맥주'를 충주에서 만드는 이유

  • 2021.04.23(금) 07:10

제주맥주, 롯데와 OEM 계약…증권신고서 누락 후 정정
수요 급증에 생산 라인 확장…'제주 정체성' 훼손 우려도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제주맥주는 국내 수제맥주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입니다. 최근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요. 제주맥주 역시 이런 흐름을 타고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17억 원에 불과했던 연간 매출액은 지난해에 215억 원으로 열 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 내 제주맥주의 점유율 역시 같은 기간 5%에서 30% 정도로 올랐고요.

수제맥주 시장은 주로 편의점이나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수제맥주가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 제주맥주가 만든 제품들이 꽤 많습니다. 제주맥주의 대표 제품인 제주위트에일과 제주펠롱에일은 수제맥주 시장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고요. 편의점 업체 GS리테일과 손잡고 내놓은 '제주 백록담'이나 '성산일출봉', '금성맥주' 역시 인기입니다. 지난해 말에는 현대카드와 손잡고 '아워에일'을 출시해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제주맥주는 빠른 성장세를 바탕으로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기도 합니다. 내달 상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조달 자금 등을 통해 더욱더 빠르게 사세를 확장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이하 롯데칠성)에 이어 국내 4대 맥주 업체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입니다. 

제주맥주는 상장에 앞서 지난달 말 증권신고서를 공시한 바 있습니다. 신고서에는 제주맥주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들이 담겼습니다. 그 중 유독 눈에 띄는 정보가 있었습니다. 바로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에 관한 건입니다. 

신고서에 따르면 제주맥주는 올해부터 롯데칠성의 충주공장에서 자사의 대표 제품인 '제주위트에일'을 생산할 예정입니다. 제주맥주가 추정한 생산량은 693만 리터로 기존 제주 양조장 생산량(1237만 리터)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제주맥주'를 충주에서 생산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셈입니다. 제주맥주가 그간 '제주도'라는 지역적 특색을 앞세워 마케팅을 펼쳐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의아한 결정으로 보입니다. 제주맥주는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걸까요.

제주맥주는 사실 '적자 기업'입니다. 지난해의 경우 43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2017년 사업을 본격화한 이래 지속해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코스닥 상장을 추진할 수 있었던 건 바로 '테슬라 요건(이익미실현 특례 상장)' 덕분입니다.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라고 해도 성장성과 사업 확장성이 있다면 코스닥에 입성하게 해주는 겁니다. 

다만 상장 요건에는 부합했을지라도 그간 영업적자를 기록해왔다는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매출이 빠르게 늘긴 했지만 신생 업체인 탓에 자본력이 대기업만큼 탄탄했던 것도 아니고요. 이 때문에 제주맥주는 그간 공격적으로 생산 라인을 확장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제주위트에일을 비롯한 자사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데 이에 맞춰 생산량을 확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 롯데칠성이 올해부터 '수제맥주 OEM'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롯데칠성은 수제맥주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자사 공장 시설 일부를 수제맥주사들의 제품 생산에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른바 '수제맥주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겁니다. 롯데칠성이 국내 맥주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만큼 수제맥주 생산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려는 의도도 있을 겁니다. 수제맥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늘리고 생산 시설을 활용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죠.  

당장 큰 돈을 들여 생산라인을 확장해야 했던 수제맥주 업체들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었을 겁니다. 이에 따라 롯데칠성은 지난해 말 '곰표밀맥주'를 만드는 세븐브로이맥주와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제주맥주와도 제주위트에일을 생산해주기로 계약했습니다. 이제 조만간 롯데칠성의 충주 공장에서는 다양한 브랜드의 수제맥주들이 생산될 겁니다.

제주맥주 입장에서는 이번 계약으로 또 한 가지 좋아지는 점이 있습니다. 사실 제주도에 있는 주류 업체들에게는 공통적인 고민이 있는데요. 제품을 만들어 전국에 내다 팔려면 물류비가 너무 많이 든다는 점입니다. '육지'에서야 차량으로 전국 어디든 어렵지 않게 운반할 수 있지만, 제주도에서는 제품을 일일이 배에 실어 보내야 하니까요. 그런데 제주위트에일을 충주에서 생산할 경우 물류비를 아낄 수 있겠죠. 제주맥주 입장에서는 생산량도 확보하고 물류비도 아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소 서운한 마음이 들 수도 있습니다. 제주도라는 '청정 지역'의 이미지를 믿고 제주위트에일을 구매하던 소비자라면 더욱더 그렇겠죠. 물론 제주맥주 측은 제품 품질이나 맛에는 변함이 없을 거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제주도 양조장에서도 '정제수'로 맥주를 만들기 때문에 '물'이 바뀐다고 해서 맛이 달라지지는 않을 거라고 하고요. 맥아나 홉 등 여타 원재료에도 변함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제주맥주의 설명에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실제로 많은 글로벌 주류 업체들 역시 전 세계 곳곳에 생산 시설을 만들어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미국의 브루클린 브루어리는 전 세계 각국에 자매 양조장을 두고 맥주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하와이 맥주로 잘 알려진 코나 맥주도 생산량 확대를 위해 오리건주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죠. 국내도 마찬가지입니다. ‘더부스’는 자체 브루어리로는 생산량이 부족해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양조장을 인수, 미국에서도 맥주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세븐브로이'의 강서맥주는 강원도 횡성, '굿맨 브루어리'의 서울맥주는 경기도 구리에서 생산 중입니다. 

이처럼 지역 정체성을 강조하는 글로벌 수제 맥주사들이 생산기지를 타 지역에 두고 생산하는 것은 ‘생산량’ 때문입니다. 생산량을 확보해 더 많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죠. 원재료에 변함이 없고 기술력만 갖췄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제주맥주가 다른 제주 지역의 주류 업체들처럼 ‘천연 암반수’를 쓰고 있다는 등의 마케팅을 해왔던 것도 아니고요. 제주위트에일에 들어 있는 제주산 감귤껍질은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더라도 공급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제주맥주가 지난해 말 롯데칠성음료와 OEM 계약을 체결한 이후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올해 2월 제주맥주가 롯데칠성에 수제맥주 생산 노하우를 전수해 주기로 했다고 밝히면서도 OEM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말 상장에 앞서 공시한 증권신고서에도 OEM 계약을 했다는 정보만 넣었을 뿐 롯데칠성과 했다는 점은 빠져 있었습니다. 이후 이달 15일에 증권신고서를 정정해 공시하면서 롯데칠성과의 계약 내용을 기재했습니다.

이에 대해 제주맥주는 "OEM 생산과 관련된 시점 등의 논의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공식적인 자료가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일정 등이 마무리되면 빠른 시일 안에 관련된 내용들을 정리해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이번에 롯데와 손잡은 것은 제주맥주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제품을 더 많이 개발하고 생산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라면서 "기존 제품은 대량 생산으로 더 원활하게 공급하고 기존 제주 양조장에서는 새로운 제품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제주맥주는 이제 새로운 길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습니다. 상장을 통해 기업 가치를 더욱 끌어올리고, 국내 대표 주류 업체 중 하나로 올라서기 위한 길입니다. 단순히 '제주 지역 주류 업체'가 아닌 '전국구 맥주 업체'로 올라서는 길이기도 하고요. 더불어 조만간 베트남 등 해외 진출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과연 소비자들이 제주맥주라는 브랜드를 앞으로도 지속해 사랑해줄까요. 상장을 앞두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제주맥주가 앞으로 만들어갈 '성장' 스토리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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