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건강에 좋다는 탄산수·제로탄산음료, 물 대신 마시면?

  • 2023.03.19(일) 10:05

[생활의 발견] 칼로리·설탕 없는 탄산수
많이 마시면 치아 부식·식도염 등 우려
제로탄산 대체당도 질병 연관성 연구 중

제가 어릴 적엔 탄산음료는 불량식품만큼이나 몸에 나쁜 음료라고 배운 것 같습니다. 자꾸 먹으면 이빨도 썩고 몸도 안 좋아진다는 거였죠. 콜라를 졸였더니 녹아 눌어붙은 설탕이 엄청나게 많이 나오더라, 콜라에 이빨을 넣으면 금방 녹아 사라진다더라 하는 이야기들,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당분이 없는 탄산수 역시 우리나라에선 입맛이 특이한 사람들, 외국에 살다 온 사람들이나 마시는 제품이었습니다. 어쩔 땐 탄산음료보다 못한 이야길 들을 때도 있었죠. "그거 마실 바에야 콜라를 마셔라" 같은 말 말입니다.

하지만 요 몇 년 간 탄산의 위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탄산수는 이제 생수 못지 않은 카테고리로 성장했죠. 웬만한 음료 제조사들은 다 자신들의 탄산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탄산음료도 '대체당'을 만나 폭풍 성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제로' 버전이 없는 탄산음료를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국내 대표 음료 기업인 롯데칠성음료의 탄산음료 매출 중 30% 이상이 '제로 탄산'이라고 하니 말 다 했죠. 지금 이 시간을 '탄산의 시대'라고 불러도 될 것 같습니다.

롯데칠성의 펩시 제로/사진제공=롯데칠성

이와 함께 탄산수나 제로 탄산음료를 물 대신 마시는 사람도 늘고 있는 모양입니다. 여러 곳에서 물을 마시는 대신 제로 콜라나 탄산수를 마셔도 되냐는 질문이 쏟아집니다. 탄산음료야 당 때문에 안 좋다고 하지만, 당이 없으면 괜찮지 않냐는 거죠.

일견 맞는 말 같기도 합니다. 탄산음료를 자주 마시면 치아가 썩는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탄산수를 마신다고 이가 썩진 않을 것 같단 말이죠. 탄산수가 괜찮다면 탄산수에 대체당과 향료를 넣은 제로 탄산음료도 괜찮지 않을까요.

결론부터 한 줄로 요약하자면, '물 대신 먹으면 좋지 않다'입니다.

일단, 탄산수나 제로 탄산음료는 치아가 썩지는 않는 건 맞습니다. 대체당은 단 맛이 나지만 충치균이 영양분으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시름은 덜었죠.

다양한 제로 탄산음료/사진=각 사

하지만 '물'을 마셔야 하는 다른 이유가 꽤 있습니다. 우선, 탄산수는 산성을 띠는 음료입니다. 우리가 먹는 생수는 pH 7~8의 약알칼리성인데 탄산수는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pH 농도가 3~5 정도로 약산성에 속하죠. 

우리 입 안의 pH농도는 6~7 수준입니다. 입 안 pH 농도가 5.5 이하로 떨어지면 치아 외부를 구성하는 법랑질이 약해진다고 합니다. 3~5인 탄산수를 자주 마시면 치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빨대를 이용해 치아에 안 닿게 마시면 괜찮지 않을까요? 안타깝게도 탄산수의 대표적인 부작용 중 하나가 식도 역류 질환입니다. 입 안과 마찬가지로 약산성인 탄산수가 위와 식도의 산도를 올라가게 해 위산 분비 증가·식도 괄약근 약화·위 압력 상승 등의 증상을 불러온다고 합니다.

이같은 문제는 마찬가지로 탄산이 함유된 제로 탄산음료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데요. 제로 탄산음료의 경우 주의점이 더 붙습니다. 당이 없기 때문에 안심하고 너무 많은 양을 섭취하거나, 단 음식에 익숙해져 결국 당이 포함된 다른 음식을 많이 즐기게 되는 경우를 주의해야 하구요.

복통 이슈가 있었던 롯데제과의 제로슈거 제품들/사진제공=롯데제과

단 맛을 내는 대체당이 역사가 짧은 만큼 안정성 이슈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말티톨이나 에리스리톨 등 '당알코올계 대체당'을 넣은 젤리를 먹고 복통을 일으킨 환자들이 줄지어 나와 제과 기업들이 곤욕을 치렀습니다. 최근에는 에리스리톨이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죠. 

대체당과 당뇨에 대한 상관관계 역시 논의가 활발합니다. 지난 2021년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로 콜라와 당뇨의 상관관계에 대해 묻는 질문에 '관계가 없다'고 답했다가 이후 '일부 연구에서 인공감미료를 이용한 음료 섭취와 당뇨병 발생과의 관련성을 보고하고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으로 돌아서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같은 이슈들은 대체로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이라는 전제조건이 붙습니다. 하루 한두 병의 제로 탄산음료나 탄산수를 마시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보다 개운하고 탄산음료보다 건강하지만, 어느 것이든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한 법이죠.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