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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 백화점]③롯데 동탄점의 '이상과 현실'

  • 2021.08.31(화) 07:30

[르포]롯데 동탄점, 가족 고객 정조준
수백억 대 예술품 등 '프리미엄 이미지'
접근성·MD·차별성 등 '한계'도 명확

롯데백화점 동탄점이 베일을 벗었다.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백화점의 반격이 시작됐다. 지난 수년간 유통 산업의 무게중심은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쏠렸다. 백화점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커머스는 물론 홈쇼핑과 대형마트 등에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반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올해 오프라인 유통 채널 중 성장세를 기록한 곳은 백화점이 유일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이른바 '보복 소비'가 늘어난 덕분이다. 때마침 백화점 업체들은 잇따라 '신규 점포'를 열었다. 지역 내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런 백화점의 상승세가 지속할지 짚어본다. [편집자]

경기남부권 '랜드마크'를 꿈꾸는 롯데백화점 동탄점이 베일을 벗었다. 경기 최대 규모에 젊은 부모 고객을 겨냥한 다채로운 체험형 콘텐츠로 가득 채웠다. 수백억 원대 예술품을 곳곳에 비치하며 백화점에 기대하는 고급 이미지를 내세웠다. '정갈함'과 '트렌디함'을 함께 살려 구매력 높은 인근 40만 고객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한계도 명확했다. 최근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등 대형 유통시설의 경계가 사라지것이 트렌드다. 반면 롯데 동탄점은 백화점의 정체성을 더욱 강조했다. '멀리서 놀러올 만한 명소'보다는 지역 프리미엄급 쇼핑 공간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대중교통을 통한 접근성도 부족했다. 때문에 오픈 첫 날부터 백화점 진입을 시도하는 차량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외연 확장성 측면에서는 분명 우려되는 대목이다.

답답한 백화점은 가라

지난 20일 그랜드 오픈을 진행한 롯데 동탄점을 찾았다. 방역 절차를 거쳐 내부에 진입하자 곳곳에 설치된 파도 미디어아트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미디어아트는 천정까지 비어 있는 중앙 공간에서 들어오는 햇살과 맞물려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또 곳곳에 설치된 유명 작가들의 예술품에서 '여유'를 강조한 것이 눈에 띄었다. 롯데 동탄점을 찾은 김민영(33) 씨는 "보통의 백화점이 고급스러운 쇼핑 장소라면 동탄점은 공간 자체를 즐기는 곳 같다"고 밝혔다.

매장 1층은 고급 편집숍 '더콘란샵'을 비롯한 명품 브랜드들이 위치했다. 보통 백화점 1층에 배치되는 뷰티 매장은 모두 2층으로 이동했다. 대중교통을 통해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 MZ세대 고객이 선호하는 매장을 1층에 둔 것으로 보였다. 매장 사이의 간격은 보통 백화점에 비해 넓어 쾌적한 쇼핑이 가능했다. 특히 대부분의 층에 카페가 분산돼 있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쇼핑 중 고객들이 쉽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한 배치였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기존 백화점과 '공간'에서 차별화했다.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국내 최대 규모 F&B(식음료) 매장 '푸드에비뉴'가 위치한 지하 1층은 동탄점의 '하이라이트'였다. 이 곳에는 대만식 채식누들 '베지크릭', 미슐랭 레스토랑 '구복만두', 수제맥주점 '탭퍼블릭' 등 트렌디한 매장들이 위치해 있었다. '김갑생 할머니김'과 같이 SNS상의 '밈 문화'를 살린 팝업스토어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다만 식품 매장의 규모는 타 백화점과 큰 차이가 없어 아쉬웠다. 좌석도 다소 부족해 고객이 밀려들자 금세 혼잡해졌다.

부대시설도 뛰어났다. 7층 롯데시네마는 기존 롯데시네마에 비해 고급스러운 느낌이었다. '어둠속의 대화' 등 문화 콘텐츠도 곳곳에 자리했다. 야외에는 애견인들을 위한 '루키파크'가 마련돼 있었다. 3층 별관과 이어지는 공간은 1000평 규모의 야외 정원 '더 테라스&디 아이'로 채웠다. 쇼핑 외에도 사진 촬영 등 데이트 공간으로 백화점을 활용하는 고객들을 집중 겨냥했다는 설명이다.

