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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대형마트, '휴업일 배송' 관심 없는 이유

  • 2022.07.26(화) 07:00

실익 없어…'의무 휴업일' 폐지가 관건
해묵은 '골목 상권' 재점화 논란 부담
'의무 휴업일' 폐지 물꼬 틀지에 관심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최근 대형마트 규제 완화 논란이 뜨겁습니다. 불을 지핀 것은 공정거래위원회입니다. 공정위는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일에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배송을 중단할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게 이유입니다. 온라인 배송이 전통시장의 영역과도 겹치지 않는다고도 봤습니다. 공정위는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법제처 등에 개선을 권고했습니다. 

지난 2010년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현재 대형마트는 의무 휴업일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없습니다. 법제처가 2012년 의무 휴업일이나 영업 제한 시간에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해 온라인 영업을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은 대형마트에 매월 이틀의 의무 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영업시간도 0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는 영업할 수 없습니다. 공정위는 시대가 달라진 만큼 유권해석도 달라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공정위의 이같은 움직임에 일각에서는 '휴업일 배송 허용'이 대형마트 업계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실제로 최근 이마트와 롯데쇼핑의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기뻐해야 할 대형마트들은 시큰둥합니다. 오히려 관망하는 분위기입니다. 소상공인연합회 등이 연일 성명을 내며 반대를 표명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오히려 대형마트들은 10년도 지난 '골목 상권'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해 당황스럽다는 입장입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사실 대형마트 입장에서 휴업일 온라인 배송은 '계륵'입니다. 감수해야 하는 소란에 비해 기대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일은 한 달에 두 번입니다. 이틀 온라인 배송을 더 한다고 해서 매출이 크게 늘지 않습니다. 실현돼도 좋고 안 돼도 딱히 아쉬울 게 없습니다. 오히려 휴업일 온라인 배송만 크게 부각되는 것이 걸립니다. 자칫 더 큰 사안인 '의무휴업 폐지' 여론에 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의무휴업은 10년이 넘은 규제입니다. 그 사이 대형마트 업계는 나름의 돌파구를 찾아왔습니다. 자사 온라인몰을 따로 만드는 등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이마트의 쓱닷컴입니다. 주말과 평일에 이마트의 신선식품 등을 배송합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온라인·오프라인 시너지 전략은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대형마트가 휴업 일 온라인 배송에 특별히 입장을 내지 않는 이유입니다.

대형마트는 현재 오프라인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쇼핑 편의성이 높은 이커머스와의 경쟁하기 위해서입니다. 대표적인 것인 '리뉴얼 전략'입니다. 점포를 복합쇼핑몰 등 문화 공간에 가까운 형태로 재구성 중입니다. 여기에 전문점과 신선식품 매장과 같은 체험 요소도 늘리고 있습니다. 휴업일 온라인 배송에 크게 목을 맬 상황이 아닌 겁니다.

사실 업계가 바라는 것은 의무휴업 폐지입니다. 의무 휴업이 폐지되면 주말 매출을 크게 늘릴 수 있습니다. 개별 대형마트의 연간 매출이 최대 1조원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마트의 본질은 결국 '매장'입니다. 한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일요일 등 주말 매출은 평일 매출 대비 2.5배 수준으로 높다"면서 "이를 고려하면 앞으로 매출이 크게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그럼에도 이번 공정위의 결정은 대형마트들에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규제 개혁으로 의무휴업 폐지의 물꼬를 틀 수 있으니까요. 대형마트들이 기대하는 것은 이 부분입니다. 국민적 공감대도 높습니다. 최근 대통령실은 의무휴업 폐지를 국민제안 온라인 투표에 부쳤습니다. 현재 40만건 이상의 '좋아요'를 받으며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의무휴업이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인식 전환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소비의 권력은 이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간지 오래입니다. 대형마트가 여러 규제를 받고 있는 사이 쿠팡 등 이커머스는 몸집을 크게 불렸습니다. 소비자들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업계뿐만 아니라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의무 휴업이 불편하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왔습니다. 

소상공인 단체들이 두려워하는 것도 이 지점입니다. 민심이 크게 동요하고 있습니다. 휴업일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면 의무휴업 폐지가 앞당겨질 수 있습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은 2018년 대형마트 7곳이 낸 헌법소원에서 합헌 결정된 바 있다"며 "적법성이 인정됐음에도 새 정부는 국민투표를 통해 골목상권의 보호막을 제거하고 대기업 숙원을 현실화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의 대결 구도가 뚜렷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라는 새 구도가 형성됐습니다. 대형마트 업계와 소비자들은 소비 트렌드가 변화한 만큼 규제도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골목상권 잠식 우려를 외치는 소상공인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형마트 규제 완화 논란은 앞으로 어떻게 끝나게 될까요. 모두의 시선이 국회로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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