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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컬리' 신진도 햇꽃게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31시간'

  • 2022.10.05(수) 07:19

'꽃게잡이' 한창인 태안 신진도 가보니
마켓컬리 햇꽃게 당일배송 루트 동행
서해에서 잡은 꽃게 다음날 새벽 도착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밤 10시. 대한민국 최북단 서해 백령도에서 꽃게잡이 배들이 제철을 맞은 햇꽃게를 건져올리는 시간이다. 이맘때 백령도 앞 가을 바다는 꽃게 반 바다 반이라 할 정도로 꽃게가 많다. 원래는 이보다 아래쪽인 연평도가 꽃게의 주 산지지만, 백령도 근처 바다에서 더 큰 꽃게가 잡힌다. 파도 한 번을 더 헤치고 나아가면 그만큼의 보답이 있는 셈이다. 

요즘은 숫꽃게가 제철이다. 크기도 어른 손바닥 2개를 합친 것만하고 살도 꽉 차 찜이건 탕이건 어울리지 않는 곳이 없다. 다만, 꽃게는 잡는 것만큼이나 언제 먹느냐가 관건이다. 죽은 채로 두면 살이 쭉 빠져 텅 빈 껍데기만 남는다. 바로 냉동을 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기껏 신선한 제철 꽃게를 잡았는데 얼려 먹는 것도 아쉽다. 

마켓컬리에서 판매 중인 신진도 햇꽃게./사진제공=마켓컬리

햇꽃게를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물론 산지에 가서 직접 구매하는 게 최고다. 가격도 가장 저렴하고 물도 좋다. 하지만 신선한 꽃게 한 번 먹자고 서해까지 다녀오는 건 바쁜 현대인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 잡은 꽃게를 내일까지 배송해 준다는 마켓컬리의 문구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마켓컬리는 당일 조업한 신진도 햇꽃게를 다음날 새벽까지 풀 콜드체인을 통해 배송해 주는 샛별배송 상품을 운영 중이다. 그날 정해진 수량이 마감되면 바로 품절이다. 꽁꽁 얼려 배송되는 다른 냉동 꽃게와는 신선도의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소비자는 늘 불안하다. 작은 게만 보내주진 않을까, 죽은 게만 오면 어떻게 하지. 언제 잡혔는지 어떻게 알지.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꽃게의 섬' 신진도를 찾았다. 우리집까지 배송되는 꽃게가 어떤 경로를 거치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오기로 했다. 

어부들이 서해에서 잡은 꽃게를 신진항에 내리고 있는 모습./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오전 5시. 한밤 중에 조업한 꽃게는 7시간 동안 운송선을 타고 돌아와 태안 신진도에 입항한다. 이번 배에 실린 꽃게는 모두 마켓컬리에 납품될 게다. 이 배가 꽃게를 얼마나 잡아왔느냐에 따라 이날 마켓컬리에서 판매할 수 있는 양이 정해진다. 이날은 사장님의 안색이 썩 좋지 않았다. 예상보다 꽃게가 덜 잡혔기 때문이다. 작업이 끝나봐야 알겠지만 예상 물량을 채우지 못한 것 같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이지만 배에서 꽃게를 내리는 선원들의 손은 한낮처럼 분주히 움직인다. 꽃게는 조업 후 풀어두면 자기들끼리 물고뜯는다. 다 큰 꽃게는 집게 힘이 좋아 다리를 물면 다리가 잘려나가고 배를 물면 내장이 쏟아진다. 이렇게 된 꽃게는 판매할 수가 없다. 그래서 잡자마자 움직이지 못하도록 그물로 꽉 조여맨 후 바닷물에 넣어 둔다. 

배 안에서 갈무리한 게들은 항구 앞에 미리 자리잡은 크레인에 들려 차에 실린다. 분류 작업을 위해서다. 한가득 꽃게가 실리면 트럭은 인근 분류 센터로 이동해 수조에 게를 풀어놓는다. 센터에는 이미 20여명의 사람들이 마켓컬리로 보낼 꽃게를 분류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한 쪽에서는 게를 분류할 준비를 하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게를 넣을 상자와 톱밥이 대기 중이다. 

