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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한끗]⑤'설탕 고집' 지킨 칠성사이다

  • 2021.08.06(금) 07:00

70년 역사 만든 타협 없는 제조 원칙
제로·스트롱 등 소비자 니즈 맞춘 신제품도
김성한 롯데중앙연구소 책임연구원 인터뷰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역사적인 사건에는 반드시 결정적인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역사책의 내용이 바뀌기도 합니다. '그때 다른 결정을 했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른다'는 말이 익숙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결정적인 순간은 꼭 역사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하게 접하는 많은 제품에도 결정적인 '한 끗'이 있습니다. 그 절묘한 한 끗 차이로 어떤 제품은 스테디셀러가, 또 어떤 제품은 이름도 없이 사라집니다. 비즈니스워치에서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들의 결정적 한 끗을 찾아보려 합니다. 결정적 한 끗 하나면 여러분들이 지금 접하고 계신 제품의 전부를, 성공 비밀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이제부터 저희와 함께 결정적 한 끗을 찾아보시겠습니까. [편집자]

칠성사이다와 신라면·초코파이·미원의 공통점은 뭘까요. 오랜기간 소비자의 사랑을 받아 온 '장수 제품'이라는 점입니다. 이 제품들은 시장을 개척한 후 선두권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죠. 어찌 보면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선점 효과만이 이 제품들의 성공 비결일까요?

아닙니다. 이 제품들은 수많은 라이벌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았습니다. 훨씬 더 큰 기업을 상대해야 했던 적도 많았죠. 원조라는 이유만으로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생존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바로 '변하지 않는 맛과 품질'입니다. 부모님이 즐기던 제품과 그 아이들이 즐기는 제품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 배경에는 타협하지 않는 '장인 정신'이 있습니다.

최초의 '믿을 수 있는' 사이다

우리나라 탄산음료의 역사는 19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됩니다. 대한제국 시기 일본인들이 '별표 사이다', '라무네', '라이온' 등의 상표로 탄산음료를 생산했죠. 특히 사이다는 출시 초기부터 톡 쏘는 맛을 앞세워 높은 인기를 끕니다. 1920년대 들어서는 전국에서 6개의 청량음료 제조 업체가 운영될 만큼 시장에 자리를 잡죠.

이 업체들은 해방 이후 한국인들에게 불하됩니다. 1948년에는 전국 시장을 12개 청량음료 제조사가 나눠 가지는 구도가 형성됐습니다. '스타 상품'이 등장한 것도 이 때입니다. 서울은 '서울사이다', 인천은 '스타사이다', 평양은 '금강사이다' 등이 시장을 지배했습니다. 특히 스타사이다는 '전국구 사이다'로 자리잡기도 했습니다. 

불량 청량음료를 지적한 보도(좌)와 동방청량음료의 반자동 생산기(우). /사진=롯데칠성음료

하지만 초창기의 사이다는 '사카린'을 녹인 물에 탄산가스를 주입해 만드는 단순한 제품이었습니다. 현재 과학실에서도 만들 수 있는 수준이죠. 심지어 병뚜껑은 미군의 폐품을 활용해 조잡하게 만들어져 품질에 대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1946년 5월 7일자 동아일보가 "제조소 불명인 식초 색소로 만든 과물수(果物水·과일로 만든 음료수) 같은 것이 (시장에) 나와 돌고 있다. 그 중에는 불량품도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사이다가 '믿을 수 있는 음료'가 된 것은 한국전쟁 이후입니다. 칠성사이다 제조사 동방청량음료는 전후 공장을 재건하면서 '반자동 혼합기'를 수입해 설치합니다. 이 기계는 안정적으로 품질을 관리하며 분당 18~20병을 생산할 수 있었습니다. 소비자들은 처음으로 만난 고품질 사이다에 기꺼이 지갑을 열었습니다. 칠성사이다는 단숨에 시장 선두권 제품으로 성장합니다.

예방접종이 만든 '장인정신'

1956년 10월 17일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동방청량음료는 칠성사이다의 당분 함량인 8%를 지키지 않아 당국의 행정처분을 받습니다. 칠성사이다에서 검출된 당분은 2.6%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사카린이라는 혐의를 받았죠. 이는 한달 후 '해프닝'으로 끝납니다. 실사 결과 칠성사이다에서 사카린이 전혀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방청량음료는 이 사건을 계기로 더욱 품질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는 몇년 후 '설탕파동'이 일어나자 '전화위복'이 됩니다. 설탕파동은 1962년~1964년 사이 설탕 가격이 폭등한 사건입니다. 당시 외환이 부족했던 정부가 수입 자동 승인 품목이었던 설탕을 허가 품목으로 변경합니다. 자연스럽게 설탕의 수요·공급 균형이 무너지면서 가격이 폭등했죠. 1962년 톤당 65달러였던 설탕 가격은 이듬해 277달러로 치솟습니다. 설탕을 확보하기 위한 매점매석이 횡행했습니다.

칠성사이다는 행정처분 헤프닝을 '장인정신'을 다지는 기회로 삼아 '순탕사이다'를 제조합니다. /사진=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설탕 파동은 청량음료 업계에게 대형 악재였습니다. 업계는 정부에게 대책 마련을 촉구합니다. 그러자 정부는 청량음료 업계에게 설탕을 50%만 사용하라고 권유합니다. 사카린 등 '대체당' 사용을 권장하기도 했죠. 칠성사이다의 최대 라이벌 스타사이다를 만들던 서울청량음료는 정부 지침을 '적극' 따릅니다. 그때 등장한 것이 설탕과 사카린을 반씩 사용한 '반탕 사이다'입니다. 수익성을 중심에 둔 선택이었던 겁니다.

