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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BGF 떠난 새벽배송 '전쟁 2막'의 결말은?

  • 2022.04.19(화) 06:50

사업 과감히 철수…'선택과 집중' 나서
신규 진입 기업도 '실속' 위주 전략 구사
"출혈경쟁 끝났다…이제는 '차별화 수단'"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새벽배송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롯데쇼핑·BGF등 새벽배송을 야심차게 키워 오던 기업들은 하나둘 발을 빼고 있다. 투자 대비 낮은 수익성이 이유라는 설명이다. 이미 새벽배송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강자들과의 출혈경쟁을 피하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들의 빈자리는 지마켓글로벌(구 이베이코리아)·GS리테일·티몬 등 신규 사업자가 채우고 있다. 다만 이들의 전략은 새벽배송 강자들과 다르다. 이미 갖춰진 인프라를 활용하거나 외부와 협업해 리스크 최소화에 집중한다. 새벽배송 자체보다 플랫폼 차별화에 새벽배송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치킨게임' 이후 열릴 새벽배송 시장의 2막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롯데·BGF도 '백기' 들었다

롯데쇼핑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ON)과 BGF의 신선식품 플랫폼 헬로네이처가 새벽배송 시장에서 철수한다. 롯데온은 지난  18일부로 새벽배송을 종료했다. 2020년 5월 롯데마트몰을 통해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든지 2년만이다. 롯데홈쇼핑의 새벽배송 '새롯배송'도 종료된다. BGF는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헬로네이처를 BGF네트웍스로 편입시켰다. 이어 다음달 말 헬로네이처의 새벽배송을 중단하기로 했다.

오아시스마켓을 제외하면 새벽배송은 대부분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롯데온·헬로네이처는 과거 새벽배송을 적극 확대해 오던 기업들이다. 롯데온은 론칭 이후 서울·김포·부산 등의 롯데마트 물류센터를 활용해 서비스 영역을 빠르게 확대했다. 전국 대형마트 점포 등을 '다크스토어'로 운영하는 등 시스템 고도화도 진행했다. 헬로네이처는 지난해 4월 물류센터를 곤지암으로 확장이전하며 새벽배송 권역을 넓혔다. 지난달에는 업계 최초로 강원도 새벽배송을 시작하기도 했다.

이들은 향후 '강점' 육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롯데온은 새벽배송 대신 인근 마트에서 1시간 내 배송하는 '바로배송'에 집중한다. 나아가 명품·패션·뷰티 등 '전문몰(버티컬 플랫폼)'로의 진화를 꾀한다. 생필품 등을 '구매'하기보다 트렌디한 상품을 '쇼핑'하는 고객을 노리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최근 프리미엄 뷰티 전문관 '온앤더뷰티'를 선보이기도 했다. 헬로네이처는 BGF네트웍스의 디지털 마케팅 역량을 활용해 기업간거래(B2B) 사업에 주력한다.

'손절'이 아닌 '합리적 선택' 강조

롯데온·헬로네이처가 새벽배송을 포기한 배경은 출혈경쟁이다. 새벽배송은 엄청난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다. 신선식품이 주력인 만큼 창고·배송차량 등 ‘콜드체인(냉장유통)’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배송원이 밤 시간 동안 근무하는 만큼 인건비 지출도 일반배송 대비 2배 가량 높다. 아울러 오랫동안 재고를 유지하기 어려워 상품의 ‘선입선출’도 보장돼야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주문량’이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내 고정비를 최소화해야 해서다.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성장하고 있지만, 성장률은 낮아지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이는 마켓컬리·SSG닷컴·오아시스마켓 등 시장 주요 플랫폼도 이루지 못한 목표다. 마켓컬리와 SSG닷컴의 지난해 적자는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오아시스마켓의 흑자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상장을 앞두고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인프라 등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결국 출혈경쟁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후발주자로 인프라가 다소 부족한 롯데온·헬로네이처에게 이는 막대한 부담이다.

이런 가운데 새벽배송 시장의 지속적 성장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교보증권은 지난해 4조원 수준의 새벽배송 시장 규모가 올해 9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2023년 시장 규모는 11조9000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새벽배송 니즈가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1년 사이 성장세가 절반으로 꺾이는 셈이다. 이 경우 롯데온·헬로네이처의 새벽배송 투자는 효과를 내기 더욱 어려워진다. 이들의 새벽배송 철수가 '합리적 선택'인 이유다.

'전면전'보다 '차별화 수단'으로

반면 새벽배송에 눈독을 들이는 기업도 아직 많다. 지마켓글로벌은 지난 3월부터 서울 일부 지역에서 유료멤버십 '스마일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GS리테일은 GS프레시몰의 새벽배송 대상 상품을 기존 대비 2.5배 늘렸다. 인터파크는 오픈마켓 입점 업체와 함께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티몬은 콜드체인 전문 물류기업 ‘팀프레시’와 업무 협약을 맻고 새벽배송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새벽배송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기업들의 전략은 기존 기업들과 다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이들의 새벽배송 전략은 롯데온·헬로네이처와 다르다. 지마켓글로벌의 거래액은 이미 이커머스 시장 선두권이다. 계열사 SSG닷컴의 기존 새벽배송 물류망과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GS리테일은 근거리 배송 ‘퀵커머스’에 필요한 배송 역량과 전국 1만5000여개 점포를 가지고 있다. 티몬·인터파크는 외부 업체와 협업해 리스크를 줄였다. 이는 '전면전'에 나서기보다 일정 시장을 확보하려는 전략에 가깝다. 따라서 향후 새벽배송은 플랫폼 내실 강화의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 시장의 규모 경쟁은 이미 마무리 단계이며, 주요 기업은 상장까지 앞두고 있어 투자 여력이 갈수록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후발주자가 직접 경쟁해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하지만 시장 성장 여력은 아직 남아 있고, 이를 조금이라도 가져갈 수 있다면 플랫폼의 내실도 강화된다. 최근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든 기업 대부분이 이를 노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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