활꽃게를 분류하고 포장 작업하는 사람들./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오전 7시. 여유있게 담소를 나누던 직원들은 꽃게가 입고되자 입을 다물고 부지런히 손만 움직인다. 먼저 집게발이 떨어진 게나 배가 뚫린 게, 상태가 좋지 않은 게를 걸러낸 후 바구니에 담아 무게를 잰다. 선별작업이 끝나면 톱밥이 담긴 박스에 넣어 포장한다. 톱밥을 사용하는 이유는 톱밥이 꽃게가 사는 모래톱과 비슷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꽃게가 오래 살아 있을 수 있다.

박스 작업이 마무리되자 마켓컬리 송파 물류센터로 꽃게를 옮길 냉장차량이 도착했다. 오늘의 물량은 총 528㎏. 원래 720㎏ 물량을 작업하려 했지만 이날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은 탓에 목표 물량을 채우지 못했다. 실제로 전날부터 서해 전역에 해무가 가득해 불과 100m 앞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날 신진도에서 만난 정동수 남해수산 부사장은 "평일에는 마켓컬리 물량을 2000㎏까지 준비하기도 하는데 오늘은 연휴가 있어 물량을 적게 잡았다"면서 "그런데도 조업환경이 좋지 않아 물량을 다 채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포장작업이 끝난 꽃게는 곧바로 냉장차에 실려 물류센터로 이동한다. /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오전 7시 40분. 꽃게를 실은 냉장차는 곧바로 서울로 떠나 송파구에 있는 장지동 물류센터로 입고돼 오늘의 주문자들에게 배송될 준비를 마친다. 오늘의 물량은 이날 오후 판매가 시작된다. 오후 11시 전에 주문을 마치면 다음날 새벽 7시 전 배송된다. 전날 밤 10시에 백령도 앞 바다에서 낚아올린 꽃게가 다음날 아침 집 앞에 도착하는, 30여 시간의 여정이다. 

이 모든 여정은 결국 신선한 꽃게를 맛있게 먹기 위함이다. 잡은 지 30여 시간만에 받아 보는 꽃게는 산지에 방문해 직접 구매해 온 꽃게만큼 신선할까. 확인을 위해 신진도를 방문한 당일 오후 꽃게 2㎏을 주문했다. 현지에서도 같은 꽃게를 직접 시장에서 구매해 올라왔다. 

햇꽃게는 백령도에서 신진도, 송파 물류센터를 거쳐 집 앞으로 배송된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다음날 새벽 5시경 문 앞에는 2㎏짜리 햇꽃게 박스가 놓여 있었다. 백령도에서 밤 10시에 잡혔다고 치면 정확히 31시간이 걸린 셈이다. 박스 안에 들어 있는 꽃게는 총 6마리. 수컷이 4마리, 암컷이 2마리였다. 크기별로는 아주 큰 사이즈가 1마리, 큰 사이즈가 4마리였고 나머지 한 마리는 작은 편이었다. 6마리 중 5마리가 살아 있었고 가장 작은 1마리는 큰 게의 집게에 배를 찔려 죽은 상태였다. 다리를 1~2개 떨어뜨린 게도 2마리가 있었다. 꽃게의 경우 살아있는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스로 다리를 잘라내는 경우가 있다는 설명이다. 

샛별배송으로 받아 본 신진도 햇꽃게. 박스를 열자마자 꽃게가 살아 움직일 정도로 신선했다. /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제철인 만큼 수율은 매우 높은 편이었다. 신진도에서 직접 구매해 들고 온 3㎏ 꽃게와 비슷한 크기, 수율이었다. 두 꽃게를 섞어 놔도 어느 쪽이 택배로 받은 꽃게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조리해 보니 일찍 죽은 1마리를 제외하면 몸통 수율이 90% 이상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살이 꽉 차 있었다. 특히 육질이 냉동 꽃게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탄력있고 쫄깃했다. 직전까지 살아있던 '생물의 힘'이자 마켓컬리가 자랑하는 '풀 콜드 체인'의 힘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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