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오빠의 역습'에 '언니의 배신'까지…불안한 아워홈

  • 2022.04.16(토) 10:05

[주간유통]아워홈, '남매의 난' 재발 위기
구본성 전 부회장·구미현 씨 지분 매각 추진
구지은 부회장, 아워홈 경영권 빼앗길 수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팀이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새로운 변수의 등장

역시 꺼진 불도 다시 봐야 했던 모양입니다. 꺼진 줄로만 알았던 불씨가 다시 살아나 큰불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워홈 이야기입니다. 아워홈이 다시 내홍에 휩싸였습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남매의 난'이 다시 일어날 조짐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모양새가 좀 이상합니다. 기존의 대립구도였던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과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의 분쟁에 장녀인 구미현 씨까지 뛰어들어서입니다.

구미현 씨의 참전은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구미현 씨는 작년 구 부회장이 아워홈에 복귀할 당시 오빠가 아닌 막냇동생 구 부회장의 손을 들어준 바가 있어서입니다. 그 덕분에 구 부회장은 아워홈에 비교적 수월하게 입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랬던 구미현 씨가 이번에는 오빠 편에 섰습니다. 아무래도 '자매 전선'에 모종의 금이 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렇게 갑자기 오빠 편에 설 이유가 없습니다.

아워홈 본사 / 사진제공=아워홈

아워홈은 지난 2000년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구자학 회장이 세웠습니다. LG유통의 식품서비스 부문을 분리해 만들었습니다. 식자재 유통과 단체급식 등이 주요 사업입니다. 여기에 '온더고'라는 브랜드의 HMR(가정간편식)은 물론 육가공품, 생수 등 다양한 식품과 식자재 등을 취급합니다. 아워홈은 2020년 기준 국내 단체급식 시장 점유율 2위 업체이기도 합니다.

지난 2015년까지 아워홈은 구 회장과 구 부회장이 이끌었습니다. 구 회장의 막내딸인 구 부회장은 구 회장의 자식들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해왔습니다. 아버지 곁에서 착실히 경영수업을 받았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구 회장 다음은 구 부회장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2015년 구 부회장은 갑자기 보직해임을 당합니다. 그리고 아워홈의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됩니다. 갑작스러운 일에 모두 당황했습니다.

오빠, 막냇동생을 내치다

그사이 아워홈은 오빠인 구 전 부회장이 맡습니다. 업계에서는 '장자 승계' 원칙이 확실한 LG그룹 오너 일가의 원칙에 따른 결정이 아니겠느냐고 추측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를 도와 지금껏 아워홈을 성장시켰던 구 부회장의 공을 생각하면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인사였습니다. 결국 구 부회장은 아워홈의 관계사인 캘리스코 대표로 물러납니다.

캘리스코는 돈카츠 전문점 '사보텐' 등을 운영하는 곳입니다. 아워홈으로부터 식자재를 납품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2020년 아워홈은 캘리스코에 식자재 납품을 일방적으로 종료합니다. 구 부회장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때 구 전 부회장과 구 부회장 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등장했습니다. 그간 쌓인 앙금이 결국 터져 나왔다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왼쪽)과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법정 공방까지 갔었던 양측의 공방은 일단 봉합됐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다시 일이 벌어집니다. 아워홈을 운영해왔던 구 전 부회장이 보복운전 사건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습니다. 이때 그동안 절치부심해오던 구 부회장이 나섭니다. 오빠인 구 전 부회장을 제외하고 언니 둘과 함께 지분을 합쳐 아워홈에 복귀합니다.

당시 구 부회장의 아워홈 복귀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오빠와 동생 간의 분쟁에서 동생이 승리한 모양새였기에 더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5년 만에 아워홈 경영에 복귀한 구 부회장은 이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며 경영에 몰두했습니다. 성과는 확실했습니다. 아워홈은 지난해 전년 대비 7.1% 증가한 1조740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25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전년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죠.

큰 언니, 오빠의 손을 잡다

구 전 부회장은 아워홈을 떠나면서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매각을 공표했습니다. 현재 아워홈의 지분율은 구 전 부회장이 38.56%, 구미현 씨 19.28%, 구명진 씨 19.60%,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20.67%, 기타 지분이 1.89%입니다. 앞서 '불씨'라고 말씀드렸던 것이 여기에 있습니다. 구 전 부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지만 여전히 최대 주주입니다. 언제든, 어떤 방식으로든 복귀가 가능한 길이 열려있습니다.

하지만 구 전 부회장은 복귀보다는 지분 매각을 선택했습니다. 구 부회장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가장 큰 방법은 구 부회장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아워홈의 경영권입니다. 이것을 빼앗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최대 주주인 자신이 지분을 매각하는 것입니다. '내가 갖지 못할 바에 너도 갖지 말라'는 겁니다. 하지만 구 전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만으로는 경영권을 빼앗을 수 없습니다. 구미현 씨의 지분이 그래서 중요한 겁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구 전 부회장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구미현 씨를 설득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단독으로 내놓을 경우보다 같이 내놓으면 구 부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빼앗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경영권을 가져갈 수 있는 만큼 매수자들에게 더 매력적인 매물이 됩니다. 가격도 더 높여 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구미현 씨는 오빠인 구 전 부회장의 손을 잡았습니다.

두 남매의 지분을 합하면 57.84%입니다. 과반을 훌쩍 넘습니다. 이 지분을 매입하면 아워홈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됩니다. 구미현 씨측에서는 “장기적인 차원과 회사 발전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업계의 생각은 다릅니다. 구미현 씨는 오빠의 손을 잡음으로써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의 가치를 더욱 높게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매각 시 더 많은 현금을 쥘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구지은 부회장, 다음 스텝은

사실 그동안 구 전 부회장과 구 부회장의 분쟁에서 남매들은 늘 두 진영으로 갈라져 있었습니다. 구 전 부회장과 장녀인 구미현 씨, 차녀인 구명진 씨와 막내 구 부회장 이렇게 말이죠. 다만 지난해 구 전 부회장의 보복운전 사건 당시에만 구미현 씨가 구 부회장의 손을 잡으면서 판도가 바뀐 것이었습니다. 구 전 부회장이 지속적으로 구미현 씨에게 지분 동반 매각을 설득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이제 공은 구 부회장에게 넘어갔습니다. 구 부회장의 입장에서는 오빠의 역습에 언니의 배신까지 겹치면서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게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현재 구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로부터 지분 매각 권한을 위임받은 라데팡스파트너스 측은 오는 7월 말까지 최종 낙찰자 선정을 완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곧 구 부회장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해 11월 아워홈 동서울물류센터를 찾아 현장경영에 나섰던 구지은 부회장 / 사진제공=아워홈

만일 구 전 부회장 측의 계산대로 된다면 구 부회장은 경영권을 내놔야 합니다. 구 전 부회장과 큰 언니인 구미현 씨의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만으로는 경영권을 방어할 수 없습니다. 현재 아워홈에서는 내부적으로 무척 분주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구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의 지분 매각 배경과 이후 영향 등에 대해 종합적인 논의를 해 대처한다는 입장이지만 쉽지만은 않을 듯 보입니다.

아워홈 창업주인 구자학 회장은 일찌감치 자식들에게 지분을 나눠줬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나눠준 지분이 이처럼 남매간 갈등을 유발하는 기폭제가 될 줄은 몰랐을 겁니다. 5년 만에 다시 경영에 복귀하면서 '굳히기'에 들어가는 듯했던 구 부회장의 아워홈도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구 부회장이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길지 무척 궁금합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