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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CJ도 반했다' 유통업계 사로잡은 '원격근무' 열풍

  • 2022.01.19(수) 06:45

재택근무 확대하고 거점 오피스까지 구축
코로나로 인프라 마련…인재 니즈 반영 차원도
아직 '혼란'은 남아…시간 들여 해결해야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유통업계에 '원격근무' 바람이 불고 있다. 이미 원격근무에 적극적이었던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에 이어 롯데·CJ 등 대기업도 앞다퉈 관련 제도를 도입했다. 근무 형식도 바뀐다. 기존의 원격근무는 재택근무를 의미했다. 반면 최근에는 각 지역마다 '거점 오피스'가 꾸려지고 있다. 향후 원격근무가 코로나19에 따른 비상 근무체제가 아닌 '표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제도 남아 있다. 오랫동안 시스템이 정착됐던 출·퇴근에 비해 원격근무가 비효율적인 면이 많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새로운 근무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직원들과의 세대 격차도 드러난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시스템 도입을 뒷받침하는 교육·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단순히 외형만 바꾸는 것이 아닌, 조직문화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우리도 한다"…유통업계, 원격근무 도입 열풍

티몬은 최근 창원시와 MOU를 통해 '창원 한 달 살기'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상품기획자(MD) 직군을 중심으로, 5명 내외의 팀이 한 달간 창원에서 근무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참여자는 창원에서 여행하듯 휴식하며 근무할 수 있다. 한 달 살기는 티몬이 올해 추진 중인 근무 방식 변화에 따라 도입됐다. 향후 티몬은 한 달 살기 대상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상반기 내로 메타버스 공간으로 출퇴근하는 '리모트&스마트워크'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티몬은 '한 달 살기'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사진은 장윤석 티몬 대표. /사진=티몬

원격근무는 티몬만의 일이 아니다. 이전부터 일부 직원의 재택근무를 시행하던 쿠팡은 지난 1일 관련 정책을 개선했다. 이에 따라 쿠팡 임직원은 매주 최소 3일만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남은 2일은 재택근무할 수 있게 됐다. 티몬과 마찬가지로 장소 제한도 없다. 대한민국 영토 내 아무 곳에서나 근무해도 된다. 아울러 쿠팡은 판교·선릉·잠실 등 출퇴근이 편리한 곳에 거점 오피스를 마련해 직원 선택권을 보장했다. 11번가 역시 유사한 제도를 도입했다.

이제 원격근무는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CJ그룹은 최근 서울 용산·중구, 경기 고양시 등에 거점 오피스를 개설했다. 롯데그룹도 롯데온에 100% 재택근무제를 도입했다. 롯데물산·롯데쇼핑 등의 계열사는 지정 좌석제를 폐지한 '스마트 오피스'를 열며 근무 방식 바꾸기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뷰티업계에서도 일부 직원의 원격근무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가 만든 인프라, 시장이 만든 변화

원격근무 확산은 인프라 구축의 결과다. 앞서 원격근무는 일부 이커머스 기업을 중심으로 시행돼 왔다. 이커머스 플랫폼 특성상 생산기지가 없는 경우가 많고, 개발자가 다수인 조직 구조상 원격근무 도입의 부담이 낮았기 때문이다. 반면 타 업종은 오랫동안 이어진 오프라인 근무 프로세스가 완성돼 있었다. 아울러 현장과의 형평성 문제 등도 있어 원격근무 도입에 적극 나서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은 코로나19 이후 바뀌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재택근무 확대 지침을 내렸다.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근무 방식 변경에 대한 기업의 거부감도 낮아졌다. 이 과정에서 슬랙·줌 등 원격근무에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툴도 발전했다. 가상 가설망(VPN) 설치를 통한 보안 강화 등 후속 조치도 이어졌다. 자연스럽게 원격근무를 시행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졌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직원의 원격근무에 대한 만족도·니즈가 높은 점도 변화의 한 원인이었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경험한 직장인 중 90%가 재택근무에 만족했다. 향후 출근·원격 혼합한 형태의 근무 프로세스를 도입하거나, 원격근무를 계속하길 바라는 응답자도 많았다. 원격근무가 곧 업계의 표준이자 복리후생의 일환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기업은 인재확보 및 유지를 위해서라도 원격근무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직원일수록 원격근무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최근 핵심인재로 떠오른 개발자 직종에서는 원격근무가 이미 표준이나 비슷한 상황이다. 또 많은 기업들이 원격근무를 도입하고 있는 만큼 원격근무를 도입하지 않으면 향후 우수 직원 확보도 어려울 수 있다"며 "어느 정도 인프라도 만들어져 있는 만큼 앞으로도 원격근무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착까지 아직 시간 필요…'내부 개선'이 관건

다만 원격근무의 한계도 아직 분명하다. 특히 업무처리의 효율성이 아직 낮다는 반응이 많다. 통계청의 '2021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43.2%의 근로자가 원격근무의 효율성이 낮다고 응답했다. 이유로는 재택근무로 처리하기 어려운 업무가 많은 점을 꼽은 응답자가 50% 이상이었다. 연령에 따른 격차도 나타났다. 30세 미만의 응답자는 62.8%가 원격근무가 더 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그 이상 연령대에서는 원격근무가 효율성이 낮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었다.

운영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원격근무가 초기 단계인 만큼 명확한 성과평가 기준을 만들기 어렵다. 직접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간단한 업무도 여러 번의 회의를 거쳐야 하는 경우도 많다. 장소로 출퇴근이 구분되지 않는 만큼 일·생활 분리가 잘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원격근무를 시행 중인 한 기업의 직원 최모씨(35·남)는 "환경상 원격근무가 어려워 출근하는 직원도 많고, 거점오피스는 아직 초기 단계"라며 "100% 원격근무를 시행하기는 위험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격근무의 비중은 높아지고 있지만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때문에 업계에서는 원격근무와 출퇴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가장 적합하다고 설명한다. 나아가 이를 정착시키기 위한 내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격근무에 익숙하지 않은 직원들을 교육하고, 변화하는 근무 환경에 대한 조직의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아가 원격근무에 알맞은 개인 성과평가 기준을 도입하는 등 규정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격근무는 지금까지의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는 것인 만큼 조직의 프로세스를 바꾸는 조치가 동반돼야 한다. 단순히 제도만 도입한다고 원격근무가 정착되긴 어렵다"며 "시스템 활용에 대한 교육을 꾸준히 진행하고, 평가 시스템 등도 원격근무에 맞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직원의 원격근무에 대한 신뢰도를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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