모든 것은 '가족'에 집중

롯데백화점은 동탄점의 핵심 고객이자 가치로 '가족'을 내세웠다. 동탄점이 위치한 경기도 화성시의 인구는 40대 이하가 약 72%를 차지한다. 전국 평균 대비 13%포인트 높다. 영유아 비율은 전국 1위다. 인근에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위치해 있어 구매력도 높다. 이를 고려해 롯데백화점은 동탄점 개점 이전부터 인근 맘카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지역과 함께 고안해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이 4층 키즈·남성 매장이었다. 먼저 공간부터 기존 백화점과 차별화했다. 아동 매장이 자연 채광을 활용한 반면 남성 매장은 중후한 조명을 채택했다. 아동 매장 구역에는 실내 놀이공간 '챔피언 더 에너자이저', 유아휴게실, 이유식 매장 '얌이밀 타운' 등이 밀집해 있었다. 특히 유아휴게실은 국내 최대 규모로 가족이 함께 사용할 수 있어 눈길을 끌었다. 남성 매장에는 드론·음향기기·게임샵이 집중 배치돼 쇼핑에 지루함을 느끼는 아빠들을 배려했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가족을 겨냥한 공간이 잘 갖춰져 있었다.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엄마들을 위한 공간도 충실했다. 지하 2층 문화센터 '라이프 스타일 랩'이 대표적이다. 이 곳에는 도자기 체험 공간 '이도 아카데미', 아이들이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새서미 스트리트' 등 교육 공간과 세미나실이 위치했다. 엄마들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정샘물' 미용실과 다수의 카페도 배치됐다. 특히 고객 심리 상담실 '리조이스'가 운영되고 있어 고객의 '멘탈 케어'까지 신경쓴 모습이었다. 지하2층 주차장과 문화센터가 맞닿아 있어 동선도 편리했다.

문화센터 인근에서 만난 소비자 최유진(37) 씨는 "동탄 주부들은 마땅한 문화 시설이 없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며 "여기(동탄점)는 쇼핑은 물론이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도 많아 잠시 숨을 돌리면서 여유있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19 이후 운영이 활성화됐을 때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랜드마크' 꿈 이루려면

롯데백화점은 동탄점을 경기 남부의 랜드마크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보완할 점도 많아 보였다. 더현대서울 등 화제의 점포들은 매장 공간 일부를 포기하며 정원 등 공간을 배치해 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반면 동탄점은 매장 내실은 훌륭했지만 화제성은 다소 부족한 모습이었다. 타 지역에서 찾아올 만한 놀이 공간보다 '프리미엄 백화점'에 가까워 보였다.

동탄점이 랜드마크가 되려면 '차별화'가 절실해 보였다. 갤러리아 광교점, 신세계 경기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등 경쟁 점포는 이미 지역상권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동탄점은 이들 점포에 비해 교통 입지가 좋지 않다. GTX 개통까지 지하철을 통한 이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인근 기흥IC는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이케아·파워센터 등이 밀집돼있어 늘 정체가 극심하다. 그런만큼 타 지역 고객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롯데 동탄점을 방문해야만 하는 이유'를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입지와 MD 측면에서 경쟁 점포에 비해 약세다.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아울러 롯데 동탄점은 상품 라인업이 약하다는 평가가 많다. 경기권 최초로 톰포드·돌체앤가바나를 입점시키는 등 노력을 기울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에루샤)과 롤렉스 등 프리미엄 브랜드는 빠졌다. 구찌 등 대중성이 높은 명품 브랜드 매장도 많지 않다. 구매력이 높은 인근 상권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명품 브랜드를 유치해야 한다. 실제로 한 고객은 "매장은 정말 좋은데 사고 싶은 브랜드는 적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은 장기적 관점으로 동탄점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개점 후 '내실'을 키워 '에루샤'를 비롯한 명품 브랜드를 보완할 계획이다. 나아가 체험형 콘텐츠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찾고 싶은 백화점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후식 롯데 동탄점장은 "앞으로도 매장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기획해 먼 곳의 고객들이 방문해 즐길 수 있는 지역 명소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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