'설탕 중심'의 제조 원칙을 고수했던 칠성사이다는 달랐습니다. 동방청량음료 직원들이 설탕파동 초기부터 제당공장 앞에서 밤을 지새우고, 인맥을 총동원해 설탕을 확보했습니다. 칠성사이다는 설탕만 사용한 '순탕 사이다'로 계속 생산됐죠. 이후 칠성사이다는 '우월한 단맛'을 앞세워 스타사이다를 제압합니다. 결국 1964년 동방청량음료가 서울청량음료를 인수하면서 '완승'을 거두죠. 행정처분 해프닝이 장인정신을 지켜내는 '예방주사'가 된 셈입니다.

칠성사이다의 변신은 무죄

설탕파동 이후에도 칠성사이다의 '제조 원칙'은 철저히 지켜집니다. 어떤 라이벌을 만나더라도 △우수한 물처리 △레몬과 라임에서 추출한 천연 향 △인체에 무해한 성분 활용만큼은 바꾸지 않았습니다. 이런 노력이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으며 믿고 즐길 수 있는 음료로 자리잡을 수 있었습니다.

칠성사이다의 디자인 변천사.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여유가 생긴 롯데칠성음료는 이후 제조 전략에 변화를 줍니다. 1980년대 후반 '다이어트 음료'가 유행하자 칠성사이다의 첫 사이드 제품 '칠성사이다 라이트'를 내놓습니다. 1994년부터는 자연을 소재로 한 디자인을 적용하며 BI(브랜드 아이덴티티)에도 변화를 꾀합니다. 탄생 50주년이었던 2000년에는 3D 별 디자인을 채택해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죠. 최근 들어서는 스트롱·제로·복숭아 등 지금까지 없었던 맛도 선보이며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칠성사이다의 역사는 '대한민국 청량음료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조 기술에서부터 마케팅, 브랜딩까지 모든 것이 담겨 있죠. 그럼 이제 칠성사이다의 속내를 들여다 볼 순서입니다. 칠성사이다 개발의 중심에 있는 김성한 롯데중앙연구소 책임연구원을 만나볼까요.

성분이 달라도 '맛'과 '원칙'은 그대로

김성한 롯데중앙연구소 책임연구원. /사진=롯데칠성음료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2009년 롯데중앙연구소에 입사해 13년째 음료 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재 팀에서는 칠성사이다를 비롯한 탄산 제품의 개발 업무를 5년째 수행하고 있습니다.

-칠성사이다가 1960년대 설탕파동에도 ‘순탕 사이다’를 고수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당시 근무자가 아니라 정확한 내부 사정은 모릅니다. 하지만 맛에 대한 원칙이 지켜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체 감미료는 그 종류에 따라 감미의 정도 및 프로파일이 매우 다릅니다. 소량을 쓰더라도 제품의 맛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순탕 사이다'에는 당시 칠성사이다의 맛을 즐기던 소비자들을 배신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담겼다고 생각합니다. 맛을 지키기 위해 품질에 양보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한 것 아닐까요.

-최초의 칠성사이다와 지금의 칠성사이다는 맛이 다를까요

▲칠성사이다의 원재료는 지금까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른 원료를 첨가하면 맛의 변화가 생길 수 있어 성분 변화를 최대한 피하고 있습니다. 다만 과거에 비해 생산 설비가 고도화됐고, 원재료 관리와 유통 구조 등이 개선됐습니다. 때문에 품질 안정성은 더욱 높아져 예전보다 더 신선한 칠성사이다를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칠성사이다 제조 과정에서 가장 집중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음료수 제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물'입니다. 칠성사이다는 맑고 투명함이라는 속성을 위해 여러 단계의 고도화된 수처리를 통해 깨끗하게 정제된 물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레몬과 라임 등 시트러스류 과일에서 추출한 천연향 관리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성분은 비교적 열에 약하기 때문에 제조부터 제품에 사용될 때까지 냉장으로 관리하며 품질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칠성사이다가 1위를 지켜온 비결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일단 오래 전부터 판매돼 온 제품이라는 점에서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또 글로벌 브랜드와의 경쟁을 위해 섣불리 변화를 주기 보다 칠성사이다의 본래의 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것도 고객이 떠나지 않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탄산음료 시장의 화두 중 하나는 ‘제로칼로리’입니다. 칠성사이다도 제로 제품을 선보이고 있죠. 칠성사이다 제로 제조에서 특히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칼로리를 제로로 만들기보다 칼로리를 낮추되 '맛'을 살리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기존 칠성사이다의 맛에 익숙한 소비자의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 대체 감미료 조합의 황금 비율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이후 입 안에 맴도는 바디감을 더하기 위해 알룰로스를 추가해 기존 제로 탄산음료의 단점을 보완했습니다.

-본인이 꿈꾸는 칠성사이다의 미래는

▲칠성사이다는 탄산음료 고유의 시원함과 상쾌함은 그대로 간직하되, 적당한 감미와 차별화된 청량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음료의 자리를 지켜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바라는 것은 오랫동안 고객들이 칠성사이다와 함께 쌓은 추억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지켜온 원칙을 끝까지 지켜 고객의 마음에 부응하겠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서면으로 진행됐습니다.

☞6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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